사진속일상

대모산과 구룡산길을 걷다

샌. 2008. 7. 12. 18:09

집이든 직장이든 예전에 살던 곳을 다시 찾게 되는 일은 쉽지 않다. 옛 장소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던 그렇지 않던 세월의 무상함을 상기시켜 준다. 그래선지 옛 장소에 가면 쓸쓸함과 아쉬움 같은 것, 삶 뒤켠의 허전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누구나 젊었을 때의 꿈과 치기를 다시 기억해내는 데 대한 어색함 같은 것이 있다. 그것은 또 다른 나를 대면하기가 두려운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모산은 내 인생의 중심이었던 삼사십대 시기에 가장 가까이 했던 산이었다. 서울의 남쪽에 있는 대모산과 구룡산은 해발 300 m 정도의 아담한 산으로가볍게 산길을 걷기에 아주 적당하다. 두 산은 능선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쉼없이 걷는다면 두 시간 정도면 두 산을 종주할 수 있다. 불현듯 옛 생각이 나서 아내와 같이 전철을 타고 수서역에서 내려 대모산을 올랐다. 거의 7 년만이었다. 가는 비가 오락가락하는 잔뜩 흐린 날씨였는데 차라리 걷기에는 더없이 좋았다.

 

대모산의 산길은 내 발자국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나이가 들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는데, 그 추억이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아무리 아름다웠던 추억이라도 뒤에 돌아보는 심정에는 대개 쓴 맛이 스며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산길을 걷는동안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것, 또는 아쉬움인지 슬픔인지 모를 모호한 감정에젖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세월의 파도에 의해 변방으로 쓸려 나간 것 같은, 흘러간 세월을 한꺼번에 지각하게 될 때의 허탈감 같은 느낌이었다.

 



산에서 먹는 도시락은 아주 맛있었다.그러나 질투를 하는지 모기가 극성을 부리며 달려들어서 편안히 식사를 하기가 어려웠다. 정상에서 맞는 산바람은 무척 시원했다. 구룡산에서의 하산은 내곡동 방향으로 내려오는 길을 택했다. 산 아래에 작은 동네만이 있어선지 길은 인적이 끊겨 호젓했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길들은 쓸쓸하다. 사람으로 들끓든 인적이 드물든 마찬가지다. 어차피 우리는 쓸쓸한 길을 홀로 걸어야 하는외로운 존재들이다. 어찌 보면 사는 것이 죄를 짓는 일이고, 미안함을 쌓아가는 일이다. 수많은 가슴앓이를 해도 업은 씻어지기는 커녕 점점 더 두께를 더해간다. 사는 일은 그렇게 쓸쓸하고 가슴 막막한 일이 아니겠는가. 나 뿐만 아니라 당신 역시 아픈 상채기를 안고 가고 있다. 그런 연민과 온기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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