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얼음 호수 / 손세실리아

샌. 2008. 1. 24. 09:17

제 몸의 구멍이란 구멍 차례로 틀어막고

생각까지도 죄다 걸어 닫더니만 결국

자신을 송두리째 염해 버린 호수를 본다

일점 흔들림 없다 요지부동이다

살아온 날들 돌아보니 온통 소요다

중간중간 위태롭기까지 했다

여기 이르는 동안 단 한번이라도

세상으로부터 나를

완벽히 봉(封)해 본 적 있던가

없다. 아루래도 엄살이 심했다

 

- 얼음 호수 / 손세실리아

 

겨울에 호수는 제 몸을 얼려 동안거에 들어갔다. 세상과 소통하는 구멍 다 틀어막고 묵언정진 중이시다. 둘레의 나무들 또한 알몸 드러내고 고행을 하고 있다.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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