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水菊)은 풍성하게 피어난 둥근 공 모양의 꽃이 탐스러우면서 복스럽다. 색깔은 보라, 분홍, 흰색 등 다양한데 그것은 수국이 자라는 흙의 산성도에 따라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잿물을 뿌려주면 분홍색 꽃이 되고, 백반을 뿌려주면 청색 꽃이 된다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수국을 칠변화(七變花)라고도 부른다는데, 칠면조 마냥 색깔이 변하는 수국은 토양의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나른한 여름 오후에 마당 한 켠에 피어 있는 수국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모나게 살지 말라고, 나처럼 둥글둥글 원만하게 살아가라고 속삭여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이해인 수녀님의 '수국을 보며'라는 시가 있다.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