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운동의 즐거움

샌. 2006. 3. 9. 17:53

긴 동면을 마치고 흙을 밟으며 운동을 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지금의 나에게는 운동이야말로 생활에 활력을 주는 묘약이다.

 

육체적 활동이라면 걷기를 자주 하는 편인데,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운동은 테니스가 유일하다. 지난 가을에 어깨를 다친 뒤로 반 년 가까이 코트에 나가지 못했다. 봄이 찾아오고 다시 날씨가 따스해지니 오랜만에 라켓을 들고 동료들과 시합을 즐겼다. 큰 소리로 고함을 치기도 하고, 상대방 실수에 대해 박장대소를 하면서 그동안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를 마음껏 날려버릴 수 있었다.

 

평소에는 큰 소리 한 번 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눈치 살피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테니스장은 나에게는 일탈의 작은 해방구이다. 정형화된 시공간적 리듬에서 벗어나서 정신적 이완을 경험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육체적 활력은 내 지친 정신에 신선한 숨통을 틔어준다.

 

운동이 좋은 것은 머리 쓰는 일에서 잠시나마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몸과 몸이 부딪치는 것은 복잡하지 않고 단순해서 좋다. 몸의 희열은 머리에 비해 훨씬 원초적이고 감각적이다. 나이가 들수록 몸과 머리의 기능이 쇠해지지만 이상하게도 몸의 감각만은 점점 예민해짐을 느낀다. 그것은 나이 들어 경험하는 축복이라 할 수 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머리로 이해한 것이 몸으로 체현되는 시기이다.

 

몇 달 만에 뛰었더니 온 몸이 뻐근하다. 그동안 육체는 나른하게 늘어져 있었는데 이제 바짝 긴장해야겠다는 신호로 들린다. 그것은 정신도 마찬가지다. 별다른 즐길 거리나 자극 거리가 없는 나에게 있어 운동이 주는 혜택에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과 어울려 하는 운동은 헬스장 같은 데서 혼자 하는 운동에 비해 재미도 더하지만 주는 의미도 다른 것 같다. 혼자서 하는 운동도 육체적 단련과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선물하지만, 관계의 즐거움은 누리지 못한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결코 편한 것만은 아니지만 운동의 경우는 복잡한 머리나 계산이 아니라 몸과 몸의 단순한 만남이므로 무엇보다 부담감이 없어 좋다. 물론 거기에도 사회적 지위와 이해가 관계되어 신경을 써야 할 경우가 있기도 하다.

 

운동은 무미하고 권태로워지는 일상에서 신선한 활력소가 되어준다. 일상의 직무에서 떠나 동료들과 같이 땀을 흘리며 떠들고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는 것은 운동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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