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한 장의 사진(4)

샌. 2006. 1. 30. 16:18


35년 전인 1971년 설날에 찍은 가족사진이다.

그 무렵에 아버님께서는 매년 설날이면 읍내에 있는 사진사를 불러서 이렇게 가족사진을 찍으셨다. 당시의 시골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마침 이때는 내가 대학시험에 합격하고 입학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지금도 고향집은 옛 모습 그대로지만 긴 세월만큼이나 사람들은 많이 변했다. 아버님은 오래 전에 돌아가셨고, 대부분 초등학생이던 동생들은 벌써 4, 50대의 장년이 되었다. 내 나이도 이미 사진 속의 아버님 연배를 넘어섰다.

지금 돌아보니 생전의 아버님은 명절 때면 많이 쓸쓸하시지 않았을까 싶다. 아버님 형제분은 2남3녀였는데 다른 집들과 달리 명절이어도 차례는 늘 아버님 혼자서 지내셨다. 외지에 나가 계시던 삼촌은 고향에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시집간 여동생들이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내 어릴 적 기억으로는 명절 후라도 찾아오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만큼 아버님 형제들간에는 우애가 별로 좋지 않았던 것 같다. 도리어 무슨 이유에선지 다툼이 잦았다.

당시에 내 나이로는 이런 집안 분위기를 파악하거나 아버님의 속마음을 읽을 정도로 성숙하지는 못했다. 지금의 내 입장에 대입해 보니 이제야 아버님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비록 겉으로 표현은 안 하셨지만 서로간의 잘잘못을 떠나 피붙이에 대한 그리움마저 지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올 설날은 돌아가신 아버님이 더 그리워진다. 그리고 아버님에 얽힌 여러 가지 추억들도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나이가 들고 이제 예전의 아버님 비슷해져서야 느끼게 되는 어떤 동질감 비슷한 감정 때문에그런 것 같다. 철부지 때에는 아버님의 얼굴 뒤에 숨어있던 인생의 쓸쓸함이나 허전함을 찾아내지 못했던 것이 어쩌면 당연했는지 모른다. 그것은 지금의 내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리라.

만약 옛날로 돌아가 다시 아버님을 만나뵐 수 있다면, 그래서 따스한 약주 한 잔 올릴 수 있다면 좋겠다.

진정으로 이해하게 될 때가 되면 이미 모든 것이 다 지나가 버린 뒤다. 그런 것이 인생인가 보다. 그래서 삶은 늘 아쉽고 허전하다. 명절이 되면 더욱 그런 느낌에 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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