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이젠 止雨祭라도....

샌. 2003. 9. 18. 17:51
오늘도 야속한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농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지, 태풍 `매미`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웃들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지 하늘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분들의 고통이 어찌 나와 무관하겠는가?
나에게 피해가 없다고 안도할 수 만은 없다.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을 그분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태풍의 각도가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지금 눈물을 흘릴 사람은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수용소 안의 유대인들을 향하여 겨누어진 총구, 누구가 선택되는가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불행이기 이전에 이웃의 고통을 대속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 조차 절대로 지금의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주사위놀이를 하는 신의 연극 무대에 출연한 배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신비가 있을지도 모른다.

시골에 집을 지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건물은 완성되었지만 주변은 정리가 안돼 흙이 파헤쳐진채 그대로로 어수선하다.
연속되는 비 때문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그렇다치고 위의 공사장에서 부터 흘러내리는 토사로 문제가 심각하다.
동네 주민과 마찰도 생기고, 그래서 비가 오면 좌불안석이 된다. 아직 이주도 못하고 있다.
전에 고층 아파트에서 살 때는 자연 현상은 나와 별 관계가 없었다.
아파트란 것이 원래 자연과 차단이 잘 될수록 좋은 집이라고 하지 않는가.
큰 물이 나면 한강으로 구경갈 생각부터 들었다. 비를 맞으며 낭만적인 드라이브를 즐겼다.
피해를 당한 이웃의 아픔이 가슴으로 전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이젠 방관자가 아니라 직접 참여자가 되었다.
비가 오면 비를 걱정하고, 바람이 불면 바람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시골 생활이란게 원래 자연 변화와 함께 동고동락하게 되어 있는가 보다.
앞으로 주변이 정리되고 이웃들과의 관계가 원만하게 되더라도 날씨 변화에는 예민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것 때문에 앞으로 울고 웃고 하는 일이 잦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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