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토지(15)

샌. 2025. 3. 5. 10:33

15권은 4부의 마지막 권이다. 소설의 무대는 1930년대 후반으로 일제의 중국 침략이 시작되어 남경 학살이 벌어지면서 세계대전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시기다. 국내 정세도 전시 분위기로 바뀌면서 폭압이 심해진다. 그와 함께 어두운 시대를 극복하려는 조선인들의 고투도 이어진다.

 

고향에 내려온 길상은 은인자중하며 지낸다. 서희와 두 아들이 있기에 함부로 앞장설 수도 없다. 이 시기에 윤봉길 의사의 홍구공원 폭탄 투척이 있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부끄러운 역사인 배화(排華) 폭동이 일어났다. 만주에서 일어난 중국과 조선 농민의 충돌을 조선일보가 과장되게 보도하면서 국내에서 화교를 습격하고 학살하는 만행이 일어난 것이다. 일제의 농간에 놀아난 참극이었다. 군중들이 얼마나 쉽게 사악한 정치 세력들에 의해 선동당하는지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고 제 잇속만 차리던 조용하는 쓸쓸한 최후를 맞는다. 그와 마지막으로 만난 제문식의 말은 그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인간의 본성을 지적한다.

"묘해, 인간이란 것 말씀이야. 어디까지 측은하고 어디까지 악독한 건지 측량할 수가 없어. 제아무리 크다 한들 기껏 팔 척 장신, 이 괴물이 전후좌우 어찌 그리도 방자한지, 복잡한지."

 

"국제간에 정의는 없다. 오직 잇속이 있을 뿐"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말은 동서고금을 통틀어 진리다. 근래는 트럼프의 등장으로 더욱 분명하게 확인한다. 국가나 집단만이겠는가. 개인 간의 관계도 마찬가지일 터다. 인간 역사는 갈등과 투쟁의 전쟁터나 다름이 없어 보인다.

 

소설 후반에 오면 신경(新京)과 하얼빈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나온다. 신경의 홍이는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나 김두수의 등장으로 곤경에 처한다. 하얼빈에 나타난 유인실은 심재운, 윤광오, 송장환 등과 교분을 맺으며 변신을 꾀한다. 오가타도 하얼빈에 오면서 앞으로 전개될 둘의 관계가 궁금해진다. 송관수와 아들 영광의 재회도 예고되어 있다.

 

<토지>도 어느덧 15권까지 읽었고, 이제 5부 다섯 권이 남았다. 20세기 초반의 어두웠던 우리 역사와 그 굴레를 감내하며 또는 극복하기 위해 애쓰며 살았던 선대분들의 애틋한 삶이 눈에 잘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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