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샌. 2018. 8. 30. 10:25

아침에 창을 열었다

여보! 비가 와요

무심히 빗줄기를 보며 던지던

가벼운 말들이 그립다

오늘은 하늘이 너무 고와요

혼잣말 같은 혼잣말이 아닌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소한 일상용어들을 안아 볼을 대고 싶다

 

너무 거칠었던 격분

너무 뜨거웠던 적의

우리들 가슴을 누르던 바위 같은

무겁고 치열한 싸움은

녹아 사라지고

 

가슴을 울렁거리며

입이 근질근질하고 싶은 말은

작고 하찮은

날씨 이야기 식탁 위의 이야기

국이 싱거워요?

밥 더 줘요?

뭐 그런 이야기

발끝에서 타고 올라와

가슴 안에서 쾅 하고 울려오는

삶 속의 돌다리 같은 소중한 말

안고 비비고 입술 대고 싶은

시시하고 말도 아닌 그 말들에게

나보다 먼저 아침밥 한 숟가락 떠먹이고 싶다

 

- 여보! 비가 와요 / 신달자

 

 

비범함이란 평범한 일상을 귀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이다. 같은 하루지만 누구는 보석처럼 반짝이며 살고, 누구는 한숨으로 지낸다. 기쁨의 원천은 그저 그렇고,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하찮게 여기는 것 속에 숨어 있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떠나고 나서야 아쉬워한다. 잃기 전에 소중함을 깨닫는 사람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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