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식구

샌. 2019. 10. 10. 15:44

가족(家族)나를 기준으로 배우자와 부모, 자식까지를 가리킨다. 가까운 혈연관계로 맺어진 집단이다. 반면에 식구(食口)는 혈연보다 생계와 주거를 공유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같이 음식을 먹으며 생활한다면 한 식구로 보는 게 보통이다. 가족과 식구를 겸하는 경우가 많겠지만, 가족이면서 식구가 아닌 경우도 있다. 식구를 직역하면 '먹는 입'이 그다지 아름다운 말은 아니다.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이 책 제목을 '식구'라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식구>는 김별아 작가의 체험적 가족 이야기다. 부제가 '우리가 사랑하는 이상한 사람들'인데, 가족만큼 빛과 그늘의 양면성이 두드러진 집단도 드물다. 위로와 따스함의 원천이면서 상처와 집착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험난한 세상살이에서 거의 유일한 피난처지만, 어떤 때는 족쇄가 더 심하면 고통의 칼날이 된다. 유년기를 포함해서 가족에게 받은 상처를 드러낸다면 세상은 엄청난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

 

작가는 맛깔 나는 글솜씨로 가족 이야기를 가감 없이 풀어낸다. 진솔한 글쓰기가 주는 감동이 가득하다. 가족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경험이고 그래서 누구나 공감하게 된다. 특히 가족과 인간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따스하다. 동시에 피붙이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우리 모두가 고민해야 할 과제로 제시한다.

 

과거에는 가족의 범위가 훨씬 넓었을 것이다. 그러나 핵가족이라는 말이 사용된 지는 오래되었다. 지금은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해체되고 있다. 과학의 발달은 가족 해체를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가족'보다는 '식구'라는 말이 더 중요해질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원초적 단위로서의 가족의 의미는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작가는 행복을 되찾는 길로 과거의 가짜 가족 판타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가족을 진정으로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라고 깨닫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은 사랑으로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다!"라는 권위적이고 강제적인 명제가 주는 부담 때문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개인이 행복해야 가족 공동체의 행복이 지켜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겠다.

 

가족은 애증이 교차하면서 평생을 보듬고 부딪쳐야 한다. 가족이 무엇인지,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이 책은 끊임없이 속삭인다. 우리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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