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건들건들 / 이재무

샌. 2020. 10. 24. 13:32

꽃한테 농이나 걸며 살면 어떤가

움켜쥔 것 놓아야 새것 잡을 수 있지

빈손이라야 건들건들 놀 수 있지

암팡지고 꾀바르게 사느라

웃음 배웅한 뒤 그늘 깊어진 얼굴들아,

경전 따위 율법 따위 침이나 뱉어주고

가볍고 시원하게 간들간들 근들근들

영혼 곳간에 쟁인 시간의 낱알

한 톨 두 톨 빼먹으며 살면 어떤가

해종일 가지나 희롱하는 바람같이

 

- 건들건들 / 이재무

 

 

CBS 라디오에서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로 소개받은 시다. "아, 그래!" 하며 잔잔한 물결로 가슴에 스며들었다. 세상살이 뭐 별것 있는가. 견주고, 탐내고, 다 헛된 짓거리가 아닌가. 하지만 누습에 절어 알면서도 어리석은 길에서 빠져나오지를 못한다. 이번 주의 화두는 시의 제목인 '건들건들'로 삼기로 한다. 꽃한테 농이나 걸며, 가지나 희롱하는 바람같이, 가볍고 시원하게, 간들간들 건들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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