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빨간 머리 앤

샌. 2020. 12. 1. 16:23

 

코로나로 집에서 칩거하면서 넷플릭스에서 찾아본 캐나다 드라마다. 시즌 3까지 27부작으로 되어 있다. 모두 보는 데 일주일이 걸렸다.

 

1908년에 나온 몽고메리 소설의 원제는 '초록 지붕 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인데, 이 드라마의 영어 제목은 'Anne with an E'다. 앤이 자기를 소개하면서 한 말인데 앤의 성격을 잘 드러낸 제목인 것 같다. 소설을 읽어보지 않아서 드라마가 원작의 분위기를 얼마나 잘 재현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무척 재미있게 봤다. 뒤에 소설을 읽으면 오히려 감흥이 깨어질까 두렵다.

 

드라마의 배경은 19세기 후반의 캐나다 동부에 있는 프린스 에드워드 섬이다. 이 섬에서 쓸쓸히 살아가는 마릴라와 매슈 남매가 사는 초록 지붕 집에 앤이 들어오면서 얘기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풍광에 선한 사람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사연이 감동적이다.

 

앤은 독특한 캐릭터다.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하고 솔직하며 똑똑하다. 자기주장이 뚜렷하며 엄청난 수다쟁이인데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또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불의에 맞서며 약자와 연대한다. 이런 여자아이를 주변에서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앤의 인디언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 '강하고 용감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정말 딱 그런 아이다.

 

드라마는 100여 년 전 시대 상황도 잘 담아내고 있다. 여성 인권과 페미니즘, 흑백 갈등, 아메리카 원주민 정책, 혈연을 떠난 가정 등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을 보인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인간의 태도와 대립도 잘 묘사하고 있다. 앤의 몸과 마음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인간애에 바탕해서 수준 높게 그린 드라마다.

 

등장하는 인물도 대부분이 착한 사람들이다. 격식을 따지기는 하지만 다들 품위 있고 젊잖다. 현대는 너무 바쁘고 각박하게 사는 탓인지 그런 낭만의 시대가 그립다. 앤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넷플릭스에서 잘 만든 따뜻한 드라마, '빨간 머리 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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