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5kg

샌. 2021. 5. 6. 11:27

보름 동안에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대상포진이 준 선물이다. 이번 대상포진은 특이한 게 엄청나게 허기가 지고 엄청나게 잠이 왔다. 걸신들린 듯 먹었고, 낮밤 없이 잠을 잤다. 그 결과 몸무게가 최고치를 찍었다.

 

대상포진 전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식(小食)이었다. 아침에 누룽지죽, 점심은 밥 반 공기 정도, 저녁은 야채주스 한 잔이 고작이었다. 그게 속이 편하고 좋았다. 육체 활동이 많지 않으니 그 정도 음식이면 넉넉하다고 믿었다. 몸도 가뿐하고 좋았다. 그런데 영양 공급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크게 피곤한 일도 없었는데 대상포진에 걸리고 면역력이 약해진 것은 평소 식사량과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한다. 아내를 비롯해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상포진에 걸리니 몸이 마구 음식을 요구했다. 그동안 안 먹을 걸 보충이라도 하듯 흡입했다. 동생이 보내준 한우 세트는 사흘만에 동이 났다. 아내는 식사뿐 아니라 간식을 준비하기도 바빴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잤다. 하루에 열서너 시간은 자지 않았나 싶다. 낮이고 밤이고 침대에만 누우면 곯아떨어졌다. 약에는 수면제 성분이 없는 데도 그랬다. 보름 동안 먹보처럼 먹고 자고만 했으니 체중이 5kg만 불은 것은 약과인지 모른다.

 

이제 스무날 째, 한 달은 꼬박 채워야 하는가 보다. 얼굴에 생긴 흔적은 가시고 있지만 얼굴 피부의 가려움과 두피의 통증은 남아 있다. 의사는 두피 통증이 대상포진 후유증으로 나타나는 신경통이라 한다. 다행히 추가 처방전을 받은 뒤부터 통증은 약해졌다. 약은 아직 열흘치가 남았다. 쉽게 나았다는 사람도 많지만 일찍 발견하더라도 대상포진은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이 늘어난 몸무게는 어찌할꼬? 한꺼번에 5kg이 불었으니 마치 큰 베낭을 메고 있는 듯 무겁다. 오늘은 뒷산에라도 가 보려 하지만 과연 올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몸무게를 원상회복할 수는 없고 2~3kg이라도 줄여야 할 텐데 이 왕성한 식욕으로는 당분간 불가능한 과제다. 지금은 무엇보다 대상포진을 종식시키는 게 우선이다. 그때까지는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으련다. 코끼리가 된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바깥 날씨는 나를 약 올리려는 듯 왜 이렇게 미세먼지 없이 맑고 화창한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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