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다읽(13) - 의식 혁명

샌. 2021. 11. 2. 11:12

20여 년 전에 화제를 모았던 책이다. 인간의 개인과 집단 의식의 중요성을 과학적 근거를 들며 갈파한다. 이 책에서 특이한 사항이 운동역학적 근육 테스트다. 수평으로 내민 팔에 힘을 가할 때 근육이 저항하는 정도로 인간계의 모든 현상에 대한 진위 구별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믿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데이비드 호킨스가 쓴 이 책의 원제는 <Power VS Force>다. 'Force'는 지각할 수 있는 외적인 힘이고, 'Power'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다. 인간은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힘 덕분에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잠재력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 인간은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작동시키고 있는 엄청날 정도로 강력한 끌개의 에너지 패턴에 의해 현재의 위치에 서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간 개개인의 마음은 거대한 데이터베이스에 연결된 컴퓨터 터미널과 같다고 본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인생의 목적은 의식의 향상에 있다. 저자는 의식 수준을 20부터 1,000까지 수치화하여 제시한다. 긍정적인 끌개가 작동하는 수치는 200이다. 200 이하의 수준에서는 생존이 우선이고, 200 이상부터 인간다움의 삶을 실현할 수 있다. 인류는 200 이하의 상태였다가 20세기 중반이 되어 200을 넘어섰고 1980년대에 이르러 204가 되었다고 한다. 개인도 이런 식으로 현재의 의식 수준을 수치화할 수 있다. 흥미롭지만 추론이 지나치다는 느낌도 든다. 책의 한 부분에서는 인간의 사고 에너지 값도 마이크로 와트로 제시했다.

 

그리스도교를 분석한 것도 관심을 끈다. 예수의 가르침은 처음에 1,000에 다다랐다. 그러다가 2세기 경 930으로 떨어졌고, 6세기경에는 540으로 하락했다. 11세기 초 십자군 시대에 와서는 현재 수준인 498인 되었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불교는 훨씬 순수성을 유지하고 있다는데, 초기의 1,000에서 현재 900 정도의 수준이다.

 

<의식 혁명>은 인간 의식의 중요성에 대해 대중적인 관심을 일깨운 책이다. 저자는 양자역학, 비선형동역학 등 물리 이론을 동원하지만 근거는 박약하다. 간단한 근육 테스트로 '예스' '노'의 명쾌한 답을 낼 수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호기심에서 지시하는 대로 해 봤지만 전혀 근거를 발견할 수 없었다. 다만 세상이 유물론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한다. 종교와 명상 분야에서는 이 책에서 이론적 바탕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의 말미에 나오는 대목이다.

 

"우리가 항상 접하는 인간의 에고는 실제적으로는 개별적인 '나'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하나의 '그것'일 뿐이다. 이러한 환상을 꿰뚫기만 하면 이 모든 것이 끝없는 '우주적 농담(Cosmic Joke)'이며, 인간의 비극은 그 코미디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분리된, 개별적인 '나'라는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에고가 얼마만큼이나 맹렬히 투쟁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본질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모든 고통의 근원이 되는 그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 말이다. 인간의 이성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려고 부단히 애쓴다.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자기의 뒷머리를 보려고 하는 것 같은 희극에 불과하지만, 인간의 허영심은 끝이 없어서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으려 그렇게도 애쓰고 있는 것이다.

에고와 동일시되는 마음은 한계를 지니고 있어서 진실을 이해할 수 없다. 만일 마음이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마음은 그것이 본질적으로 착각임을 인식하는 순간 용해되어 버릴 것이다. 에고를 초월한 마음의 패러독스를 넘어서야만 '존재'는 마음의 무한한 절대성 속에서 스스로를 빛나는 자리에 세울 수 있다. 그럴 때, 모든 말은 아무 쓸모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우리 모두의 눈멀음에 대한 자비심이 우러나와야 우리는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그때에야 비로소 평화가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이 지상에서 우리의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갈 길은 명백하다. 인간의 의식 수준이 마침내 200 이상이 된 오늘날, 우리는 인간 문화의 전분야에서 획기적인 대전환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인류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들의 앎과 행동에 훨씬 진지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좋든 싫든,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는 이제 집단적인 깨달음의 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에 와 있다. 무지로 인한 대가를 이제는 더 이상 수동적으로 치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집단 의식은 새로운 차원으로 뛰어오를 수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는 더 이상 암흑의 노예로 남아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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