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제임스 웹이 보는 우주

샌. 2022. 7. 17. 12:10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드디어 활동을 시작해서 첫 사진이 공개되었다. JWST는 지구에서 150만 km 떨어진 지점(지구와 달 사이의 약 4배 거리)에 떠서 우주를 관측하는 망원경이다. 허블보다 100배 정도 성능이 향상되었다고 한다. '제임스 웹'은 나사의 2대 국장을 지낸 분의 이름이다.

 

허블은 가시광선 영역을 촬영했지만 제임스 웹은 근적외선 영역이어서 심우주를 관측하는데 더 유리하다. 팽창하는 우주에서는 먼 천체일수록 더 빨리 멀어지는데 적색편이 현상 때문에 빛은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변한다. 먼 우주의 천체를 관측하자면 적외선 파장이 필요하다.

 

이번에 처음 공개한 사진은 지구에서 46억 광년 떨어진 SMACS 0723 은하단이다.

 

 

은하들의 현란한 풍경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사진에 담긴 영역은 하늘의 극히 좁은 일부분일 뿐이다. 모래 한 알을 집어 팔을 뻗었을 때 그 모래 한 알 만한 면적 정도의 영역이라고 한다. 우리 눈에는 그저 작은 검은 공간으로 보일 테지만 우주는 미지의 은하들로 가득하다. 저런 풍경이 우리를 360º로 둘러싸고 있다.

 

사진에서는 흰색 은하들이 SMACS 0723 은하단에 속한 은하들이다. 붉은색을 띄는 은하 또는 은하단은 아주 멀리 있는 까닭에 적색편이 현상으로 파장이 길어져서 그렇게 보인다. 이중에는 130억 광년이나 떨어진 은하도 있다고 한다. 우주의 나이가 138억 년 정도니 우리는 우주 탄생 초기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JWST는 우주 탄생 1억 년 뒤의 모습까지 추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사진에서는 중력렌즈 효과도 선명하게 보인다. 거대한 중력에 의해서 시공간이 굽으면 빛이 휘어진다. 이는 마치 렌즈에 의해 빛이 굴절하는 현상과 같다. 이 현상을 잘 이용하면 우주의 시원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JWST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서 넓고도 무궁한 우주의 깊음을 생각한다. 인간의 지각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함이다. 130억 년 전에 어떤 은하를 떠난 빛이 길고도 긴 항해 끝에 지금 내 눈에 들어오고 있다. 우주 풍경은 너무나 엄청나서 그저 만화경 같은 느낌밖에 안 든다.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우리는 무엇일까? 길어야 100년인 인간의 꿈, 삶은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와각지쟁(蝸角之爭) 비유도 과하지 않은가, 긴 한숨만 나온다.

 

'길위의단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로나 격리의 지루함을 달래준 두 영상  (0) 2022.08.20
코로나에 걸리다  (2) 2022.08.12
이젠 칠십인 걸  (0) 2022.07.06
달무지개  (0) 2022.06.24
사람 사는 곳인데  (0) 2022.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