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일(월)
오전 중에는 독서를 하다...... 귀가 후 독서.
3월 6일(목)
반나절을 독서에 몰두하다. 저녁이 되면서 기분이 마구 들뜬다. 오늘은 기원에서 바둑을 배우는 날이다.....
3월 7일(금)
지방의 작은 마을에서 강연을 하기 위해 내려갔다.... 밤늦도록 독서를 하다.
3월 8일(토)
오전 중에는 독서를 하다. 오후부터 파스텔화 수업이 있어 아틀리에 대신 사용하고 있는 맨션의 한 교실에서 열 명 정도의 동료들과 누드화를 그렸다..... 밤늦도록 독서를 하다.
3월 10일(월)
오전 10시부터 원장을 맡고 있는 A 예술학원의 졸업식이 있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교사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귀가하다. 늦은 밤까지 독서하다.
3월 11일(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러 갔다....
3월 16일(일)
극단 연습실에 가기 전에 기독교 예술 센터에 들러 2시간 정도 독서를 했다.... 저녁 휴식 시간에 단원 대여섯 명과 라면 가게로 향하면서 오늘도 ‘잘 배우고 잘 논’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엔도 슈사쿠(1923-1996)가 쓴 일기에서 몇 구절을 따왔다. 이 일기는 선생의 나이 63세이던 1986년 3월에 썼던 것이다. 늙어서도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람을 본받고 싶지는 않지만 - 실은 난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 - 슈사쿠 선생의 독서열만은 정말 부럽다. 선생의 노년 생활은 ‘잘 배우고 잘 놀기’라는 말에 잘 들어 있다. 그것이 젊게 사는 선생의 비결이었다. 60세가 넘어서 바둑, 다도, 그림, 춤을 배우고, 연극을 하고, 본업인 소설을 쓰고, 강연을 하며 바쁘게 사셨다. 정력이 대단하신 분이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일기에는 ‘반나절을 독서에 몰두하다.’ ‘밤늦도록 독서를 하다.’ 등의 책을 읽었다는 기록이 제일 많이 나온다. 그 점만은 나도 닮고 싶다.
자주 인구에 회자되는 사무엘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에서도 젊음의 특징으로 열정과 상상력, 미지에 대한 탐구심 등을 들었다. 즉, 젊음은 육체의 나이가 아니라 정신의 상태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상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잃어버리면 늙는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세상에 대한 관심이 정신을 팽팽하게 살아있게 한다. 그런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고집불통의 노인이 아니라 정신의 유연함이 어린 아이와 같은 노인이다. 슈사쿠 선생은 끊임없이 배우고 쓰고 읽으면서 세상과 대화를 했다.
나도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그렇다고 슈사쿠 선생의 흉내를 내고 싶은 것은 아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일이나, 또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 활동은 내 체질이 아니다. 내 노년생활은 도시가 아니라 시골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삶의 스타일이 선생과 다를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선생이 가졌던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끝없는 독서욕구만은 나도 공유하고 싶다. 죽는 날까지 책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주문한 새 책이 왔다. 오늘 밤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마구 들뜬다.’ - 머리가 온통 흰색으로 덮인 뒤에도 이런 일기를 쓸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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