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한가하고 심심하게

샌. 2010. 3. 3. 15:59

아마도 올해가 직장 생활을 하는 마지막 해가 될 것 같다. 늘 바라왔던 일이지만 막상 끝이라고 생각하니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것을 어찌 할 수 없다. 직업이나 일에 대한 애착과는 다른 종류의 아쉬움이다. 그 어떤 것이든 인생의 한 매듭을 통과하는 것은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새로운 삶에 적응하고 배우는 과정은 이제 시작되었다.


우선은 한가하고 심심한 것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겠다. 사람들은 누구나 무슨 일을 할 것이냐고 묻는다. 그러나 솔직히 대답하면 반론이 워낙 거세 늘 변명하기에 바빴다. 퇴직을 해도 뚜렷하게 할 일은 없다. 이만큼 살았으니 이젠 일에서 해방되고 싶을 뿐이다. 무슨 일을 하며 살겠냐고? 물론 나에게도 어렴풋한 생각이 있지만 사람들은 그건 일이 아니라고 할 것이다.


절에 들어가면 속(俗)이 그립고, 속에 있으면 절이 그리운 법이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라면 어차피 감내해야 할 일이다. 세상을 너무 순진하게 생각해서 낭패를 보기도 했지만 그것은 천성이 그러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일 없음의 즐거움을 추구하련다. 한가하고 심심한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련다. 이제껏 일을 통해서 성취감을 맛보지 않았으니 일이 없다고 그다지 야단날 상황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좀 다른 편이다.


그럴수록 사람들은 관계에 충실하라고 충고한다. 열심히 인간관계를 맺으며 취미든 일이든 부지런히 움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반대로 은둔의 길을 가고 싶다. 세상과의 관계는 가능하면 멀리하고, 그 시간만큼 나 자신을 진실하게 대면하고 싶다. 그것이 장자가 말하는 ‘맛없음의 맛’[無味之味], ‘즐거움 없음의 즐거움’[無樂之樂]이 아닐까. 올 한해는 아무래도 그런 연습기간이 될 것 같다. 드러나기보다는 더욱 조용히 지내기! 한가하고 심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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