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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탁 치는 소

강화도로 드라이브를 나가다. 장마가계속되니 날씨 따라 기분이 가라앉고 침울해진다. 동료들과 안면도에 가려고 했으나 한 사람의 사정으로 팀이 깨지는 바람에 혼자 길을 나선 것이다. 나에게 강화도는 사람들과의 추억이 많이 쌓인 곳이다. 20여 년 전에는 직장의 동문들과 자주 강화도에 놀러 갔다. 그때는 신촌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강화읍에서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외포리에 가서 배를 타고 석모도에 가는 것이 기본 코스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척 불편했을 것 같건만 당시는 그런 생각 없이1년에 두세 차례씩 재미있게 다녔다. 지금은 다들 흰 머리 희끗해지는 나이가 되었을 그때 사람들이 보고 싶어진다. 그동안 산천도 많이 변했다. 서울-강화도 40여 km의 길이 이젠 4차로 이상으로 넓혀졌고, 길 양쪽은 공터 하나..

사진속일상 2005.07.05

감사의 식탁

텃밭에서 먹을거리를 따와 애호박으로 부침개를 부쳐 막거리를 한 잔 합니다. 비가 오니 이렇게 여유가 있습니다. 날씨가 좋다면 무슨 일거리든 찾아서 땀을 흘리고 있을 텐데 오늘은 하늘이 말리는 모양입니다. 밖에서 리드미컬하게 들려오는 낙수물 소리와 텁텁한 막걸리 맛이 어우러져 선경이 따로 없습니다. '꾸뻬씨의 행복 여행'이란 책에 보면행복이란작은 집과 텃밭을 갖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지금 이대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물론 더 이상 다른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만 하겠지요. 다른 데에 한 눈을 파는 순간 분명 내 처지는 초라해 보일 것이고, 나는 다시 비교와 소유의 갈증에 허덕일 것입니다. 밭에서 금방 따가지고 온 것입니다. 완두콩, 꽈리고추, 고추, 피망, 가지, 오이, 토마토, 방울토마토......

참살이의꿈 2005.07.03

청포도 / 이육사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청포도 / 이육사 7월의 시작을 이 시와 함깨 하고 싶다. '청포도' '푸른 바다''흰 돛 단 배' '청포' '은쟁반' '하이얀 모시 수건'..... 이 시를 읽으면 아름답고 맑은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것 같다. 비록 지금은 어두운 장마 기간이지만 눈을 감으면 파란 하늘, 푸른 바다가 환하게 열릴 것만 같다. 이육사는 40세라는 짧..

시읽는기쁨 2005.07.01

2005 보도사진전

현재 서울갤러리에서 2005 세계 보도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때 사진이 예술이냐 아니냐로 논란이 있었고, 사진 경향이 점점 사실에서 추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 있지만 아무래도 사진의 특징은 현실의 충실한 재현이 아닌가 싶다. 보도사진전에서 한 장의 사실적인 사진이 주는 감동을 접하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물론 사진 속에는 사진을 찍은 사람의 생각이나 의도가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현실 고발일 수도 있고, 인간에 대한 연민,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일 수도 있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지구촌의현실에 마음이 아프다. 이번 보도사진전에 나온 작품 중에서 몇 개를 골라보다. - Arko Datta (India) - 쓰나니메 희생된 친지를 보며 한 인도 여인이 오열하고 있다. 작년 12월 26일 수..

읽고본느낌 2005.06.30

밤나무꽃 향기

이곳은 밤나무가 무척 많습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의 중턱까지는 나무의 주종이 밤나무입니다. 그리고 마을 집들 사이에도 오래된 밤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당산나무라 칭할 수 있는 동네 한가운데 있는 고목도 여기는 밤나무입니다. 그래서 마을 이름이 밤나무골이라 불려야 제격일 것 같습니다. 가을이면 밤을 주으러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듭니다. 잠깐만 산에 올라도 한 베낭 가득 밤을 주어 내려올 수 있습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이면 별로 돌아다니지 않고도 가득 선물을 받습니다. 지금은 마을이 밤나무꽃 향기로 덮여 있습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밤나무꽃 향기는 참 특이합니다. 묵직하고 야릇한이 향기가 온 마을을 내리누르고 있는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밤나무꽃 향기에 취해서 몽롱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

참살이의꿈 2005.06.29

불두화

불두화(佛頭花)는 이름 그대로 '부처 머리를 닮은 꽃'이다. 흰 꽃이 둥글게 모여있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보면 곱습곱슬한 부처님 머리처럼 보이기도 해서 누군가가 이름을 재미있게 붙였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런데 불두화는 무성화라고 한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것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함이다. 그래서 꽃에는 암술과 수술이 있고, 곤충을 유혹하든 아니면바람이나 다른 자연의 힘을 빌리든 수분을 하고 씨를 맺는다. 꽃의 아름다운 색깔, 향기는 그들 생존의 한 방편인 것이다. 불두화는 꽃은 있지만 이런 생식기능이 없다. 그래서 분주나 삽목으로 번식을 한다. 아마도 사찰에 불두화를 많이 심은 것은 그 명칭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속세의 연을 끊고 수도의 길을 걸어가려는 마음과 이런 꽃의 성질과 닮아서이지 않을까 싶..

꽃들의향기 2005.06.28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 국화 옆에서 / 서정주 누군지 이름이 기억하지 않지만 어느 물리학자가 이렇게 말했다. "지금 당신이 여기서 꽃 한 송이를 꺾으면, 저 멀리 있는 별이 흔들린다." 아마 이물리학자는 우리 우주계가 서로간의 만유인력에 의해 얽혀서 존재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그러나 물질세계만 이렇게 상호 연관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세계나 더 높은 차원의 영적인 세계도 이..

시읽는기쁨 2005.06.27

작은 연못

교정에 작은 연못이 있다. 수면에는 꽃 그림자가 비치고, 물에는 금붕어와 잉어들이 살고 있는 언제 보아도 평화로운 작은 세계이다. 금붕어는 수면 근처에서 아기자기하게 놀고 있고, 잉어는 속에서 의젓하게 돌아다닌다. 자신들이 놀고 있는 영역이 있지만 그러나 그 사이에 경계는 없다. 가끔씩 잉어가 수면으로 떠올라와도 금붕어는 개의치 않는다. 금붕어는 이름 그대로 노는 양이 귀엽고 재미있다. 물에 비친 꽃잎과도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금붕어는 움직이는 꽃잎이다. '작은 연못'이라는 노래가 있었다.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 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 깊은 산 작은 연못 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 마리 ..

사진속일상 2005.06.24

인디언 이름

‘자연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가 않다. 그런데 한 종족이나 민족 전체가 자연주의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는 더욱 희귀할 것이다. 그래서 아메리칸 인디언들이야 말로 특이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을 소개한 책을 읽어 보면 인디언들은 생래적으로 자연주의자이며 생태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은 또한 진정한 의미에서 종교적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나는 부족의 어른과 함께 산길을 가다가 지팡이가 필요해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꺾었다. 새로운 지팡이를 들고 자랑스럽게 걷고 있는 나를 보고 부족의 어른은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그것을 손에 넣었는가고 물었다. 나무에게 허락을 구했는가? 꼭 필요한 만큼만 잘랐는가? 나무에게 선물을 바쳐 감사의 표시를 했는가? 내가 그냥 나뭇가지를 잘..

길위의단상 200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