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상실과 아픔을 리얼하게 그린 영화다. 생로병사는 인간 존재의 숙명이지만 말년의 삶에 대해서는 누구나 회피하려 한다. 나에게도 닥칠 미래임을 인지하나 애써 외면한다. 직시한다고 뭐 뾰족한 수도 없다. 세월이 흘러가는 대로 감내하며 살 뿐이다. 영화 '소풍(逍風)'은 이 불편한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은 고향 친구면서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둘 다 지병에다 자식들이 골치를 썩힌다는 고민을 갖고 있다. 훌훌 털고 금순이 사는 고향인 남해에 내려온 은심은 역시 어릴 적 친구였던 태호(박근형)를 만나 잠시나마 추억에 젖으며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고향은 옛 고향이 아니었다. 다녔던 학교는 폐교되었고, 동네는 리조트가 들어선다고 시끄럽다. 치매에 걸려 요양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