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직장 동료 다섯이 경복궁에서 만났다. 장길산이 산티아고를 40일 동안 걷고 돌아온 핑계로 모인 만남이었다. 퇴직하고 나니 각자 생활에 바빠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얼굴을 볼 뿐이다. 산티아고는 거의 포기 상태지만 다녀온 얘기를 듣다 보니 언젠가 나도 그 길에 설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꿈에 젖어 보았다. 실행 여부를 떠나 꿈꿀 수 있다는 것만도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닌가. 오랜만에 가 본 경복궁에는 한복을 입은 외국인이 엄청 많아졌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다. 이런 현상도 한류 드라마의 영향이 아닌가 싶다. 동료를 기다리느라 그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옆에 있는 50대 정도 되는 필리핀 남자가 말을 붙인다. 아내, 딸과 가족여행을 온 사람이다. 10일 간의 일정을 보여주는데 우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