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13

과천에서 사당으로

가을 짙어가는 때에 과천에서 사당으로 관악산을 넘었다. 사당에서 약속된 저녁 모임에 나가는 길에 가벼운 등산을 했다. 과천향교에서 마당능선을 따라 연주대로 올랐는데 한적해서 전에 자주 다녔던 길이다. 관악산은 붉은 단풍과는 거리가 멀다. 참나무 종류만 있기 때문이다. 가을의 갈색은 쓸쓸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단장이 아닌 수수한 모습이 오히려 가을 분위기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며 여름이 다시 찾아온 듯했다. 어떤 사람은 반팔에 반바지 차림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지만 서울 상공은 뿌연 매연층이 덮고 있었다. 그래도 올 여름과 가을은 미세먼지 걱정을 덜 해서 다행이었다. 시간 여유가 많아서 자주 쉬면서 느릿느릿 걸었다. 내려가는 길, 등 뒤에 내려앉는 가을 햇살이 ..

사진속일상 2017.10.28

과천시청에서 관악산에 오르다

들머리를 과천시청으로 잡은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은 늘 설렌다. 같은 산이라도 어디로 오르느냐에 따라 산의 느낌은 다르다. 이번에는 과천시청능선을 따라 관악산에 오른다. 능선길은 큰 오르내림 없이 꾸준히 이어진다. 전망도 좋다. 관악산은 암산이다. 곳곳에 솟은 바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걸음은 무척 느리다. 2박3일 여행 뒤 쉬어야 하지만 불가피한 산행길에 나서게 되었다. 능선 따라 연주암에 오르는 데만 2시간 30분이 걸렸다. 연주대까지 본 뒤 다른 능선을 타고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체력이 달려 연주암에서 바로 계곡길을 택한다. 과천향교로 내려가는 가장 짧은 길이다. 능선에 비해 계곡은 답답하고 계단이 너무 많다. 주로 돌을 밟아야 한다. 그래도 평일이라 산객이 드물어 ..

사진속일상 2016.09.29

관악산을 넘어 사당에 가다

사당에서 저녁 모임이 있던 날, 겸사겸사 관악산을 넘어서 가기로 했다. 서울대 정문에서 연주암으로 올라 사당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전에 수도 없이 지났던 길이었다. 20년 전 S공고에 있었던 때는 일주일에 한두 번은 관악산을 넘어 퇴근을 했다. 2학기가 되면 3학년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나가 수업 시간이 왕창 줄었다. 어떤 해는 주당 8시간만 하면 되었다. 이틀은 아예 수업이 없었다. 인문계 과목에 담임도 하지 않았으니 출근해도 그저 탱자탱자였다. 게다가 전공마다 사무실이 다르고 교사들이 흩어져 있으니 통제하기도 어려웠다. 내 교사 시절 중 맘껏 농땡이를 부렸던 황금 시기였다. 그때 관악산을 가장 많이 찾았었다. 옛길을 걸으니 그 시절 생각이 많이 났다. 같은 사무실에 있었던 동료들은 지금은 어디서..

사진속일상 2013.08.02

다시 관악산에 다녀오다

어젯밤에는 바람이 거셌다. 뒷산 나무들이 밤새 우는 소리를 냈다. 산속에서 악에 받쳐 고함을 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선지 답지 않게 잠을 설쳤다. 수없이 잤다 깼다를 반복했다. 비몽사몽간에 이런저런 욕망과 망상에 시달렸다. 전에 없던 일이었다. 집에서부터 서달산, 까치산을 거쳐 관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을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아내가 동행했다. 아기자기한 산길이 무척 좋았다. 우리는 이 길을 '관악산 올레길'이라고 이름 붙였다. 산길을 걷는 아내의 발걸음도 오늘은 가벼웠다. 이제 조금씩 고도를 높으며 도전한다면 관악산 정상에 서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 끝 무렵에는 산 정상에 서는 게 목표다. 이번에는 지난번보다 약간 더 고도를 높인 뒤 관음사를 거쳐 내려왔다. 그래봤자 아직은 산의 3부 능선 쯤..

사진속일상 2010.08.01

관악산에 다녀오다

이웃에 사는 G 선배와 관악산에 다녀왔다. 집이 있는 국립현충원에서 관악산까지 연결되는 녹색축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으나 이때껏 그 연결 지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 선배를 따라가며그 길을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10여 분 정도 주택가를 가로질러야되는 구간이 있지만 한강에서 부터 서달산, 까치산공원을 지나 관악산까지 연결되는 산길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앞으로 이 길을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G 선배와는 10년 전에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고 헤어졌었는데 작년에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마침 또 가까운 이웃에 살고 있어 가끔씩 만나고 있다. G 선배는 이번 8월에 정년퇴직을 한다. 나 역시 명퇴를 하게 되면 앞으로 더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사람의 인연이라는 게 참 묘하..

사진속일상 2010.07.27

관악산을 넘다

친구 Y와 관악산을 찾았다. 친구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Y와는 30여 년의 인연이 있다. 첫 직장에서 만난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는 것은 이 친구 뿐이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잊어질만 할 때면 서로 연락이 되고 소식을 주고 받는다.덤덤하면서도 필요할 때면 생각나는 그런 사이다. Y가 지난 번에 술이 잔뜩 취해서 전화를 했다. 내용도 없이 그냥 "형, 잘 난 척 하지마."하는 말과 함께 두서없는 말만 했다. 그건 만날 때마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그런데 이번에는 죽고 싶다는 말도 나왔다. 너무 술이 취한 것 같아 전화를 끊고 말았지만 한 번 만나봐야겠다 싶어 이번에 같이 산행길을 만들었다. 날은 맑았고 바람은 서늘했다. 지하철 사당역에서 만나서 능선을 타고 연주암으로 줄기차게 올랐다. 입에서는 거..

사진속일상 2009.07.24

과천에서 낙성대로 관악산을 넘다

관악산을 오전에 과천에서 오르게 되면 해를 등져서 좋다. 그리고 사당 쪽으로 내려오면 역시 오후 햇살을 뒤에 받게 된다. 그래서 따가운 햇살을 피할 때는 주로 이 코스를 이용한다. 어제 남쪽 지방의 어느 도시는 기온이 34 도를 넘어서 5 월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러다가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아열대기후에 들어가게 될 것 같다. 기온 상승이 정말 심상치 않다. 기온의 급격한 변화는 생태계에 심각한 충격을 주게 되고, 인간 역시 거기서 예외가 아니다. 아내와 함께 걷는 5 월의 등산길이 무척 뜨거웠다. 산은 이미 짙은 녹색으로 변했다. '신록예찬'에서는 5 월의 신록을 찬탄했지만 글이 쓰여지던 때와는 이미 기후가 달라졌다. 지금으로 치면 4 월의 신록이라야 글의 내용과 맞는 것 같다. 그 당시와 지금은 아..

사진속일상 2009.05.10

관악산과 삼성산을 종주하다

관악산과 삼성산을 종주했다. 과천향교를 들머리로 해서 능선길을 따라 연주암으로 올랐다. 산길은 한가했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그러나 바람은 세고 찼다. 연주암에 이르니 마침 점심 시간이라 절에서 주는 식사 공양을 감사히 받았다. 연주암 점심 신세를 처음 진 것이 20 년 전이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음식을 대접해 주는 사찰의 정성이 대단하다. 정상에서부터는 팔봉능선을 타고 무너미고개까지 내려갔다. 내가 아는 한 여기는 관악산에서 가장 멋진 길이다. 여덟 개의 암봉을 거치는 길인데기이하게 생긴 바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위 틈을 뚫고 사는 멋진 소나무들도 많다. 이 바위는 왕관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정말 왕관 같이 보인다. 무너미고개에서 다시 삼성산으로..

사진속일상 2009.03.27

관악산 연주대

관악산에 간 길에 이번에는 연주대까지 올라가 보았다. 늘상 연주암을 거쳐 지나가기만 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연주대까지 갔다. 사당에서 관악문을 지나 연주대까지 올라간 뒤, 내려오는 길은연주암을 지나 계곡길을 따르다가 종착지는 과천이었다. 수직 절벽 위에 세워진 연주대는밑에서 보면 아슬아슬하다. 전설에 의하면 신라 문무왕 때에 의상대사가 관악사를 건립할때 함께 세운 암자로 처음에는 의상대로 불렀다고 한다. 관악사와 의상대는 지금 연주암과 연주대로 이름이 바뀌었다. 그렇게 된 사연은 조선 태종의 왕자였던 양녕대군과 효령대군이 왕위 계승에서 멀어진 뒤 방랑하다가 이곳에 올라 왕위에 대한 미련과 동경의 심정을 담아 왕궁을 바라보았다 하여 연주대(戀主臺)라 개명되었다고 한다. 이것 역시 전설에 불과하지만 이곳이 ..

사진속일상 2009.02.12

힘들게 관악산에 오르다

왜 자꾸 걷고 싶을까? 왜 자꾸만 산에 들고 싶을까? 한 마디로 대답할 수는 없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길과 산이 주는 위로 때문이라고 하겠다. 답답한 세상사에 우울해지고 그저 그런 일상이 무겁고슬퍼질 때 날 위로해 주는 친구가길과 산이다. 묵묵히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그 자리를 지키며 생명을 품고 길러내는 산이 좋고, 나그네가 되어 한없이 걷고 싶은 길이 좋다. 어제는 과천에서 발걸음을 시작하여 관악산에 올랐다. 예전에는 늘 과천을 들머리로 하여 등산을 하곤 했다.그때는 주로 계곡을 따라 올라갔지만 이번에는 능선길로 들었다. 길은 힘들지만 대신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날씨는더웠고, 땀도 많이 흘렀다. 아내도 나도 무척 힘이 들었다. 가지고 간 물병 3 개는 중간에서 바닥이 났다. 능선길이니 그늘이 적어 더욱..

사진속일상 2008.05.26

관악산에 오르다

동료들과 태백, 봉화, 울진 지역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한 계획이 비 때문에 취소되었다. 일이든 사람이든 인연이 되지 않으면 아무리 애써도 성사되기 어렵다. 이번 경우도 그런 것 같다. 아쉽지만 뒤로 미루어야 했다. 원래 계획은 다음과 같이 잡았다. 9/15 23:00, 청량리역 출발 - 9/16 03:00, 태백역 도착 - 낙동강 발원지 황지(黃池) - 본전식당에서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 - 함백산 정상에서 일출구경 - 승부역 - 점심 식사 - 각화사와 태백산 사고지(史庫址) - 각화산 등산 - 저녁 식사 - 통고산 자연휴양림에서 일박 - 소광리 소나무숲 - 9/17 16:00, 태백역 출발 - 20:00, 청량리역 도착 비 때문에 여정을 취소시켰는데 오늘 서울은 비가 그쳤다. 그러나 남쪽과 강원도 지방은..

사진속일상 2007.09.15

관악산과 다시 가까워지다

관악산 가까이 이사를 온 탓에 늘 이 산을 보면서 산다.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 커튼을 젖치면 관악산이 시야 가득 들어온다. 나는 매일 아침 관악산과 인사를 나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셈이다. 그런데 서로 눈맞춤만 하다가 석 달이 지나서야 그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매인 일에서는 떠났건만 마음 바쁘기는 마찬가지여서 바로 옆에 있는 이 산 조차 이제야 찾을 생각이 난 것이다. 마음이 게을러지니 몸도 늘어져 베낭을 맨 걸음이 천근같이 무거웠다.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내가 가장 많은 찾은 산이다. 관악산에 나 있는 대부분의 등산코스는 다 다녀보았다. 90년대 초반에는 매주 토요일이면 이 산을 넘어 퇴근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살았던 동네가 주로 남쪽이어서 관악산이 제일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악..

사진속일상 2007.07.15

관악산에 오르다

아내와 관악산에 올랐다. 서울대 정문에서 시작해 4 야영장을 거쳐 연주암을 지나 사당동으로 내려오는 산길을 걸었다. 아내와 함께 이렇게 정상까지 올라가는 온전한 등산을 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전에 관악산은 서울 근교 산 중에서 가장 자주 찾던 산이었다. 아마 관악산에 난 등산로의 대부분은 걸어보았을 것이다. 토요일에는 퇴근길에 관악산을 넘어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런 관악산을 오르게 된 것이 거의 6년 만이다. 등산로 초입은전의 모습과 달라져낯이 설었다. 갈림길에서는 방향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니 익숙한 길이 나타나고 예전 그대로의 포근함이 느껴졌다. 전에 비해 나무들이 크고 많아진 것 같고,주말 오후여서인지 등산객들이 줄을 이어 지나갔다. 늦가을의 날씨는 마침 아주 좋았다. 땀이 적..

사진속일상 2006.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