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서산 12

운산초교 등나무

충남 서산시 운산면 운산초등학교 교정에 있는 등나무다. 수령이 150년인데 서로 얽힌 줄기 모양이 수십 마리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다. 잘 찾아보면 뱀 머리 모양도 보인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는 좀 무서워 보일 형상이다. 어쨌든 기괴하면서 오묘한 섭리를 보여주는 등나무다. 등나무꽃 피는 시기에 왔다면 훨씬 더 장관을 볼 것 같다. 등나무 그늘 밑에는 야외 수업용 의자가 마련되어 있다. 운산초등 출신이라면 이 등나무와 관계된 추억 한두 가지는 갖고 있으리라. 등나무의 저 넓고도 질긴 생명력을 찬탄한다.

천년의나무 2020.06.02

서산시청 보호수 두 그루

충남 서산시청 앞에는 느티나무와 왕버들, 두 그루의 보호수가 있다. 나무로 볼 때 오래전부터 이곳이 관아 자리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왕버들이 있다는 것은 연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나무가 있는 자리는 시청 정문 바로 앞인데 공원으로 깔끔하게 조성되어 있다. 느티나무는 수령이 400년, 높이는 9m로, 단아한 모양새다. 왕버들 수령은 300년이다. 왕버들 특성상 느티나무에 비해 훨씬 더 세월의 깊이가 느껴진다. 이 둘은 서산 관아의 역사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9.01.31

유계리 느티나무

서산시 음암면 유계리에 있는 느티나무다. 정순왕후 생가 앞에 있다. 정순왕후(貞純王后, 1745~1805)는 영조의 정비인 정성왕후가 승하하자 1759년(영조 35년) 열다섯의 나이로 왕비에 책봉되었다. 이때 영조의 나이는 예순여섯, 무려 쉰한 살이나 차이가 났다. 왕비 간택 테스트를 볼 때 일화 하나. 제일 아름다운 꽃이 무엇이냐고 영조가 물으니 그녀의 대답이 이랬단다. "목화꽃입니다. 비록 색과 향기가 최고라고 할 순 없으나, 실을 짜 백성들을 따뜻하게 입혀주니 제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나무 나이가 300년이 넘는다니 정순왕후는 어쩌면 이 나무와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나무 밑에서 소꿉놀이에 빠져 있는 어린 소녀가 보이는 듯도 하다.

천년의나무 2018.06.03

해미향교 느티나무

해미향교로 오르는 길 좌우로는 오래된 느티나무 10여 그루가 도열하고 있어 장관을 이룬다. 입구에 있는 느티나무는 수령이 300년가량 되었다. 한 장소에 이 정도로 여러 고목이 보존된 경우는 드물다. 서산시 해미면 오학리에 위치한 해미향교는 1407년(태종 7년)에 세워졌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데, 나무와 달리 건물은 신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무엇보다 느티나무가 멋진 해미향교다.

천년의나무 2018.06.01

여미리 비자나무

충남 서산시 운산면 여미리에 있는 비자나무다. 비자나무는 제주도나 남해안 지역에서 많이 자란다. 이렇게 중부 지방에서 자라는 비자나무 고목은 드물다. 추정 수령은 330년이고, 높이 20m, 줄기 둘레 2.5m다. 이 비자나무는 여미리에 살던 전주 이씨 가문의 한 분이 1600년대 후반에 제주도에서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 기후나 풍토가 맞지 않을 텐데 잘 자라고 있다. 수형도 아름답다. 비자나무 밑에 유기방 가옥이 있다. 봄에 수선화가 유명하다고 친구가 소개해 준 곳이다.

천년의나무 2018.05.30

부석사 느티나무

서산 부석사(浮石寺)에는 느티나무가 많다. 느티나무는 계획적으로 식수한 듯 규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수령도 다양한 느티나무가 많아 '느티나무 절'이라는 인상이 우선 든다. 영주 부석사와 닮은 듯 하면서 다르다. 의상대사와 선묘 이야기 전설은 두 절이 똑 같다. 양쪽 다 부석(浮石)이 있다. 절에서 바라보는 전망도 시원하다. 그러나 바닷가에 있는 서산 부석사가 전설에는 더 어울린다. 바다에 몸을 던진 선묘의 넋을 위로하기에는 당나라를 마주하던 이곳이 적지였을 것이다. 절 뒤가 도비산(島飛山)이다. 야트막해서 정상까지 1시간 이내로 다녀올 수 있다. 가는 길에 느티나무 고목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음에는 가벼운 산행을 겸해 찾아오고 싶다.

천년의나무 2015.01.31

해미읍성 회화나무

해미읍성에는 천주교 박해의 상흔이 남아 있다.이 회화나무도 그중 하나다.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 신자들을 끌어내어 철삿줄로 머리채를 감고 이 나무에 매달아 고문하고 죽였다. 1790~1880년대에 일어난 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적어도 1천 명은 될 거로 추정한다. 1866년의 병인박해 때는 붙잡혀온 신자 수가 너무 많아그냥 구덩이에 밀어 넣고 생매장시켰다는 기록도 있다. 수령 300년 정도인 이 회화나무는 자신의 몸에 매달린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을 것이다. 또한 얼마나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을 들었을 것인가. 그래선지 나무는 기력이 많이 상해 있다. 나무도 속울음을 슬피 울었으리라. 가톨릭에서는 이 나무를 순교목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해미성지 안에 있는 기념관..

천년의나무 2012.04.27

해미읍성 느티나무

해미읍성(海美邑城)은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하여 성종 22년(1491)에 축조된 성이다. 이순신 장군도 초급 장교 시절에 이곳에서 근무했다고 한다. 성 안에서 제일 오래된 나무는 동헌 앞에 있는 이 느티나무다. 마치 찾아오는 손님을 맞듯 허리를 구부리고 서 있다. 수령이 400년으로, 높이 16m, 줄기 둘레 4.7m다. 전에 왔을 때보다 성 안은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었다. 어수선했던 가옥들도 모두 철거 되었다. 느티나무 주위 풍경도 시원하다.

천년의나무 2012.04.27

서산향교 은행나무

지난 여름에 서산향교의 은행나무를 찾아갔다. 위치가 내비게이션에도 나오지 않아 가는 길을 찾는데 애를 먹었다. 이러저리 좁은 길을 따라간 끝에 추레한 향교가 있었다. 서산향교는 조선 태종 6년(1406)에 세워졌다가 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겨졌다고 한다. 향교의 명륜당 앞 마당에 이 은행나무가 있다. 이 은행나무는 유주가 특징이다. 크고작은 유주가 스무개가 넘는다. 큰 것은 길이가 어린 아이 키만큼이나 되는데 고드름처럼 생겼다. 이 은행나무에만 왜 이렇게 많은 유주가 발달해 있는지 궁금하다. 나무의 수령은 500 년 정도 되었고,높이는 33 m에 이른다. 이 향교에 갈 때는 사나운 개를 조심해야 한다. 향교 안에는 살림을 하는 집이 있는데 입구에서 키우는 개가 무척 사납다. 주인이 나와서 진정을 시킨 다음..

천년의나무 2009.09.30

송곡사 향나무

충남 서산시 인지면에 서산 정씨의 시조인 정신보(鄭臣保)의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운 송곡사(松谷祠)가 있다. 정신보는 중국 송나라 사람으로 13세기 중엽에 나라가 망하자 고려에 망명하여 이곳에 정착했다. 조선조에 그의 후손들은 송곡사라는 사원을 건립하고 정신보와 이 지역 출신 선비들을 배향했다. 송곡사 앞에 큰 향나무 한 쌍이 있는데 어린 시절에 이곳에서 학문을 배우던 유윤이 심은 것이라고 한다. 유윤은 세종 2년(1420)에 사마시에 급제했으나 단종의 폐위를 보고 낙향했는데 나무의 수령은 약 550 년 정도 되었다. 이 정도 향나무라면 크기나 생김새에서 나라의 여느 향나무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송곡사라는 이름에서 보듯 이곳에는 예부터 소나무가 많았던 것 같다. 뒷산뿐만 아니라 사원 앞의 소나무 숲도 ..

천년의나무 2009.0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