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18

예봉산의 봄맞이

다시 찾아온 봄을 맞으러 예봉산에 들었다. 계곡의 노루귀가 제일 궁금했고, 다른 꽃들과도 눈맞춤할 생각에 들떴다. 지난 가을 이후 산행은 다섯 달만이다. 예봉산은 높이가 683m지만 능선의 경사가 급해 만만찮은 산이다. 이번에는 계곡을 타고 올라가서 능선을 따라 내려오기로 한다. 산은 진달래가 한창이고 초입에는 제비꽃을 비롯해 많은 야생화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꽃들을 구경하면서 느릿느릿 정상에 올랐다. 등산객이 놓아준 먹이에 곤줄박이는 신이 났다.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먹이를 물고 날아갔다가 눈치를 봐서 다시 오기를 반복했다. 새로서는 엄청 용기 있는 행동이다. 그나마 곤줄박이니까 가능하지 다른 새들은 감히 접근을 못한다. 예봉산 정상은 조망이 좋다. 북서 방향으로는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멀리 ..

사진속일상 2024.04.03

봄꽃과 동무하며 예빈산에 오르다

어느 산에 갈까 망설였는데 문득 예봉산 계곡이 떠올랐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산행을 하면서 꽃도 보면 좋을 것 아닌가. 자세히 살핀 것은 아니지만 예봉산과 예빈산 사이에 있는 계곡에는 산에서 피는 봄꽃이 많다. 작년에는 노루귀도 만났다. 예빈산의 명물은 이 소나무다. 예빈산에는 능선을 따라 자라는 멋진 적송들이 볼 만하다. 예빈산 정상은 수도권에서 전망이 제일 빼어난 산이다. 사진으로만 봤지만 여기서 찍은 일출과 일몰 광경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비슷한 높이의 직녀봉과 견우봉이 나란히 있다. 이날은 시야가 흐려서 조망이 별로였다. 북쪽으로는 예봉산이 보인다. 꼭대기에 강우 레이더를 갖춘 기상관측소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일곱 군데(임진강, 예봉산, 가리산, 소백산, 비슬산, 서대산, 모후산)의 강우 ..

사진속일상 2023.03.29

예봉산 노루귀

산길을 걷다가 우연히 노루귀를 발견했다. 이런 걸 횡재라고 해야 하겠지. 지금 시기에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다행히 똑딱이가 있어서 부족하나마 고운 자태를 담아 보았다. 친구에게 예봉산에서 노루귀를 만난 얘기를 했더니 이런 시를 보내 주었다. 유년 시절의 고향 동무를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내고 지리산 형제봉이 또렷이 보이는 강 언덕에 앉아 눈시울에 방울방울 맺힌 추억을 양지바른 언덕에 두고 왔더니 겨울을 잘 견딘 청노루귀가 보송보송 그리움의 솜털 꽃대를 올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자줏빛 울음을 운다네 - 청노루귀 / 정순영

꽃들의향기 2022.04.04

봄내길 2코스를 걷다

코로나19로 멀리 나가는 걸 자제하다가 두 달만에 동네 밖으로 나갔다. 강촌에 있는 봄내길 2코스를 걷기 위해서였다. '봄내길'이라는 이름이 왠지 이 봄과 어울릴 것 같아 선택한 길이었다. 아내와 함께 손주가 동행했다. 봄내길은 춘천 지역의 트레킹 길이다. 전부 일곱 개 코스가 있다. 이번에 걸은 2코스는 별칭이 '물깨말구구리길'이다. 안내판 설명에 나온 대로 '물깨말'은 '물가 마을'이란 뜻이고, '구구리'는 '골 깊은 아홉 굽이를 돌아드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물깨말과 구구리를 거치는 길이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구곡폭포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우리는 반시계방향으로 돌았다. 임도를 따라 완만한 오르막을 길게 올라야 한다. 봄내길 2코스는 전체 길이가 7.2km이고, 소요 시간이 두 시간 반으로 나와..

사진속일상 2020.04.14

천마산의 3월 봄꽃

봄꽃을 보기 위해 4월 초중순 경에 천마산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좀 일찍 발걸음을 했다. 올해는 꽃 개화 시기가 열흘 가량 빠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에 들어가 보니 꽃마다 들쑥날쑥이다. 이 시기에 개화의 정점은 복수초다. 덕분에 천마산 꽃산행 중에서 제일 많은 복수초를 보았다. 다른 꽃은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오늘 천마산에서 만난 꽃 - 복수초, 꿩의바람꽃,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노루귀, 고깔제비꽃, 점현호색

꽃들의향기 2020.03.24

천마산 봄꽃

어느 때 찾아도 실망하지 않는 천마산의 봄이다. 이번에는 신현회원 세 명과 동행했다. 봄꽃을 보러 천마산을 찾은 건 7년 만이다.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천마의 집을 지나 팔현계곡 상류까지 올라가는 코스가 꽃 산행길이다. 초입의 점현호색을 필두로 다양한 종류의 꽃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꽃 호사를 누렸다. 이번 산행에서는 노랑미치광이풀 꽃을 보여주겠다는 분을 만났다. 미치광이풀 꽃은 대부분이 자주색인데 노란색 꽃은 희귀종이라고 한다. 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서 나는 포기했고, 일행 중 한 사람이 따라가서 결국 사진을 찍어 왔다. 결과물을 보니 번거로웠어도 따라가 볼 걸 싶었다. 이번 길에서는 약 20종 가까운 꽃을 만났다. 그중 일부를 사진으로 남겼다. 점현호색, 현호색, 큰괭이밥, 얼레지, 만주바람..

꽃들의향기 2018.04.03

청계산에서 봄꽃과 놀다

산에 들어 꽃과 놀 때가 제일 행복하다. 꽃을 찾고 사진을 찍는 행위에 온전히 몰입하는 시간이다. 잡념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 깊은 명상에 들었을 때와 비슷하다. 사람의 마음은 주의를 기울이는 대상에 집중하고 몰입할 때 맑고 투명해진다. 오늘은 청계산 옛골에 들었다. 골짜기에는 환상적일 정도의 아름다운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는 원 없이 만났다. 가까운 곳에 이런 야생의 꽃밭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기쁨이고 행복이다. 꿩의바람꽃 노루귀 복수초 현호색

꽃들의향기 2014.03.25

수리산 변산바람꽃과 노루귀

수리산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나는 것으로 한 해의 꽃 데이트가 시작된다. 산에 피는 꽃 중에서는 변산바람꽃이 제일 먼저 개화하기 때문이다. 수리산을 기준으로 한다면 2월 하순에서 3월 중순 사이에 활짝 핀 변산바람꽃을 볼 수 있다. 올해는 평년보다 약간 빠른 편이다. 병목안에서 올라가는 계곡에 변산바람꽃이 피어난다. 2006년에 우연히 발견한 곳이다. 그때는 수백 송이가 피어 있던 군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이 사라졌고, 십여 포기 정도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의 발길이 닿은 탓이다. 몇 년 전까지도 사진사들로 북적댔는데 꽃이 별로 없으니 이젠 찾아오는 사람도 드물다. 소문에 의하면 옆 계곡으로 몰려갔다고 한다. 이곳의 변산바람꽃에게는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이 그래서일까, 금년의 변산..

꽃들의향기 2014.03.04

구봉도 노루귀

경기도 안산에 구봉도(九峰島)라는 섬이 있다. 지형으로 볼 때 예전에는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통행로가 열렸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육지와 완전히 연결되어 있다. 이맘 때면 구봉도 산기슭에는 노루귀가 환하게 피어난다. 개체수도 굉장히 많다. 내가 지금까지 본 노루귀 군락 중 최대다. 구봉도에서 노루귀를 원없이 만났다. 너무 많으면 무엇을 찍어야 할지를 모른다.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서도 안타까운 건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사진가의 발길과 손길에 산과 노루귀가 몸살을 앓고 있다. 떼거지로 몰려다니면서 왜 그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는 걸까? 디카 시대가 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진 것 같다. 나도 자성해 본다. 이젠 이름난 데는 찾아가고 싶지 않다.

꽃들의향기 2013.03.22

청계산의 봄꽃 삼총사

청계산 바람골에서 숨어 있는 꽃밭을 발견했다. 꿩의바람꽃, 복수초, 노루귀가 어우러져 피어 있는 작은 화원이었다. 이렇게 여러 송이가 다양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는 것은 청계산에서도 보기 드물다. 원래바람골에는 앉은부채와 꿩의바람꽃이 많다. 그러나 복수초와 노루귀 보기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 봄꽃 사진 찍기가 어렵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특히 배경 정리가 난감하다. 바닥에 깔린 낙엽이 너무 시선을 어지럽힌다. 일부의 사람들이 사진을 찍을 때 낙엽을 걷어내는 이유를 이해할 것도 같다. 현장에서 느낀 아름다움과 감동의 십 분의 일이라도 제대로 담아내고 싶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잘 안 된다. 우리의 비밀 화원을 내년에도 다시 찾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을 달랜다.사진 공..

꽃들의향기 2011.04.02

수리산 노루귀와 변산바람꽃

수리산 변산바람꽃을 보러 가자고 Y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미 때가지난 것 같다고 했더니 올해는 꽃 피는 시기가 늦으니 혹 게으른 변산아씨가 있을지 모른다며 가 보잔다. 마침 어제 눈이 내려서 땅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이런 데 변산아씨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실망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다잡으며 길을 나섰다. 안양역에서 만나서 10번 버스를 타고 병목안 입구에서 내렸다. Y 형의 동료 한 분도 함께 했다. 이렇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니는 것도 재미나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시간이 절약되고 편리하긴 하지만 오순도순 걸어가는 재미를 잃는다. 목표에 이르는 과정의 아름다움도 놓친다. 눈의 찬 기운 탓인가, 노루귀는 아직 꽃잎을 열지 않았다. 그래도 이만한 노루귀를 만났으니 감사한 일이다. 며칠 ..

꽃들의향기 2011.03.26

노루귀(3)

올해는 다른 해에 비해 노루귀를 많이 보았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는 숲속의 요정이라 할 수 있는데 곱고 귀여운 요정들을많이 만나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노루귀 꽃 색깔은 흰색, 연분홍색, 청색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청색 노루귀다. 사람들은 청노루귀라고 부르기도 한다. 청노루귀는 깊은 색깔이 인상적인데 산에서 청노루귀를 만날 때면 늘 박목월의 시 '청노루'가 생각난다. 청노루귀를 보면 한 마리 외로운 청노루가 푸른 하늘을 말갛게 바라보는 것 같다. 머언 산 靑雲寺 낡은 기와집 산은 紫霞山 봄눈 녹으면 느릅나무 속잎 피어나는 열두 굽이를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 이 작품을 쓸 무렵에 내가 희구한 것은 핏발 한 가락 서리지 않는 맑은 눈이었다. 시인이 이 시를 썼을 때의 마음..

꽃들의향기 2010.04.14

천마산 팔현계곡

오늘은 봄꽃을 만나러 천마산 팔현계곡을 찾았다. 나에게 천마산은 무척 고마운 산이다. 대부분의 산들이 봄철 화재 예방으로 입산을 통제하는데 천마산은 예전부터 완전 개방되고 있다. 봄철의 화야산을 꼭 다시 한번 가보고 싶지만 입산 금지로몇 년째 아쉬움만 달래고 있다. 삼림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일률적인 무조건의 통제는 재고해줬으면 좋겠다. 사전 신청을 받아 제한된 인원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오늘은 아내와 함께 했다. 몸이 불편한 아내가 산에 오르는 것도 거의 1 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다. 마치 소픙 가듯이 도시락을 싸가지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어제보다도 더 맑고 따뜻해진 완연한 봄날이었다. 계곡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꿩의바람꽃, 만주바람꽃을 비롯한 여러 꽃들이 반겨주었다. 역시 천마산은 달..

꽃들의향기 2010.04.08

청계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청계산 옛골계곡을 찾았다. 오랜만에 베낭을 메고 산행에 나서니 설레고 들뜬 기분이다. 작년 9월에 허리를 다친 이후로 등산을 하지 못했으니 꼭 7개월만이다. 하늘은 맑고 바람도 상쾌했다. 평일이어서 사람이 적어 좋았다. 봄기운을 만끽하며 느릿느릿 올라간다. 꽃을 찾느라 좌우를 살피는 통에 속도는 더욱 느렸다. 가끔씩 등산객들이 추월해 갔다. 그래도 숨이 가빠왔다. 그동안 운동 부족으로 몸무게가 전에 비해 3kg이나 늘었다.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군데군데 생강나무의 노란 꽃이 화사하게 웃는다. 작은 능선을 넘자 물소리가 들리며 계곡이 나온다.등산로를 벗어나 계곡을 따라가며 본격적으로 꽃을 찾아 나섰다. 맨 처음 꿩의바람꽃을 발견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점점 많아졌다. 가끔씩 제비..

꽃들의향기 2010.04.07

노루귀를 탐하다가 디카를 날리다

어제는 히말라야 팀 9 명이 홍천 금학산에 시산제를 겸한 등산을 했다.같이 동행을 했지만 나는 산에는 오르지 않았다. 본격적인 산행을 하기에는 몸에 자신이 없었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봄꽃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급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기에 노루귀를 찾자면 산 아래 양지 바른 계곡 주위를 찬찬히 살펴야 한다. 산으로 오른 일행과 떨어져 노일분교 앞 홍천강변을 걸었다. 홍천강은 수량이 많으면서 코발트 색깔이 특히 아름다웠다. 그리고는산의 계곡을 찾아 들어갔다. 이른 봄 꽃 탐사는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과 같다. 기대한 대로 노루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무척 기뻤다.개체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봄햇살 아래 환하게 웃고 있는 보라색 노루귀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런데 아뿔싸, 흥분이 지나쳤는지,..

사진속일상 2010.03.22

노루귀(2)

초봄, 낯선 산의 계곡에서 노루귀를 발견할 때의 기쁨을 무엇에 비견할까? 그것은 마치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 몇 시간 동안 산을 헤매다가 우연히 작은 돌 밑에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에 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 중에서도 노루귀는 유별나다. 무엇이 그리웠는지 대부분의 꽃들이 아직 흙 속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에 노루귀는 그 연약한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온다. 가녀린 그 모습을 보면 강인한 생명력이 놀랍기도 하고, 어떨 때는 눈물겹기도 하다. 가녀린 꽃잎이며 가는 줄기, 그리고 뽀송뽀송한 솜털 속에 그 어떤 억제할 수 없는 충동이 숨어있는 것일까? 노루귀는 외로움을 즐기는 고운 소녀다. 모여 있어야 대개 두서너 송이가 같이 있을 뿐, 다른 꽃들처럼 군락을 이루지는 않는다...

꽃들의향기 2006.04.12

화야산의 봄꽃

봄꽃을 보러 화야산 큰골을 찾아갔다. 화야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다. 부근을 지나다니기는 했지만 산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첫길이어선지 큰골입구를 찾는데 애를 먹었다. 꽃을 보러 갈 때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그러나 요사이는 꽃이 피는 장소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되어 있어서 나같이 개인적으로 다니는 사람들은 애로가 많다. 화야산에서 찍은 사진이 많이 올라오면 산 지도를 보고 그냥 계곡을 찾아가 보는 수밖에 없다. 희귀한 꽃이라면 보호 차원에서 비공개하는 것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대체적인 장소를 밝혀줬으면 어떨까 싶다. 이번에는 큰골을 선택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봄꽃을 볼 수 있었다. 제비꽃, 현호색, 얼레지, 처녀치마, ..

꽃들의향기 2006.04.06

노루귀

가을의 끝에서 봄의 시작을 본다. 3월..... 대기에 봄 기운이 스며들 때, 그러나 아직 산 속은 겨울이다. 그늘진 곳에는 잔설이 남아 있고 새 생명의 싹은 보이지 않는다. 이 때 얼어붙은 대지를 뚫고 봄 소식을 전하는 첫 생명들이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노루귀로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야생화이다. 나의 봄은 이 노루귀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주로 만나는 장소는 천마산과 소백산이다. 꽃의 크기라야 1-2cm 정도나 될까, 저렇게 여린 생명이 눈 속을 뚫고 올라오는 모습은 경이롭기만 하다. 꽃색은 흰색, 연보라색, 연분홍색 등이 있다. 색깔이 너무 곱다. 그리고 줄기에는 가는 솜털이 빽빽히 나 있는데 역광으로 보면 무척 아름답다. 이 가을의 끝에서 내년 봄을 그려보는 것이 행복하다.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꽃들의향기 2003.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