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9

어느 독일인의 삶

이 책의 주인공은 브룬힐데 폼젤(Brunhilde Pomsel)은 나치 선전부 장관이었던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로 일하다가 독일 제국의 멸망을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책 표지에 실린 그녀의 프로필이다. "1942년부터 1945년까지, 인류 역사상 가장 중대한 범죄자들 중 하나인 요제프 괴벨스를 위해 일했다. 나치 선전부의 속기사였던 그녀가 풀어놓는 이야기는 악의 평범성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폼젤은 자신이 나치 가담자였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은 철저히 비정치적이었고 그 당시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단지 직장, 의무감, 소속감에 대한 욕구였다는 것이 그녀의 항변이다. 나치 만해의 규모와 잔학성은 종전 뒤에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17년 106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폼젤은 그저 평범한..

읽고본느낌 2023.01.02

독일의 과거 청산

지난 20일에 독일 법원이 2차 세계대전 때 나치 만행에 협력한 97세 할머니에게 유죄 선고를 내렸다. 이름가르트 푸르히너(Irmgard Fruchner)라는 할머니는 79년 전인 18세였을 때 나치 강제수용소 지휘관의 비서 겸 타자수로 일하면서 유대인 학살을 방관하고 조력한 혐의를 받았다. 당국의 끈질긴 추적 끝에 푸르히너는 작년에 체포되었고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푸르히너는 처음에는 자신에게 적용된 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나, 이번 재판에서는 과거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을 사과하고 그 시절을 후회한다며 참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독일은 나치에 소극적으로 협력한 이들에게도 엄격한 잣대로 죄를 묻고 있다. 그때로부터 80년이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전범을 추적하며 죄상을 밝히고 있다. 푸르히너의 ..

길위의단상 2022.12.25

독일과 일본

해외에 몇 번 나가보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나라는 독일과 일본이다. 독일은 24년 전에 갔는데 한 달가량 머물렀다. 독일이 통일된 지 4년이 지난 뒤였다. 첫인상은 질서정연한 나라라는 것이었다. 거리에서 제일 인상적인 것은 교통법규의 준수였다. 보행자가 지나가면 무조건 자동차는 정지하고, 스쿨버스가 서 있으면 아예 몇 미터 뒤에서 대기하는 광경은 너무 놀라웠다. 그런 사람 우선 문화가 부러웠다. 독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규칙을 잘 지키느냐고 직접 물어본 적이 있었다. 독일 사람이 착해서가 아니라 엄격한 법 집행의 결과라는 답을 들었다. 규칙을 어기면 필벌이 따른다. 그러면 원칙이 통하는 사회가 된다. 독일은 법가(法家)의 정신이 구현되는 나라라는 인상을 받았다. 너무 원칙대로 돌아가면 사회..

참살이의꿈 2018.01.27

하얀 리본

무겁고 우울한 영화다. 1910년대의 평화롭고 고요해 보이는 독일의 한 작은 마을, 마을 의사가 말을 타고 가다가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줄에 걸려 다치고, 연달아 방화, 사고사, 심지어 한 아이의 눈이 도려내지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나 범인은 알 수 없다. 다른 스릴러처럼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은 아니다. 누가 범인인지는 밝혀지지도 않는다. 조요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마을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과 억압의 구조, 그리고 어두운 인간 본성을 접하게 되면 마음이 착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1910년대의 독일의 작은 마을 이야기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도 통용되는 얘기이기에 영화의 메시지는 심각하게 받아들여진다. 마을은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속은 질식할 듯 답답하다. 전통과 ..

읽고본느낌 2010.07.16

1994 독일 연수기(2)

9/12/94 월 비 8:00. 덴마크에 인접해 있는 Flensburg로 이동. 독일 북부에 있는 역사가 오랜 국경 도시이다. 9:00. 과학 전시관인 PHÄNOMENTA 방문. Fiesser 교수의 설명을 듣고 전시실을 관람하다. 그는 감각을 통한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직 건설 중에 있는 이 전시관은 시민을 위한 개방된 과학 시설이라고 한다. 벽 속에 갇혀 있는 전시물이 아니라, 홀 가운데에 설치되어 시설물 전체를 만지면서 배우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건물이나 시설물이 그리 돈을 들이지 않았으면서도 관람객들이 스스로 생각하면서 과학적 원리를 터득하게 되어 있다. 점심 후 시내 가이드 관광. 그러나 희망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자유 시간을 주어서 대부분이 쇼핑하러 삼삼오오 헤어지다. 나를 포함해..

길위의단상 2010.02.22

1994 독일 연수기(1)

1994년에 전국의 과학 교사 40 명이 독일로 연수를 다녀왔다. 그해에 시작된 과학 교사의 해외 연수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운 좋게도 1차에 참가할 수 있었다. 처음 두 주 동안은 뒤스부르그 대학에서 연수를 받았고, 나머지 두 주 동안은 독일의 동서남북을 순회하며여러 시설들을 견학했다.그리고 주말에는 파리와 네덜란드 관광도 했다.나로서는처음으로 해외에 나가는 경험을 했으며 선진국의 문화를 접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실제로 과학 연수보다는 독일이라는 나라의매력을여러 방면에서 맛 본 것이 가장 큰 소득이었다. 그때 함께 했던 동료들이 처음에는 모임을 갖다가 지금은 흐지부지 되었다. 10년 뒤에 다시 독일을 가기로 했는데 역시 뜻대로 되지 못했다. 그때의 일기를 보며 아련히 추억할 뿐이다. ..

길위의단상 2010.02.22

고등어를 금하노라

책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좋은 책이란 차 한 잔 앞에 두고 저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다. 같이 웃고, 울고, 고개를 끄덕여주기도 한다. ‘고등어를 금하노라’도 그런 책이다. 저자는 독일 남자와 결혼해서 두 자녀를 두고 현재 독일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인이다. 한 개인으로서의 당당한 삶, 또 서로의 개성을 존중해주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가족의 모습이 부러웠다. 책에는 부부관계, 자녀관계, 환경문제, 과거청산, 시대의식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며 반성하게 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표지에 실린 네 가족의 소개만으로도 어떤 사람들인지 그려질 것이다. 고등학교 때 가족과 함께 독일로 이주해 35년을 독일에서 살았다. 칼스루에 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

읽고본느낌 2009.12.11

[펌] 독일에서 진보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나

‘진보는 앞으로 걸어가는 사람, 보수는 뭐, 고장 난 것 고치는 사람인가?’ 정도였지요. 한국에 살던 서른네 살까지의 나였습니다. 처절한 입시의 지옥을 통과하여 대학이라는 곳을, 그것도 데모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대학을 다녔습니다. 그러면서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미니스커트 위로 빨간 입술에 은빛 귀걸이 찰랑이며 노트 하나 살짝 옆구리에 끼고 다니던 여학생이 허름한 잠바차림에 화장기 없는 얼굴로 ‘독재타도’를 외치던 전투적인 그녀들보다는 좋았지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사사건건 사회의 비리를 들추며 이 사회를 쓰레기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불편했습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냐? 저 사람은 열등감이 많아서 그런가?’라며 나름대로 체제에 순응하며 양처럼 순하게 살았..

길위의단상 2009.10.31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 날짜가 비밀

‘독일교육 이야기’라는 블로그가 있다[http://blog.daum.net/pssyyt]. 독일에 건너가서 초등학교와 김나지움에 두 아이를 보내며 그곳에서 접한 독일교육 이야기를 전하는 어느 주부의 블로그다. 우리와는 다른 세상 이야기가 신기해서 가끔 들어가서 글을 읽는다. 그분이 전하는 독일교육 이야기는 한국교육의 현실과 대비되어 부럽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도대체 독일에서는 되는 일이 한국에서는 왜 안 되는 것일까? 얼마 전 글에는 ‘학생이 스트레스 받을까봐 시험 날짜가 비밀’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랐다. 간추린 내용은 이렇다. ‘어제는 작은 아이 반 학부모 회의가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선생님을 개인적으로 만나지는 않지만 한 학기에 두 번 정도 있는 학부모회의 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

길위의단상 2009.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