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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던 이가 빠지다

열 달 전부터 앞니 하나가 시큼거렸다. 신경이 쓰였지만 그럭저럭 견딜 만한 정도여서 치과에 가지 않고 버티며 지냈다. 병원 신세를 지지 않고도 저절로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한때는 잊어버릴 정도로 상태가 좋아지기도 했다. 이번 설날에 조상님 산소를 찾아 인사를 올리고 음복을 하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말썽을 부리던 앞니가 끝을 맞은 것이다. 손가락으로 당기니 쑥 하고 빠져나왔다. 저절로 수명을 다하며 자연사한 셈이었다. 이 정도 되기까지 참고 견뎠으니 어지간히 미련하다는 핀잔을 들었다. 진즉에 병원에 갔다면 빠른 조치가 가능하고 고생도 덜 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워낙 게으르고 병원에 가기 싫어하는 성격이라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다. 허나 병원에 간들 뽑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을 테니 약..

길위의단상 2024.02.13

병원에 안 가려는 이유

일주일 전부터 오돌토돌한 붉은 반점이 팔에 돋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퍼지더니 사흘째에는 다리에도 나타났다. 원인은 모르지만 두드러기인 것 같다. 우선 보기에 엄청 징그럽다. 다행히 간지러움은 심하지 않다.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먹으면 금방 낫겠지만 그냥 견디기로 한다. 며칠 더 고생하고 병원 신세를 안 지는 쪽을 나는 선택한다. 한 달 전에는 앞니 하나에 이상이 생겼다. 건드리면 아파서 양치질도 피해서 했다. 음식 먹는데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치과에 가는 대신 기다려보기로 했다. 날이 지나니 통증이 가라앉고 많이 진정되었다. 지금도 정상이 아니지만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 아마 치과에 갔다면 깔끔하게 임플란트를 하자고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이빨로 가능하면 버틸 수 있는..

참살이의꿈 2023.07.04

코로나 후유증일까

작년 8월에 코로나에 걸렸다. 열흘 동안 격리 생활을 한 후 두 주쯤 지나서 완전히 회복되었다. 사나흘째 되는 날부터 증상(열과 기침)이 심해져서 그 뒤 닷새 정도가 힘들었다. 병원에 가지 않았으니 그런대로 수월하게 통과한 셈이었다. 코로나 뒤에는 쉽게 피로해지면서 식욕 부진이 따라왔다. 그리고 두 달 정도 지났을 때 왼쪽 머리와 안면에 희미한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피부가 굳어진 느낌이랄까, 마치 창호지를 얼굴에 붙여 놓은 듯 감각이 무뎌졌다. 손으로 만지면 다른 사람 피부를 만지는 것 같았다. 몸 컨디션에 따라 심하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했다. 일상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니 신경을 끄고 지냈다. 이런 증세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으니 어느덧 아홉 달째다. 있는 듯 아닌 듯 미약해서 잊고 사는 때가 ..

길위의단상 2023.06.11

까불지 마라

그저께 아침에 일어나는데 휘청했다. 천정과 창문이 빙빙 돌면서 놀이기구에 탄 것 같이 어지러웠다. 다시 침대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한참 있으니 진정되었다. 어지럼증이 처음 나타난 건 8년 전이었다. 에버랜드에서 롤러코스터 등 신나는 놀이기구를 타며 젊은이 흉내를 내다가 식겁했다. 기구에서 내렸는데도 세상이 핑핑 돌며 멀미가 났다. 겨우 집에까지 운전을 하긴 했으나 몇 주 동안 어지럼이 사라지지 않아 혼이 났다. 그 뒤로도 일 년에 두세 차례는 어지럼증이 나타나 몇 주씩 괴롭히다가는 사라지는 게 반복되었다. 병원에 가서 뇌 CT를 찍었으나 이상은 없었다. 결국 이석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다행히 주기적으로는 나타나던 어지럼증은 3년 전쯤부터 소식이 끊겼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찾아온 것이었다. 비슷한..

참살이의꿈 2022.05.18

귓꺼풀도 있었으면

하느님이 인체를 기가 막히게 잘 만드셨지만 하나 아쉬운 게 있다. 눈꺼풀을 만드실 때 귓꺼풀은 왜 안 만드셨을까? 눈과 귀는 인간의 대표적인 감각 기관이다. 전방의 경계 초소와 같다.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약육강식의 험한 자연환경에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경계병도 쉬어야 할 때가 있다. 하느님은 눈을 위해 눈꺼풀을 만드셨지만, 귀는 소홀히 하셨다. 몸은 잠들어도 귀는 잠들 수 없다. 현대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은 피곤하다. 그중에서도 주범은 소음 공해가 아닐까. 도시인은 24시간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과도한 소음에 노출되면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일에 집중할 수 없다. 하느님은 선견지명이 그리 없으셨나. 이럴 때 귓꺼풀이 있어서 마치..

길위의단상 2021.08.24

손과 코

일전에 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가 고추 따는 일을 도와드렸다. 고작 두 시간 정도 되었을까, 고추밭에서 나오니 손톱에는 온통 풀물이 들어 있고, 양손의 엄지손가락이 얼얼했다. 고추를 따느라 엄지가 눌려서 압박을 받은 탓이었다. 나중에는 건드리기만 해도 아팠고, 그날 밤은 잠을 설쳤다. 사흘이 지난 아직까지 통증이 가시지 않고 있다. 손은 내 몸에서 콤플렉스 중 하나다. 내 손은 유난히 조그맣다. 여자 손보다 더 여자 같다는 얘기를 듣는다. 언제부턴가 나는 악수하기가 싫어졌다. 다른 사람의 크고 투박한 손에 잡히면 나는 이미 한 수 접히고 들어간다. 더구나 기를 죽이려는 듯 한 마디를 보태는 사람도 있다. "야, 남자 손이 뭐 이 모양이냐?" 아무리 감추려 해도 손을 통해 백면서생이라는 게 들통나 버린다. ..

길위의단상 2021.08.16

+5kg

보름 동안에 몸무게가 5kg이 늘었다. 대상포진이 준 선물이다. 이번 대상포진은 특이한 게 엄청나게 허기가 지고 엄청나게 잠이 왔다. 걸신들린 듯 먹었고, 낮밤 없이 잠을 잤다. 그 결과 몸무게가 최고치를 찍었다. 대상포진 전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식(小食)이었다. 아침에 누룽지죽, 점심은 밥 반 공기 정도, 저녁은 야채주스 한 잔이 고작이었다. 그게 속이 편하고 좋았다. 육체 활동이 많지 않으니 그 정도 음식이면 넉넉하다고 믿었다. 몸도 가뿐하고 좋았다. 그런데 영양 공급에는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크게 피곤한 일도 없었는데 대상포진에 걸리고 면역력이 약해진 것은 평소 식사량과 관련이 있지 않나 추측한다. 아내를 비롯해 주변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 대상포진에 걸리니 몸이 마구 음식을 ..

길위의단상 2021.05.06

내맘대로 건강법

나이가 나이인지라 친구들 단톡방에는 건강 관련 글이 자주 올라온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는 건강 상식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건강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데다 그 말이 그 말이어서 대부분 보지도 않고 삭제한다. 며칠 전에 한 친구가 허정 박사의 건강 비법이라면서 글을 하나 올렸다. 첫머리의 '자기 몸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기분 좋게 내 마음대로 사는 것이 건강의 비법'이라는 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적인 건강 상식은 무시하고 생긴 대로 살자는 것이다. 아무거나 잘 먹고, 잘 자고, 내 맘이 내키는 대로 살면 된다는 얘기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 너에게 맞는 식사법이 나에게 맞는 식사법과는 다르다. 획일적인 건강 상식은 없다. 박사의 건강법이 평소의 내 생각과 비슷해서 여기에 옮기며 내 생각을 첨부..

참살이의꿈 2021.03.24

넉 달만에 이발하다

오랜만에 이발을 했다. 지난해 추석 전에 이발한 뒤로 처음이니 넉 달만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하기 위해 외부인과 접촉을 마다하다 보니 이발소도 발을 끊었다. 넉 달이 지나니 머리칼은 귀를 전부 가릴 정도다. 보기에는 거칠어도 바깥출입해서 타인을 만날 일이 없으니 앞으로 몇 달은 더 버틸 수가 있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 조카 결혼식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깎으러 이발소를 가야 했다. 그동안 이발소보다는 미용실을 자주 이용했다. 이발소는 면도해 주는 게 영 불편했다. 나는 내 몸을 누가 만지는 게 아주 싫다. 이발소에서는 머리를 깎고나면 여자 면도사가 꼭 면도를 해 준다. 정성껏 털을 밀어준다고 볼을 잡아당기고 입술을 비틀기도 한다. 신경이 쓰여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저는 면도를 ..

길위의단상 2021.01.13

감기 불청객

몸이 부실해서 한 해에 두 번은 감기에 걸린다. 주로 가을에서 봄 사이에 찾아온다. 올 초겨울에는 독감에 걸려서 한 달 정도 고생했다. 그 뒤 봄에 또 한 번 감기에 걸렸고, 이번 가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일부러 무리한 일을 피하고 조심하는 데도 불청객은 어김없다. 며칠 전 사위와 밖에 나가 당구를 치고 맥주 두 잔을 마시고 밤거리를 걸은 게 전부였다. 다음 날 기력이 빠진 걸 느꼈지만 설마 감기에게 틈을 보이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이 정도를 가지고 콜록거린다면 세상 사람들은 매일 감기를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아프면 절실히 느낀다. 몸 튼튼한 사람이 제일 부럽다. 나는 선천적인 약골이다. 무리하면 어떤 후유증이 오는지 잘 안다. 그래서 조심하는 편인데 모르는 사람들은 엄살을 부린다고 말..

길위의단상 2019.11.18

60.4kg

몸무게가 지금 같이 떨어진 것은 기억에 닿는 한 전에는 없던 일이다. 오늘 아침에 체중계에 올라갔더니 60.4kg이 나왔다. 작년 이맘때 66kg이 넘었으니 6kg이나 빠진 셈이다. 겨울에는 활동량이 줄어드니 보통 몸무게가 늘어난다. 그런데 이번 겨울에는 반대다. 속병 때문에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서다. 소화가 안 되니 소식을 해야 하고, 기름진 음식은 먹지 못한다. 살이 안 빠질 수가 없다. 먹는 양을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빠져야 하는 게 맞다. 소화불량과 부글거림 증상이 이렇게 오래 가는 건 처음이다. 늙은이는 한 번 탈이 나면 회복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덕분에 좋은 점도 있다. 우선 몸이 가벼워서 경쾌하다. 65kg이 넘으면 둔하다. 느낌으로는 내 적정 체중이 61kg 내외인 것 같다. 나..

길위의단상 2019.02.15

허술한 몸

겨우 기력을 회복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독감에 걸린 지 이레째다. 올겨울은 잔병을 달고 지낸다. 한 달여 전인 12월 초에 찾아온 위염이 시작이었다. 소화가 안 되니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한 채 연말까지 지냈다. 덕분에 송년 모임은 참석할 수 없었다. 몇 차례는 취해서 해롱거렸을 텐데, 금주한 효과는 있었다. 속을 겨우 진정시켰더니 이번에는 독감이 기습했다. 산행 뒤 몸살이 나서 병원에 갔더니 A형 독감 판정을 받았다. 4년 전에는 집에서 미적대다가 폐렴으로 발전해 열흘간 입원하기도 했다. 이번에는 겁이 나서 바로 병원을 찾은 게 다행이었다. 독감 증세는 이제 정점을 지났다. 하지만 몸은 축 늘어진 상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이석증 증상이 재발했다. 너무 오래 침대에 누워 있었던 탓인지 고개를 돌리는..

길위의단상 2019.01.11

몸과 인문학

동의보감의 눈으로 본 문명 비평 에세이다. 고미숙 선생이 썼다. 신문에 연재된 칼럼이라 길이가 짧고 쉽게 이해된다. 대신 깊은 내용을 다루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글 내용은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시원하다. 여덟 개 목차는 몸과 몸, 몸과 여성, 몸과 사랑, 몸과 가족, 몸과 교육, 몸과 정치사회, 몸과 경제, 몸과 운명으로 되어 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우리는 우리 '몸'의 주인이 아니다. 병이 나면 의사와 의료기기의 처치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몸을 상품화하는 데도 기꺼이 동참한다. 우리가 겪는 숱한 질병과 번뇌의 원인이 여기서 시작한다고 지은이는 지적한다. 에서는 선생의 해박한 지식과 우리 사회에 대한 진단이 명료하게 읽힌다. 특히 스위트 홈이나 모성 신화를 거침없이 공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워낙..

읽고본느낌 2018.12.29

부끄러운 손

내 손은 여자처럼 작고 곱다. 신동문이 말한 '야위고 흰 손가락' 그대로다. 스스럼없는 사람은 악수할 때 놀리듯 말한다. "남자 손이 이렇게 곱다니, 쯧쯧" 그래서 악수하는 게 싫다. 남자의 크고 투박한 손에 갇히면 한방에 제압당하는 기분이다. 모임에 나가면 도착하는 순서대로 일제히 악수를 하게 된다. 고역이다. 나는 통로에서 멀찍이 자리 잡고는 손 흔들기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때도 가능하면 핑계를 대고 악수를 피한다. 못난 손을 의식하게 된 건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다. 어렸을 때는 작고 흰 손이 자랑스러웠다. 공부하는 사람의 손이라고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노동과 거리가 먼 손이 결코 자랑스러울 수 없음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아채게 되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유약한 백면서생이라는 증거..

참살이의꿈 2015.12.16

유방 / 문정희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드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을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꼭꼭 싸매놓은 유방 누구에게나 있지만 항상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어 마치 수치스러운 과일이 달린 듯 깊이 숨겨놨던 유방 우리의 어머니가 이를 통해 지혜와 사랑을 입에 넣어주셨듯이 세상의 아이들을 키운 비옥한 대자연의 구릉 다행히 내게도 두 개나 있어 좋았지만 오랜동안 진정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것이었고 또 아기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 지금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시읽는기쁨 2013.09.04

여행 후유증

캐나다와 미국 여행에서 돌아왔지만 시차로 인한 후유증이 크다. 낮에 찾아오는 두통과 잠이야 억지로 견딘다지만 한밤중에 깨어나 말똥말똥해지는 건 무척 기이한 경험이다. 어느덧 닷새 째다. 나 같은 잠보가 이러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않았다. 캐나다로 갔을 때는 몸살이 나서 계속 감기약과 수면제를 먹고 잤기 때문이었는지 시차를 거의 느끼지 않았다. 열흘 동안 그쪽 리듬에 적응했는데 다시 원대복귀 되었으니 몸이 놀랄 만도 하다. 이놈의 주인이 미쳤나, 하고 헷갈릴 것이다. 오늘도 2시에 깼는데 도저히 잠이 들 것 같지 않았다. 네 시간밖에 자지 않은 셈이다. 밤 2시는 LA에서는 아침 9시에 해당되는 시간이다. 막 활동을 시작했을 때이니 잠이 들 리가 없을 것이다. 한 시간 동안 뒤척거리다가 결국은 불을 켜고 책..

길위의단상 2013.03.08

이런 몸을 가지고

중국에 다녀온 뒤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인데도 난방을 때고 겨울 이불을 꺼내 덮었다. 이틀을 끙끙거린 뒤 다행히 열은 내렸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이빨도 탈이 났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하나에서 통증이 왔다. 혀만 스쳐도 아픔이 더 했다. 다른 하나는 찬 게 닿으면 견딜 수 없게 욱신거렸다. 치과에 갔더니 둘 다 신경 치료에 대수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한 개까지 세 개의 이빨을 치료하는데 거금 150만 원이 들었다. 지금도 병원 왕래 중이다. 이 모든 게 중국 여행의 여파인 것 같다. 피로 누적이 몸살과 이빨의 병으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너무 더워서 찬 아이스케키를 마구 깨물어 먹었다. 평소 부실했던 이빨이 이때다, 하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길위의단상 2012.08.12

몸에서 배우는 지혜

틱낫한 스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다. 어느 날 스님이 벽에 그림을 걸기 위해 망치로 못을 박고 있었다. 그런데 잠깐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못을 잡고 있는 왼손을 망치로 치게 되었다. 그 순간 오른손은 망치를 내던지고 왼손을 꼭 움켜쥐더라는 것이었다. 또, 왼손이 오른손에게 넌 왜 그렇게 일을 하느냐고 나무라지도 않았다. 왼손이 "오른손! 네가 내게 잘못했어. 나는 정의를 원해. 망치를 이리 내!"라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왼손과 오른손은 하나라는 것을 서로 알고 있다. 그러므로 화가 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이 서로 한몸임을 안다면절대 싸우지 않을 것이다. 기독교인과 이슬람교인,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왼손이 기쁘면 오른손도 기쁘고, 왼손이 고통스러우면 오른..

참살이의꿈 2012.06.19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똥은 귀하게 대접받았다. 벌거숭이 아이들이 골목에다 똥을 누면 일차적으로 개들의 먹이가 되었고, 그렇지 않으면 지나는 어른들이 삽으로 떠다 거름에다 던져 넣었다. 오죽했으면 다른 집에 가더라도 똥은 내 집에 와서 누라는 말이 있었겠는가. 똥은 거름으로 되어 땅을 살찌우고 영양가 있는 먹을거리를 생산한다. 사람은 그 먹을거리를 먹고 다시 똥을 눈다. 옛날에는 그렇게 생태적으로 완벽한 순환계가 이루어졌다. 쓰레기나 폐기물이란 있을 수 없었다. 똥이 처치 곤란한 혐오물이 된 것은 도시가 발달하면서부터였다. 거리에 쌓이는 똥 때문에 하이힐이 생기고 향수가 생겼다는 설도 있으니 말이다. 결국 수세식 화장실이 발명되었지만 정화조와 하수처리장을 거치면서 소비되는 어마어마한 물과 환경오염을 생각..

길위의단상 2009.12.07

자각증상

일주일 가까이 입술이 부르터 있더니 이제야 아물어간다. 평상시 크게 무리되는 생활을 하지 않으니 피곤해서 입술이 부르트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럴 징조가 보이면 몸을 사리며 조심한다. 그런데 이번에 오랜만에 입술 양쪽이 부르텄다. 연일 바빴던 탓에다 지난 일요일에는 직장에 나가 근무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 일은 예상외로 힘이 들었고 내 체력에는 무리가 되었다. 의학용어 중에 자각증상이 있다. 자각증상은 몸에 이상이 생기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몸의 경고 신호다. 대부분의 병에는 미리 이런 자각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몸살기가 생기거나 입술이 부르트는 것은 네 생활을 몸이 감당할 수 없다는 사인으로 보면 된다. 그러므로 자각증상은 고맙고 감사한 현상이다. 몸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방비해주는 역할을 ..

길위의단상 2008.05.03

생체 리듬을 생각한다

예전에 바이오리듬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바이오리듬은 인간은 누구나 출생할 때부터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신체 리듬, 감성 리듬, 지성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이다. 세 곡선은 출생과 동시에 제로 지점에서 출발해 주기의 변화없이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그래서 간단한 계산만으로 사람의 에너지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운동 선수의 컨디션 체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심신이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 원리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었다. 처음에는 나도리듬 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에 적용해 보려고 했지만 곧 시들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어떤 리듬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젊었을 때..

길위의단상 200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