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의단상

생체 리듬을 생각한다

샌. 2007. 9. 29. 13:55

예전에 바이오리듬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바이오리듬은 인간은 누구나 출생할 때부터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신체 리듬, 감성 리듬, 지성 리듬의 지배를 받는다는 이론이다. 세 곡선은 출생과 동시에 제로 지점에서 출발해 주기의 변화없이사람의 일생을 지배한다. 그래서 간단한 계산만으로 사람의 에너지 상태를 측정할 수 있고, 운동 선수의 컨디션 체크 등 여러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심신이 어떤 리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동감하지만 그 원리가 이렇게 단순하다는데 대해서는 의문을 가졌었다. 처음에는 나도리듬 상태를 확인하고 생활에 적용해 보려고 했지만 곧 시들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우리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어떤 리듬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젊었을 때보다는 나이가 드니까 그런 주기에 대해 더 실감하게 된다. 물론 사람마다 리듬의 강도나 주기가 다를 수 있겠지만 몸으로 경험하는 강약의 변화는 누구나 느끼리라고 본다.몇 주간의 신체적 상승기가 있고, 그리고 이어지는 하강기가 분명히 있다. 그것은 마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또는 감정적 고양기와 침체기가 반복해서 나타난다. 이런 변화를 세밀히 관찰하고 기록한다면 내 리듬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만약 그리 된다면 내가 누구인지도 좀더 드러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가 볼 때 이런 주기성은 호르몬 분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리라 추측된다. 또한 호르몬 분비의 주기성은 생명체에 대한 우주적 리듬과 관계가 있지 않나 싶다. 달의 공전 같은 천체의 움직임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일정 부분 밝혀진 것 같다. 앞으로 과학적으로 더 해명될 소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도 우리 인간은 결코 우주와 분리된 독립된 존재가 아니다. 현대문명이 생겨나고, 그리고 자연 파괴 같은 심히 우려되는 인간 활동들 조차 어떤 점에서는 우주 의지의 작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는 잠자리에 꿈이 자주 나타난다. 하루밤에도 몇 가지씩의 꿈을 꾼다. 꿈도 어느 시기에는 거의 나타나지 않다가, 어떤 때는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꿈을 꾸는 것도 불규칙적이긴 하지만 어떤 주기성이 있음을느끼게된다. 그래서 꿈도 생체 리듬과 어떤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요사이 꾸는 꿈의 내용은 모두가 우울하고 답답한 것들이다. 잠에서 깨고나면 기분이 영 좋지 않다. 꿈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도 찜찜한 기분만은 남아있다. 어제 밤에는 세계의 종말을 경험하는 꿈을 꾸었다. 하늘에는 짙은 먹구름이 덮이고, 땅이 흔들리고, 바닷물이 넘쳐오르며 모두가 안절부절 죽음을 맞이하고 있었다. 집안에서도 마치 괴기영화 같은 장면들이 벌어졌다. 너무나 놀라웠고 무서웠다. 꿈에서 깨어나서도 한참을 먹먹히 있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꿈들이 요사이 내 육체적, 정신적 상태와 관련이 있으리라고 보여진다. 그래서 불현듯 내 바이오리듬이 어떤지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사실 심신의 양면에서 지금은 무척 힘들다. 이것은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가을병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인생 자체가 긴 주기, 짧은 주기를 가진 온갖 파동들의 합체라고 할 수 있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고, 내리막이 있으면 오르막이 있다. 침체기는 절정기의 반작용일 뿐이다.그런 리듬을 믿는다면 견뎌내지 못할 것은 없다고 본다. 자위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리듬을 믿기에 이 힘든 계절도 무난히 넘어가리라 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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