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8

설봉공원에서 놀다

이천에 볼 일이 있는 아내와 동행했다가 - 운전기사 역할로 - 남는 시간에 설봉공원에서 혼자 놀았다. 다른 때 같으면 공원의 호수 둘레를 걷든지 설봉산에 오르든지 했을 텐데 이번에는 동선이 적은 쪽을 택했다. 어제 서울에 나갔다가 너무 늦게 들어와서 몸이 피곤해서였다. 설봉공원 안쪽에 들어갔더니 '이천 시립 월전미술관'이 있었다. 월전(月田) 장우성(張遇聖, 1912~2005) 화백의 작품을 상시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그림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시간 여유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미술관 뒤에는 월전의 작업실을 재현해 놓았다. 1996년의 작품 '야매(夜梅)'다. 달 밝은 밤에 핀 백매(白梅)를 그렸다. 淸影淸影 月明人靜夜深 맑은 그림자여 맑은 그림자여, 달 밝고 인적 없는 야심한 밤 1994년 작 '매..

사진속일상 2022.08.26

파란에서 부활로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류인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2020.5.19 ~ 10.4]. 전시 주제가 '파란에서 부활로'이다. '파란'은 한자로 '破卵'으로, '알을 깨고 나온다'는 뜻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말인 듯하다. 류인(柳仁, 1956~1999)은 요절한 천재 조각가다. 40대 초반에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고작 10여 년간 활동을 하면서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전통적 방법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구사하여 한국 현대 구상조각의 독보적 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입방체 속에 갇힌 인간이 굴레를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을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제목에 '입산(入山)'이나 '파란(破卵)'이 들어간 연작이 여럿 있다. 무척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속일상 2020.08.13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문명: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 사진전을 관람하다. 32개국, 130여 명의 작가들이 3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선보인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인간이 만든 문명을 바라보면서, 우리 삶의 모습을 확인해 보는 사진전이다. 작품은 8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져 있다. 벌집(Hive) 따로 또 같이(Alone Together) 흐름(Flow) 설득(Persuasion) 통제(Control) 파열(Rupture) 탈출(Escape) 다음(Next) 다양한 사진이 모여 있어서 문명의 파노라마를 보는 것 같다. 인간의 능력에 감탄하면서, 또한 문명의 그늘에 어두워진다. 인간의 획일화나 탈개성화에 대한 경고를 자주 볼 수 있다. 자연 파괴를 고발하는 사진은 거의 안 보인다. 너무 디스..

사진속일상 2019.02.12

양주 나들이

바깥바람을 쐬러 아내와 양주로 나들이 나갔다. 장욱진미술관에 들렀는데 마침 '장욱진과 백남준의 붓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장욱진(張旭鎭, 1917~1990) 화백은 이름만 알고 있을 뿐, 삶이나 예술 세계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전시장에서 그림과 생애를 보면서 화가의 예술혼을 가진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장 화백은 생애의 대부분을 한적한 시골 화실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치열하게 창작활동에만 전념하신 분이다. 기본 사상에는 불교적 세계관이 깔려 있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백남준과 공통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작품은 주로 소품이고 정겹다. 전시장도 단순하며 깔끔하다. 백남준의 그림인데 '가나다라 부처'라는 제목이 붙여져 있다. 손이 여러 개인 걸로 보아 천수관음불이 아닌가 싶다. 그림이 천진..

사진속일상 2018.09.20

우리 동네 미술관

올해 못 본 단풍을 느지막이 우리 동네 미술관에서 보다. 영은미술관, 우리 동네에 있는 유일한 미술관이다. 작품 전시보다는 창작 스튜디오 기능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좋은 일을 하고 있다. 우리 같은 일반인에게는 좀 거리가 멀다. 영은미술관은 정원이 넓고 예뻐서 찾는다. 분위기 좋은 카페도 있다. 미술관 정원에 흰 공 모양의 작품이 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이 몸을 둥글게 말고 있는 형태다. 그런데 제목이 'Moon'이다. 예술가의 눈은 기발하다, 달을 웅크린 사람 형상으로 보다니.... 한참을 보니 마치 알 속에 든 사람 같다. 그럼 달은 생명을 품은 알이란 뜻인가. 달은 지구 어머니가 낳은 알이다. 우리 지구를 형상화한다면 어머니가 어..

사진속일상 2014.11.11

르누아르

밝고 화사한 세계를 만나고파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르누아르전을 찾았다. 고등학교 미술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르누아르 작품은 밝은 색감과 명랑한 분위기, 곱고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들로 내 눈을 사로잡았다. 그뒤로 르누아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서양화가가 되었다. 얼마 전에도 뱃놀이하는 즐거운 풍경을 담은 그의 그림의 복제본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삶의 밝은 면만 부각시키는 귀족풍의 화려한 그림은 현실 인식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그가 그린 것은 비현실적인 이상향일 뿐이다. 이런 것이 그의 그림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꿈, 특히 여성들의 로망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인정을 해 주어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것 역시 우리 내면 모습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르누아르 전시회가 열린다는 소식..

읽고본느낌 2009.08.18

루오

100여 km를 달려 대전까지 간 것은 루오(G. Rouault)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현재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조르주 루오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루오는 예수를 비롯한 종교화와 사회 밑바닥 계층의 사람들을 많이 그렸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미제레레’ 연작 등 종교성 짙은 그림들과 루오가 사랑한 광대, 매춘부, 가난한 사람들의 그림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정물화와 풍경화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루오는 가난하고 천대 받는 사람들에서 영혼의 빛을 발견했다. 대신에 부자들과 권력을 잡고 있는 사람들은 멸시했다. 판사들, 오페라 극장의 귀빈석에 앉아있는 부르주아들의 얼굴은 탐욕스럽고 기괴하게 일그러진 채 그려져 있다. 대신에 곡마단 소녀의 얼굴은 예수의 얼굴을 닮아있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

읽고본느낌 2006.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