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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가 쏟아지다

태풍이 지나가고 나니 장맛비가 쏟아진다. 오늘 새벽부터 지금까지 서울 지방에는 시간당 최고 40 mm의 비가 내려 총 250 mm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경기 북부에 집중되었는데, 고양에는 한때 시간당 100 mm에 달하는 비가 퍼부어 몇 시간 동안에 총 300 mm 이상 내렸다. 지하철역이 침수되어 3 호선 지하철이 불통되고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비가내리는 날이면 물에 취약한 터가 늘 걱정이 된다. 내 염려 여부와 관계없이 내릴 비는 내릴 테고, 피해 하나라도 줄이지 못할 것이지만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것이 거기에 매달려 불안하기만 하다. 좁은 땅이지만 자연 재해는 우신(雨神)이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희비 쌍곡선을 그리게 된다. 오늘은 대규모 FTA 반대 집회가 이곳 광화문을 중심으로 예정..

사진속일상 2006.07.12

장마가 그린 그림

지난 주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최근에는 장마의 시작과 끝도 불명확해져 기상 관계자들을 당황케 한다고 한다. 게릴라성 폭우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기 때문이란다. 어찌 됐든 기상학적으로는 한반도가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고 있는 기간이 장마철이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다만 장마 끝, 햇빛 쨍쨍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들어맞지 않는다. 밤에 비를 뿌리더니 오늘 낮은 하루 종일 이슬비가 오락가락한다.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다. 길 위에 고여있는물에떨어지는 빗방울이 둥근 파문을 만들고 있다.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이 순간 아름다운 그림으로 변했다. 무엇인가에 젖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일생에 한 번은 무엇엔가에 온전히 젖어볼 일이다. 내가 너에게 온전히 젖을 수 있다면 내 삭막한 마음에는 너를 그리..

사진속일상 2006.06.26

비 와서 흔들리는 날

저기압이 다가오고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진다. 스스로를 어떻게 통제할 수 없을 만큼 가라앉아 버린다.신경은 날카로워지고 불안한 마음은 어디에도 머물지 못하고 이러저리 방황한다. 일상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고 헝클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이것은 나만의 독특한 현상인 것 같다. 예전에는덜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이런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아내는 다시 사춘기로 돌아가느냐며 착각하지 말라고 놀리지만 결코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다. 이런 날은 종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도 싫다. 돌아보니 옛날에도 그런 증상이 있었다. 차를 몰고 출퇴근을 하던 때, 비 오는 날이면 퇴근길에야외로 드라이브를 나가고는했다. 몇 시간을 돌아다니다 집에 들어왔다. 그때는 차창에 쏟아지는 ..

사진속일상 2006.06.08

비 오는 날의 막걸리

비 오는 날은 괜히 기분이 우울해진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괜히 신경이 예민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은 일에 서로가 얼굴을 붉히는 일도 생긴다. 오늘도 몇 가지 충돌이 있었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리고 바람도 거세다. 마음은 어디론가 붕 떠서 날아간다. 이런 날은 마음이 맞는 사람과 만나 커피도 좋고 막걸리도 좋고 비 내리는 창가에 앉아 말 없이앉아있고 싶다. 아무 말이 없어도 아무 부담감이 없는 그런 사람의 얼굴을 마주보고 싶다. 아내와 마주 앉았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옛 팝송을 틀어놓고, 막걸리에 호박 부침개를 앞에 놓았으니 모든 게 갖추어졌다. 어디선가 조사한 것을 보니까 남자들이 배우자로서 제일 원하는 것이 친구 같은 아내라고 한다. 공감한다. 젊었을 때는 애인 같은 아내를..

사진속일상 2006.05.22

봄비가 촉촉이 내리다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남쪽 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은데 이곳은 무엇이 그리 조심스러운지 곱게만 내린다. 초봄이면 늘 가뭄에 시달리는데 그래선지 이맘 때 내리는 비는 모두에게 반갑다. 사무실 앞 활짝 핀 목련과 이제 막 개화를 시작하는 매화가 봄비를 맞으며 환하게 웃고 있다. 남녘은 이미 매화가 졌겠지만 여기는 이제 시작이다. 느릿느릿한 봄의 여신의 발걸음이 드디어 이곳에도 도착했다. 온 들판을 눈부시게 장식하는 꽃의 향연이 아니면 어떠랴. 한 그루의 매실나무, 한 송이의 매화에도 온 봄의 정기가 담겨있는 것을. 이런 날은 봄이 오는 들길을, 아니면 호젓한 산길을 걷고 싶다. 도시의 매연 냄새 아직 모르는 공기로 호흡하며, 온통 살아있는 존재들의 숨소리 듣고 싶다. 저 질식할 것 같은 벽돌길 대..

사진속일상 2006.04.04

300mm

어제 저녁부터 오늘 아침 사이에 전주에는 300mm 가까이 되는 비가 내렸다. 밤 내내 줄기차게 내리는 빗소리 때문에 여러 번 잠을 깨었다. 무슨 사고라도 날 것 같은 두려움도 들고, 괜히 천둥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새벽이 되니 어디선가 계속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웃 주택가에서 침수가 시작되어 대피하라는 경고 사이렌 소리였다. 아침에 나가보니 골목은 온통 물로 가득했다. 자동차는 반 이상 물에 잠겨있고, 골목으로는 보트가 왔다갔다 하고 있다. 그것도 물이 많이 빠진 게저 정도라니 새벽에는 얼마나 혼란스러웠을지짐작이 된다. 저 골목 오른쪽에 처가쪽 큰집이 있는데 방으로 물이 들어와 지금 식구들이 옥상에 대피해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가까이 가 볼수가 없다. 이곳은 저지대라 늘 ..

사진속일상 2005.08.03

비 오는 날의 공상

봄비가 내린다. 어제 저녁에 시작된 비가 밤새 내리더니 오늘 낮까지 이어진다. 지금은 이슬비로 변해서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안개에 잠긴 듯 희뿌옇다. 며칠간 계속되던 더위가 도망을 가 버렸다. 또한 농촌에는 고마운 단비가 될 것이다. 밭에 심은 모종들이 건조한 태양의 열기를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이제 생기를 되찾을 것이다. 봄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공상에 잠긴다. 이런 날은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서 한적한 바닷가에 가고 싶다. 그리고 인적 드문 해안가를 쓸쓸히 걷고 싶다. 옆에는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 말이 없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그냥 옆에 있는 것만으로 반가운 사람이다. 바닷가 작은 카페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마시면 마음까지 따스해질 것이다. 넓은 유리창으로는 빗줄기가 사선을 그으며 낙..

길위의단상 2005.05.06

빗소리 / 주요한

비가 옵니다 밤은 고요히 깃을 벌리고 비는 뜰 위에 속삭입니다 몰래 지껄이는 병아리같이 이즈러진 달이 실날 같고 별에서도 봄이 흐를 듯이 따뜻한 바람이 불더니 오늘은 이 어둔 밤을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다정한 손님같이 비가 옵니다 창을 열고 맞으려 하여도 보이지 않게 속삭이며 비가 옵니다 비가 옵니다 뜰 위에 창 밖에 지붕에 남 모를 기쁜 소식을 나의 가슴에 전하는 비가 옵니다 - 빗소리 / 주요한 겨울비가 내린다. 멀리서 올라오고 있는 봄을 재촉하듯 조용 조용히 겨울비가 내린다. 비에 젖고 있는 도시의 밤 풍경에 한 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친구는 비가 올 때면자주 이 시를 읊었다. 얼마나 들었는지 나중에는 나도 외우게 되었다. 뒤에 친구가 이 시를 좋아하게 된 사연을 듣고는 실소하게 되었지만.....

시읽는기쁨 2005.02.15

봄비의 속삭임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도시의 보도 블록 위로 비가 내린다. 도시의 소음에 묻혀 소리도 없이 비가 내린다. 시멘트 틈 사이로 얼굴을 내민 작은 생명에게는 단비가 되어 내린다. 그 위를 지나가는한 사람의 발걸음이 바쁘다. 이런 날은 산골에 있는외딴 집 툇마루에 앉아 빗소리만 듣고 싶다. 황토 마당에 구멍을 내며 떨어지는 낙숫물 소리만 듣고 싶다. 세상에서 멀어지면 더 이상 사람 때문에 외로워지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쉼없이 내리는 봄비는 자꾸만 나에게 속삭인다. 이젠 돌아가라고, 무거운 짐 벗고 이젠 홀가분해 지라고.....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 나 홀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

사진속일상 2004.05.28

이젠 止雨祭라도....

오늘도 야속한 비가 내리고 있다. 하늘이 원망스럽다. 농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지, 태풍 `매미`로 불의의 재난을 당한 이웃들의 울음이 들리지 않는지 하늘은 무심하기만 하다. 그분들의 고통이 어찌 나와 무관하겠는가? 나에게 피해가 없다고 안도할 수 만은 없다. 내가 겪어야 할 고통을 그분들이 대신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태풍의 각도가 조금만 어긋났더라도 지금 눈물을 흘릴 사람은 달라졌을 것이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가 생각난다. 수용소 안의 유대인들을 향하여 겨누어진 총구, 누구가 선택되는가는 그저 우연일 뿐이다. 한 사람의 죽음은 그의 불행이기 이전에 이웃의 고통을 대속하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 조차 절대로 지금의 나와 무관한 것이 아니다. 겉으로만 본다면 우리는..

참살이의꿈 2003.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