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날은 떠나가는 옛 사랑이 뒤돌아보며 보이는 씁쓸한 미소라면, 11월의 마지막 날은 미련 없이 돌아서는 옛 사랑의 뒷모습이다. 11월은 이 계절만이 가지는 쓸쓸한 아름다움이 있다. 주변은 떠나가는 것들의 따스한 송별사로 가득하다. 애잔한 여운을 남기는 11월의 쓸쓸함이 좋다. 음식이 오래 씹을 수록 단맛이 나듯 쓸쓸함도 그러하다. 한 장 남은 달력의 아쉬움도, 쓸쓸함과 다불어 함께 즐길 일이다. 11월의 마지막 날, 여주의 한 카페에서 에스프레소, 카페라떼, 목련차, 셋이 마주보며 앉다. 인생이라는 길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생각한다. 깊은 허공 같은 무상(無常)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