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57

사피엔스

다섯 달 전에 이 책을 사서 읽었다.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흥미도 있어 단숨에 독파했다. 인간 진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 많아 책상 위에 두다가 이번에 다시 한 번 읽어 보았다.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이라는 부제대로 동물에서 출발한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정복자가 되었는지를 묻고 밝힌다. 지금 우리는 자연선택에 의한 유기적 생명의 시대에서 지적 설계에 의한 비유기적 생명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사피엔스가 근본적인 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위험한 불장난으로 인류가 멸종하지 않는다면 사피엔스는 전혀 새로운 종으로 대체될 것이다. 사피엔스의 종말이 눈앞에 왔다. 아마 우리가 사피엔스의 거의 마지막 세대에 가까워졌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20만 년 전에 등장해서 지..

읽고본느낌 2017.06.13

유방

진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군웅들이 할거하며 다투다가 한나라 고조가 등장하는 과정은 거대한 토너먼트 시합 같다. 마지막 결승에는 유방과 항우가 겨룬다. 약 2,200년 전 이 시기가 중국 역사에서 제일 드라마틱했다고 말할 수 있다. 중국 영웅열전 중 한 권인 을 읽어보게 되었다. 초와 한의 쟁패에 대해서는 유방, 항우, 한신 등에 관한 단편적인 일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전체적인 윤곽이 잡힌다. 각 인물의 특성도 어느 정도는 드러난다. 주인공은 유방이지만 사실 항우에 더 호감이 간다. 유방이 술수에 능하고 고단수라면, 항우는 우직 단순하다. 무식하면서 고집이 센 것이 병통이었다. 그것 때문에 늘 전투에 이기면서도 결국 유방에 패배했다. 지략 싸움에서 진 것이다. 유방에게는 장량, 소하 같은 ..

읽고본느낌 2016.12.16

춘추전국 이야기

공자(BC 551~479)는 춘추시대 후기에 살았다. 시대 구분을 보면 춘추시대는 주나라가 수도를 낙읍으로 옮긴 BC 770년에서 BC 403년까지, 전국시대는 BC 403년에서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한 BC 221년까지다. 공자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시대 배경을 알아야겠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는 공원국 선생이 쓰고 있는데 전체 12권으로 계획되고 있다. 현재 9권까지 출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이번에 3권까지 읽었다. 춘추오패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1권이 제(齊) 환공, 2권이 진(晉) 문공, 3권이 초(楚) 장왕을 다루고 있다. 춘추시대 중기까지의 이야기가 나온다. 주나라의 세력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제후국이라는 명분이 유지되고 있던 때가 춘추시대였다. 형식적이었다해도 주로부터 권위..

읽고본느낌 2016.09.04

진리의 역설

오래된 노트를 열어보다가 메모해 둔 찰스 비어드의 글을 보았다. 찰스 비어드(Charles A. Beard, 1874~1948)는 미국의 역사학자로 역사 연구에 있어 객관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실증주의에 반기를 들고, 현대 역사 연구에서 중요한 학파인 상대주의 사관을 만든 사람이다. 이 사관은 역사 연구에서 완벽한 과거 복원을 불가능하고, 역사가의 주관적 판단이 필연적으로 개입된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찰스 비어드는 평생 역사를 연구해서 '진리의 역설'로 불리는 다음 네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1. 하느님은 멸망시킬 자에게 권력을 줘 날뛰게 한다. 2. 심판의 맷돌은 더디게 돌지만 아주 작은 것까지 간다. 3. 벌은 꿀을 도둑질해서 꽃을 피운다. 4. 어둠이 짙어야 별을 볼 수 있다. 겉으로 보이는 ..

참살이의꿈 2016.07.06

광기와 우연의 역사

책을 한참 읽다 보면 낯익은 느낌이 들 때가 가끔 있다. 전에 읽었던 책임을 늦게서야 알아챈다. 옛날에 읽었던 책이란 걸 알면 왠지 싱거워져서 덮기도 한다. 이 책도 그러했지만 워낙 재미가 있어서 놓을 수가 없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필력 때문이다. 1881년에 태어난 츠바이크는 뛰어난 문장과 재미있는 내용으로 명성을 떨친 작가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통합된 유럽이 만들어지리라는 희망에 부풀었지만, 히틀러가 등장하자 영국으로 망명하고 다시 브라질로 이주한다. 결국 나중에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절망에 빠져 1942년에 아내와 함께 자살한다. 츠바이크는 진보적 사고와 휴머니즘적 이상을 지녔던 작가였다. 1927년에 나온 는 세계사의 극적인 순간 열두 장면을 선정해서 마치 영화를 보듯 재현해 놓았다. 제목..

읽고본느낌 2016.02.22

나의 한국현대사

제주도에서 저녁 시간에 틈틈이 읽은 책이다. 유시민 작가가 자신이 태어난 1959년부터 2014년까지 55년의 한국 현대사를 본인의 경험을 중심으로 기록했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역사를 접할 수 있다. 같은 1950년대에 태어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유 작가의 유려한 문장 덕분인 건 물론이다. 책은 다음과 같은 여섯 장으로 되어 있다. 제1장 역사의 지층을 가로지르다: 1959년과 2014년의 대한민국 제2장 4.19와 5.16: 난민촌에서 태어난 이란성 쌍둥이 제3장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 절대빈곤, 고도성장, 양극화 제4장 한국형 민주화: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한 민주주의 정치혁명 제5장 사회문화의 급진적 변화: 단색의 병영에서 다양성의 광장으로 제6장 남북관계 70..

읽고본느낌 2016.01.17

대한민국은 왜?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하는 집단은 학생들에게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 쪽 교과서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을 부각해 자기부정적 관점을 심어주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역사를 자기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독재자의 공통된 특징이다. 그리고 진실은 늘 불편한 법이다. 김동춘 선생이 쓴 는 지금 우리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찾아본 책이다. 집권 세력이 볼 때는 매우 마땅찮아 할 것 같다. 지금 한국에서는 강자는 무한대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반면, 약자는 비인적인 삶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이나 알 권리보다 권력자의 체면이, 국민의 안전보다 기업의 이윤이 중요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철저히 무시된다. 이런 나라를 '국가'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고 지은이는 묻는다. 8.1..

읽고본느낌 2016.01.03

품인록

중국에서 고전 대중화의 길을 개척하고 TV 강의를 통해 학술 스타로 각광받고 있다는 이중톈[易中天] 교수가 쓴 책이다. '중국 역사를 뒤흔든 5인의 독불장군'이라는 부제로 항우, 조조, 무측천, 해서, 옹정제의 인물 품평을 다루었다. 인물 중심이라는 점에서 일반 역사서와는 좀 다르다. 그래서 제목이 '품인록(品人錄)'이다. 중국에서 인물 품평은 고대로부터 내려온 전통인데 위진 시대에는 하나의 미덕이 되었다고 한다. 당시 비평가들은 시적 감수성으로 인물을 평했다. "솔 아래 부는 바람처럼 소슬하다", "아침놀이 떠오르는 것처럼 당당하다", "봄날 버들처럼 산뜻하다" 등으로 묘사했다. 그런데 현대에 들어 인물 비평이나 감상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쉽다면서, 그것이 이 책을 쓴 동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

읽고본느낌 2014.10.09

인포그래픽 세계사

흥미로운 책이다. 138억 년 전의 빅뱅부터 현재까지 우주와 인간 역사에서 중요한 내용을 100개의 인포그래픽으로 아름답게 담아냈다. 기존의 역사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재치가 돋보인다. 는 지금과 같은 영상의 시대에 알맞은 책이다. 인포그래픽(Inforgraphic)은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그래픽(Graphic)이 결합한 말이다. 그림과 도표를 이용해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기 쉽게 보여준다. 그림만으로도 솔찮게 재미있다. 인포그래픽에는 디자인적 요소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는데 기발한 착상이 무척 신선하다. 인포그래픽의 장점은 사실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세계사는 인류 등장 이전, 문명 등장 이전, 1900년 이전, 현대 세계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

읽고본느낌 2014.08.26

[펌] 아이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이유

친일과 반공의 역사를 미화한 교학사 역사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들이 격렬한 반대 여론에 결국 채택을 철회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역사교과서를 반대하는 걸까. 왜 우리는 ‘친일’과 ‘반공’의 역사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걸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일본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 ‘공산주의를 반대해선 안 된다’고 가르치려는 걸까. 우리가 친일과 반공의 역사를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그게 실은 민족의 문제도 이념의 문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에서 그리고 남한에서 소수의 지배세력이 대다수 인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역사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상황, 어떤 방식으로도 소수의 지배세력이 대다수 인민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일은 잘못이며, 그런 역사에 굴종해선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려는 것이다. 우리가 ..

길위의단상 2014.01.15

함석헌 읽기(14) -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함석헌 저작집 30권 중에서 1권부터 13권까지를 읽었다. 처음에는 전집을 모두 읽겠다고 했지만, 점점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져 뒷부분은 관심 있는 부분만 골라 읽기로 했다. 선생의 대표 저작이 이 다. 선생이 역사를 보는 키워드는 의미와 고난이다. 모든 역사에는 뜻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기독교인인 선생은 하나님 섭리의 관점에서 역사를 해석한다. 그중에서도 한민족은 유독 고난을 많이 겪었다. 선생은 우리 민족을 '수난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깨지고 저기서 짓밟힌 갈보가 된 여왕이다. 그러나 고난은 무의미한 게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숨어 있다. 고난은 더 높이 들어 쓰기 위한 하나님의 단련이다. 책에 일관되게 흐르는 것은 민족정신이다. 그러나 편협한 민족주의는 아니다. 우리의 융성한 민족 문화를 ..

읽고본느낌 2013.09.01

로얄 어페어

18세기 후반 덴마크, 영국의 캐롤라인 마틸다는 정략결혼으로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왕에게 시집간다.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크리스티안은 첫날밤부터 왕비를 실망시킨다. 왕의 주치의로 들어온 독일인 요한은 계몽사상에 영향을 입은 점에서 왕비와 잘 통하게 된다. 왕의 신임 아래 실권을 장악한 요한은 개혁 정책을 밀고 나가지만 기득권층의 저항을 받는다. 그는 왕비와의 불륜 스캔들로 체포되어 처형된다. 왕비는 유배되고 곧 병사한다. 개혁은 좌절되고 덴마크는 다시 중세의 어둠에 빠진다. 영화 '로얄 어페어[A Royal Affair]'는 왕비와 요한의 사랑, 그리고 개혁과 실패라는 두 개의 줄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에서나 있을 법한 내용이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에도 비슷한 예는 찾아볼 수..

읽고본느낌 2013.01.04

김종서와 조선의 눈물

인간 역사가 시작된 이래 권력에 눈이 먼 무리가 늘 있었다. 그들은 세상에 분탕을 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피와 눈물을 쏟게 했다. 그리고 국가의 발전을 몇백 년씩이나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조선의 수양대군과 그의 주위에 모였던 무뢰한들이 그러했다. 이덕일 선생이 쓴 은 김종서를 중심으로 수양의 야망과 조선의 비극을 생생히 설명한다. 김종서가 조정에 출사한 때로부터 단종 죽음까지의 이야기다. 문종이 일찍 죽고 어린 단종이 즉위하자 왕위를 노린 수양은 김종서를 제일 두려워했다. 거사 당일 직접 김종서의 집으로 찾아가 제일 먼저 살해한다. 김종서의 죽음은 그 혼자만의 죽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단종의 죽음이자 그가 섬겼던 태종, 세종, 문종이 만들어 놓은 정상적인 헌정질서의 죽음이었다. 조선이 난세로 빠져드는 출..

읽고본느낌 2012.12.27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한국사에서 송시열(宋時烈, 1607~1689)만큼 논란 많은 인물도 드물 것이다. 송시열은 조선시대 주자학을 신봉한 유학자면서 정치가였다. 치열했던 당쟁의 시대에 노론의 영수로 정국을 좌지우지했고 결국은 그것 때문에 숙종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이덕일 선생이 쓴 는 송시열 신화의 반대편에서 그를 파악하려는 시도다. 지은이의 결론은 책의 '나가는 글'에 잘 나와 있다. 송시열은 사대부 계급의 이익과 노론의 당론을 지키는 데 목숨을 건 사람이었다. 그의 당인 노론은 조선이 망할 때까지 정권을 잡았으나 이는 백성들의 나라가 아니라 그들의 나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송시열의 인물을 평한다. "군자는 두루 통하고 편벽되지 않지만, 소인은 편벽되고 두루 통하지 못한다[子曰 君子 周而不..

읽고본느낌 2012.12.17

사도세자가 꿈꾼 나라

영조 38년(1762) 윤5월 21일, 여드레 동안 뒤주에 갇혀 있던 사도세자가 죽었다. 왕인 아버지가 세자인 아들을 굶겨 죽이는 조선왕조 최대의 참극이 일어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덕일 선생이 쓴 는 사도세자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내용의 책이다. 지금까지는 혜경궁 홍씨가 쓴 이 세자의 죽음을 설명하는 중요한 사료였다. 세자빈이었기 때문에 그녀의 증언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에서는 세자의 죽음이 영조의 이상 성격과 세자의 정신병이 충돌해서 빚은 비극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선생은 과 다른 자료들을 분석해서 세자가 정신병에 걸린 게 아니었음을 밝혀낸다. 도리어 성군의 자질을 지닌 인품을 지니고 있었다. 영조 31년(1755)에 나주 벽서 사건이 일어나고, 노론은 ..

읽고본느낌 2012.12.08

고대 로마인의 24시간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신라 시대 경주에 살던 사람들의 놀이나 취미는 무엇이었을까? 세종대왕 때 한양 사람들이 쓰던 말은 어땠을까? 지금 우리가 얼마만큼 알아들을 수 있을까? 교과서에서 가르쳐주는 연대기적 역사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살아 숨 쉬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하다. 죽은 유적 대신 생생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다. 알베르토 안젤라(Alberto Angela)가 쓴 이 바로 그런 궁금증을 없애 주는 책이다. 로마 제국의 전성기였던 기원후 115년 어느 날, 트리야누스 황제 치하의 로마의 하루를 새벽 6시부터 밤 12시까지 시간대별로 생생히 그리고 있다. 당시 제국의 인구는 약 5,000만 명이었고, 로마에는 150만 명 정도가 살고 있었다..

읽고본느낌 2012.11.10

역사 앞에서

'한 사학자의 6.25 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역사학자 김성칠(金聖七) 선생이 1950년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인공 치하의 서울에서 지내며 당시의 상황을 기록한 일기문이다. 서울대 사학과 조교수로 있었던 선생은 피난을 가지 않고 정릉 집에 머물며 동란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중립적 입장에 섰던 선생은 역사학자답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술하고 있다. 사료로서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적으신 것 같다. 어느 전쟁이나 마찬가지지만 이념의 광기에 희생되는 것은 죄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민중들이다. 다만 그 시대에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희생자가 된 경우가 허다하다. 6.25는 우리 민족의 비극이었고, 민족사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벌써 62년이 지났지만 그 상처는 아직도 남아 있다.남북간에 적..

읽고본느낌 2012.06.25

사기열전

사마천의 을 읽고 있다. 김원중 선생이 옮기고 민음사에서 펴낸 건데 우리나라에서 출판된 번역본 중 가장 잘 된 책이라고 한다. 문장도 유려하고 고증이나 해설이 잘 되어 있다. 두 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권을 읽었다. 는 상고시대부터 사마천이 살았던 한 무제 때까지의 중국 역사를 다룬다. 본기(本紀) 12편, 표(表) 10편, 서(書) 8편, 세가(世家) 30편, 열전(列傳) 70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에서 열전은 인물 중심으로 역사를 풀어간다. 주나라 붕괴 후 등장한 제후국 가운데 최후까지 살아남은 전국칠웅[진(秦), 한(韓), 위(魏), 제(齊), 초(楚), 연(燕), 조(趙)]의 흥망성쇠를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열전은 역사적 정보가 아니라 인물의 특징과 의미를 전하는데 ..

읽고본느낌 2012.03.09

위대한 패배자

롬멜, 체 게바라, 고르바초프, 라이너 바르첼, 앨 고어, 메리 스튜어트, 루이 16세, 빌헬름 2세, 요한 슈트라우스, 하인리히 만, 렌츠, 라살, 트로츠키, 오스카 와일드, 크누트 함순, 리제 마이트너, 앨런 튜링, 게오르크 뷔히너, 이사크 바벨, 빈센트 반 고흐,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볼프 슈나이더가 쓴 에 소개된 사람들이다. 세상에 이름을 남겼으니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마지막에는 승리를 사기당하거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내몰리고, 왕좌에서 쫓겨나고, 명성을 도둑질당한 사람들이다. 또, 고흐처럼 살아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기도 했다. 역사는 승리자만 기억한다. 세상은 승리자의 논리로 돌아가고 승리자들이 역사를 쓴다.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유행어가 번진 적도 있었다. ..

읽고본느낌 2011.11.29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이 지은 (A New Green History)는 인간 중심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중심으로 한 세계사 책이다. 부제가 'The Environment and the Collapse of Great Civilisations'이듯이 인간이 만든 문명이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고 약탈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는 진보하고 발전한다고 믿을지 모르지만, 관점을 지구로 돌리면 심각한 생태적 위기와 만난다. 인류 역사는 인간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하고 환경에 타격을 주는 방법을 써온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과학 보고서라 할 정도로 정량적인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인간이 자연에 미친 영향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약 1만 년 전 농경정착사회가 되면..

읽고본느낌 2011.11.08

축의 시대

[The Great Transformation]에는 ‘종교의 탄생과 철학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종교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저작이다.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가 ‘축의 시대’(Axial Age)라 부른 시기는 BC 900년에서 BC 200년 사이다. 이때에 세계의 네 지역에서 인류의 정신에 자양분이 될 위대한 지혜가 태어났다. 중국의 유교와 도교, 인도의 힌두교와 불교, 이스라엘의 유일신교, 그리스의 철학적 합리주의가 그것이다. 축의 시대는 역사상 지적, 심리적, 철학적, 종교적 변화가 가장 생산적으로 이루어졌고, 인류 의식이 한 단계 성숙해진 창조의 시기였다. 우리는 영적 천재들이 살았던 축의 시대의 통찰을 넘어선 적이 없다고 저자는 ..

읽고본느낌 2011.09.26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

'역사는 발전하는가' 또는 '역사는 진보하는가'라는 질문을 흔히 하게 된다. 이때 질문을 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발전이나 진보의 개념이 무엇인지가 우선 명확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의미 없는 논쟁만 남을 뿐이다. 후배 K와의 대화에서는 늘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자기 나름대로 사회와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고 있지만 결코 독단적이지도 불편부당하지도 않다. 그것은 그의 폭넓고 깊은 인문학적인 소양 때문일 것이다. 그는 진보의 기준을 인간이 얼마나 지혜로워졌느냐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역사는 진보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어떻게 보면 인간 역사는 쉼없는 과오의 반복이다. 지난 역사에서 배우고 깨우친 것이 있을진대 미련스럽게도 똑 같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 인간들이다. 지식의 양은 엄청나게..

참살이의꿈 2007.08.03

콘스탄티누스의 비극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13권은 콘스탄티누스 황제 이야기다. 기독교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콘스탄티누스 시대는 무척 중요한데, 이 시기에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가 공인되고 니케아 공의회로 지금과 같은 기독교의 틀이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콘스탄티누스 개인의 역할이 지대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기독교에서는 콘스탄티누스를 은인으로 여기며 12사도 다음의 성인으로 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으며 콘스탄티누스 개인에 대해서는 다른 황제들과 마찬가지로 권력욕에 사로잡힌 잔인한 측면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아마 그렇지 못했다면 대제국의 황제 노릇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위인이라는 인물들의 행태가 대부분 다 그러했지만 말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이 황제가 되기 위해서..

읽고본느낌 2007.07.02

예수와 기독교

네루는 감옥에 있으면서 딸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세계사에 대한 얘기를 써보냈다. 마치 옆에 있는 딸에게 얘기하듯 대화체로 쓴 글이 '세계사 편력'이다.멀리 있는딸에게 올바른 역사관과 인생관을 심어주며 인도 독립을 위한 전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완역본이 나와있는데 세 권의 책으로 된적지 않은 분량이다. 세계사 편력은 서구 중심의 역사관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는 균형 잡힌 시각을 세워주는 추천할 만한 책이다. 그 내용 중에 예수와 기독교의 형성에 대해서 설명한 글이 있다. 열세 살 된 딸에게 쓴 글이니 쉽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기독교의 핵심과 문제점은 모두 지적되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는 신약 성서(Bible)에 기록되어 있으므로 너도 얼마간..

읽고본느낌 2007.01.08

문명 불평등의 기원

근대과학과 산업혁명은 왜 유럽에서 시작되었을까?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를 정복했는데, 반대로 인디언들이 유럽을 정복할 수는 없었을까?같은 지구상에서 한 쪽은 문명이 번성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왜 아직도 수렵채집의 원시사회에 머물러 있을까? 이런 의문들에 대한 명쾌한해답을 말해 주는 책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다. 빙하기가 끝난 뒤부터 13000여년 간의 인류문명사이며,대륙마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이 다르게 전개된 이유를 밝힌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머리 속이 말끔이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의 결론은 한 마디로 각 대륙 사람들이 경험한 역사가 달라진 것은 지리적, 환경적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인간사회에 미치는 지리적 결정론이다. 인종의 차이, 또는 타고난 ..

읽고본느낌 2007.01.04

신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이 쓴 ‘신의 역사’를 읽었다. 부제가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의 4000년간 유일신의 역사’로 되어 있듯이 세계의 대표적 유일신교인 세 종교의 신 관념의 변화를 서술한 책이다. 두 권으로 된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 있게 읽었고, 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종교인, 특히 우리나라의 기독교인이 꼭 한 번씩 읽어보았으면 싶은 책이다. 저자는 ‘신 자체’와 ‘신 관념’이 엄격히 구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신 관념은 인간이 만든 것이고, 그 관념들이 상징하는 실재와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나도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사실이다. 이 사실을 혼동하거나 착각함으로써 종교적 오류나 독단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신의 관념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해왔으며 어쩌면 시대적 욕구에 부응..

읽고본느낌 2006.06.06

민중의 세계사

누가 일곱 개의 성문이 있는 테베를 세웠는가? 책에서 그대는 왕들의 이름을 발견한다네. 왕들이 바위 덩어리를 끌어 날랐는가? 그리고 몇 번이고 파괴된 바빌론, 누가 바빌론을 몇 번이고 일으켜 세웠는가? 건설 노동자들은 금으로 번쩍이는 리마의 어느 집에 살았는가? 만리장성이 완성되던 날 밤에 석공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위대한 로마는 개선문으로 가득 차 있다네. 누가 그것들을 세웠는가? 시저는 누구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는가? 수많은 찬양을 받은 비잔티움, 그곳에 있던 것은 궁전뿐이었는가? 전설의 아트란티스에서조차 대양이 도시를 삼켜버린 날 밤에 사람들은 물에 빠져서도 자기 노예들한테 고함치고 있었다네. 청년 알렉산더는 인도를 정복했다네. 그는 혼자였는가? 시저는 갈리아 사람들을 무찔렀다네. 그의 옆에는 요..

읽고본느낌 2005.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