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공원 22

올림픽공원 벌개미취

30분 정도 올림픽공원을 산책했다. 모임에 주어진 시간이 짧아서 공원에 핀 꽃을 느긋하게 살펴 볼 여유는 없었다. 지나는 길에 잠깐 눈맞춤을 한 벌개미취다. 아침에 내린 비의 흔적이 아직 꽃잎에 남아 있었다. 벌개미취를 보니 가을이 한 발짝 더 다가왔음을 실감한다. 벌개미취는 가을이 왔음을, 구절초는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려준다. 올가을은 고운 보라색 벌개미취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맞는다. 더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더는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있는 그대로 너 또한 아름답다고 여린 벌개미취가 가만히 내 귀에 속삭여주는 말을 들었다.

꽃들의향기 2024.09.02

성내천 벚꽃(22/4/11)

성내천 벚꽃을 보러 가기 위해 강변역에서 버스를 내려 잠실철교를 따라 난 보도를 걸어서 건넌다. 이쪽 동네는 전에 살았기 때문에 어느 길이나 익숙하고 정겹다. 잠실철교 보도도 자주 건너다닌 길이다. 낮 기온이 25도까지 올랐다. 젊은이들 중에서는 반팔 옷차림도 가끔 눈에 띈다. 20년 전에 성내천 옆에 직장이 있었다. 성내천은 내 출퇴근길이었고, 일과 중에도 시간이 비면 즐겨 산책하던 곳이었다. 그때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는데, "얘들이 언제 커서 제대로 벚꽃 구경을 할까"라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은 벚꽃 터널을 이루었다. 벚꽃은 이미 많이 떨어졌고, 나무에는 꽃들 사이로 초록잎이 보인다. 성내천은 올림픽공원과 연결된다. 몽촌정(夢村亭) 주위의 벚꽃이 제일 화사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는 손님이 몇 ..

꽃들의향기 2022.04.11

올림픽공원에서 새를 찾다

서울에 간 길에 짬을 내서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넓고 나무가 많으니 새를 볼 수 있을지 기대를 했기 때문이다. 집 주변에서 만나는 백로나 황새 같은 큰 새는 잘 보이고 사진 찍기가 쉬웠는데 작은 새는 소리만 들릴 뿐 발견하는 것부터 힘들다. 봤다 해도 카메라를 들이대면 금방 사라져 버린다. 휴일의 올림픽공원은 산책 나온 사람이 많았다. 기온도 15도를 넘어서며 봄날처럼 따뜻했다.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젊은이도 자주 보였다. 처음 만난 새가 물까치였다. 파스텔 톤의 깃털 색깔이 예뻤는데 여러 마리가 어울려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 직박구리 ▽ 곤줄박이 ▽ 박새 삼각대에 대포를 걸어놓고 한곳에 집중하는 사진사들을 우연히 만났다. 먹이로 새를 유인하며 새 사진을 찍고 있었다. 주로 어치가 들락거렸는데 나도 곁..

사진속일상 2021.02.22

토성에 핀 맥문동

여름 올림픽공원에는 맥문동이 많다. 그늘진 데서 잘 자라서인지 특히 소나무 밑에 맥문동 화단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소나무 아래서는 보통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하는데 맥문동은 어떤 환경에도 끄떡없는 것 같다. 올림픽공원 토성 위를 걷다가 만난 맥문동이다. 이처럼 가리는 것 없이 훤한 풀밭에서 자라기도 한다. 올해는 맥문동 꽃색깔이 유난히 화사하다. 긴 비와 흐린 날씨가 맥문동한테는 호시절인가 보다.

꽃들의향기 2020.08.14

파란에서 부활로

올림픽공원 안에 있는 소마미술관에서 류인 작가의 조각전이 열리고 있다[2020.5.19 ~ 10.4]. 전시 주제가 '파란에서 부활로'이다. '파란'은 한자로 '破卵'으로, '알을 깨고 나온다'는 뜻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주는 말인 듯하다. 류인(柳仁, 1956~1999)은 요절한 천재 조각가다. 40대 초반에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고작 10여 년간 활동을 하면서 70여 점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전통적 방법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구사하여 한국 현대 구상조각의 독보적 자취를 남겼다고 한다. 입방체 속에 갇힌 인간이 굴레를 깨고 나오려는 몸부림을 표현한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작품 제목에 '입산(入山)'이나 '파란(破卵)'이 들어간 연작이 여럿 있다. 무척 강렬한 느낌을 받았다...

사진속일상 2020.08.13

올림픽공원 장미

5월은 계절의 여왕이고, 꽃의 여왕은 5월의 장미다. 꽃 인기도를 조사하면 장미가 단연 1등이다. 장미 축제가 열리는 올림픽공원에 잠시 들렀다. 30도까지 기온이 오른 햇볕 뜨거운 한낮이었다. 개인적으로 원예종 화초에는 그다지 끌리지 않는다. 아무리 예뻐도 너무 인공적인 냄새가 난다. 장미도 수많은 종들이 개발되어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사진에 담아 보았다. 위에서부터 레드비즈, 시노브레도, 찰스톤, 코틸리온, 엘르다. 마지막 노란 장미 이름은 확인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넓은 장미 정원에 향기가 별로 없다. 몇 송이에 코를 가져가 봐도 향이 느껴지지 않는다. 겉보기만 화려하도록 개량시켜서 그럴까, 꽃조차도 요즘 사람을 닮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꽃들의향기 2019.05.25

성내천 벚꽃

서울은 지금 벚꽃이 한창이다. 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와 석촌호수에서는 이번 주에 벚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원래는 여의도에 가려고 했으나 지나는 길에 성내천 벚꽃이 보여 방향을 틀었다. 20년 전에 성내천 부근 직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중간에 비는 시간이 생기면 나와서 성내천 둑을 자주 걸었다. 그때는 벚나무를 심은지 얼마 되지 않았다. 봄이 되어도 꽃이 얼마 피지 않았다. 10년만 지나면 벚꽃 터널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대로 되었다. 이곳 성내천 벚나무는 30년생쯤 될 것이다. 훌쩍 자란 벚나무 길을 걸으며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석촌호수에 간 첫째가 보내준 사진에는 꽃길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기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편이다. 점심시간에는 현대아산병원 직원들이 몰려나와 잠깐 북적였..

꽃들의향기 2019.04.08

올림픽공원 코스모스

올림픽공원의 코스모스 화원이 환하다. 올림픽공원 들꽃마루의 한쪽 사면에는 코스모스가, 반대쪽 사면에는 풍접초가 활짝 폈다. 이곳 코스모스는 가을에 흔히 보는 코스모스와 종류가 살짝 다르다. 노란색의 노랑코스모스(Yellow Cosmos)와 분홍색의 센세이션 코스모스(Sensation Cosmos)다. 개량 품종으로 여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다. 청초한 느낌보다는 원색의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종류다. 이곳은 도심에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색다른 눈요기를 할 수 있는 장소다.

꽃들의향기 2016.09.25

올림픽공원 풍접초

올림픽공원에 풍접초가 활짝 폈다. 이곳은 어느새 꽃구경 명소가 되었다. 하긴 서울 도심에서 이만한 화원을 보기도 힘들다. 삼면이 나무로 둘러싸이고 한쪽 면 언덕 위에는 원두막이 있어 사진 찍기에도 좋다. 풍접초는 아메리카가 원산이지만 꽃이 화려하면서 색깔이 고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꽃이다. 고향집 화단에도 수 년 전부터 풍접초가 자리잡고 있어 이젠 익숙해졌다. 개화 기간이 길고 어디서나 잘 자라는 풍접초는 도시 경관용으로 잘 어울릴 듯한 꽃이다.

꽃들의향기 2016.09.24

낮술에 환해지다

점심 모임에서 와인으로 반주를 했다. 기분이 들떠서 뒤에 가서는 소주도 추가했다. 햇살 속 낮술에 세상이 환해졌다. 낮술에는 금기를 깨는 짜릿함이 있다는 시인의 권주가를 따라 읊으며.... 낮술에는 밤술에 없는 그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이라거나, 뭐 그런 것. 그 금기를 깨뜨리고 낮술 몇 잔 마시고 나면 눈이 환하게 밝아지면서 햇살이 황홀해진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은 아담과 이브의 눈이 밝아졌듯 낮술 몇 잔에 세상은 환해진다. 우리의 삶은 항상 금지선 앞에서 멈칫거리고 때로는 그 선을 넘지 못했음을 후회하는 것. 그러나 돌이켜 생각해 보라. 그 선이 오늘 나의 후회와 바꿀 만큼 그리 대단한 것이었는지. 낮술에는 바로 그 선을 넘는 짜릿함이 있어 첫잔을 입에 대는 순간 입술에서부터..

사진속일상 2016.09.23

강변역에서 올림픽공원으로

올림픽공원에서 삼삼회 모임이 있어서 강변역에서부터 걷기로 했다. 전에 이 부근에서 살 때는 많이도 걸었던 길이다. 발을 내딛는 모든 곳에 추억이 서려 있다. 지층이 쌓이듯 나이가 들수록 추억도 두꺼워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과거는 아름답게 기억된다. 당시에는 고통이었을지라도 지나고 보면 누군가 예쁘게 채색해 놓았다. 노년의 버팀목 중 하나가 추억의 힘이다. 잠실철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한강을 건넌다. 한강 다리 중 유일하게 자동차 소음에서 벗어난 길이다. 그동안 스카이라인도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게 연말에 준공 예정인 롯데타워다. 성내천 둑길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이 둑길을 걸었다. 한강까지 나가 강물을 보며 한참을 앉아 있기도 했다. 15년 전이다. 벚나무가 많이 컸다. 올림픽공원에 들어가서 약..

사진속일상 2016.06.17

올림픽공원 장미정원

방이동으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올림픽공원 장미정원에 들렀다. 지금이 장미의 계절이라 정원에는 온갖 색깔의 장미가 화려했다. 매년 이맘때엔 장미 축제를 했는데, 올해는 '축제'라는 이름을 빼고 '장미 전시회'라 부르고 있다. 침울한 나라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흑장미가 있다. 완전히 검은색은 아니고 짙은 붉은색을 띠는 장미다. 정원에 혹 흑장미가 있나 찾아보았으나 짧은 시간 탓이었는지 만나질 못했다. 올해 같으면 따로 코너를 마련하여 흑장미라도 전시했으면 더 의미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강렬한 5월의 햇살에 알록달록 장미꽃밭이 너무나 눈이 부셨다.

꽃들의향기 2014.05.30

올림픽공원 은행나무(2)

넓은 잔디밭과 하늘을 배경으로 덩그마니 자리 잡고 있는 나무다. 도심에서 만나는 색다른 풍경이다. 예전에는 여기에 마을이 있고, 다른 나무도 함께 자라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말끔하게 공원으로 단장되었고, 이 은행나무만 살아남았다. 500년의 연륜을 존중해준 탓일까? 평범하지 않은 풍경에는 자꾸 눈이 가게 된다. 극진한 보호를 받는 이 은행나무는 사람들의 주목을 즐거워할까, 아니면 외로움을 느낄까?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니 보호구역의 인디언이 떠오른다. 모뉴먼트밸리에서 지프를 몰던 주름살 굵게 패인 그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천년의나무 2013.06.30

올림픽공원 9경

며칠 전 서울에서 모임이 있어 나간 길에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10여 년 전 이 부근에 직장이 있었을 때는 자주 산책을 했던 곳이었다. 그때는 자투리 시간이 나면 이곳으로 나와 어슬렁거렸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도심에 이렇게 넓은 녹지 공원을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0년대 개발의 시대에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게 대단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무가 울창해진 게 가장 큰 변화다. 대신 새 건물이 자꾸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왠지 공원이 자꾸 비좁아지는 느낌이다. 뭘 자꾸 만들고 꾸미기보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 올림픽공원에 9경이 있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하나씩 찾아보았다. 지하철 몽촌토성역에서 시작하여 반대편으로 나가며 순서대로 만났다. 금방 ..

사진속일상 2013.05.13

올림픽공원 나홀로나무

올림픽공원에 작고 귀여운 나무가 하나 있다. 넓은 잔디밭에외롭게 서 있어 '나홀로나무', '왕따나무'로 불린다. 푸른 하늘, 초록색 잔디와 잘 어우러져 사진 찍는 사람들의 좋은 피사체 역할을 한다. 하늘의 구름만 잘 만나면 나도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것 같다. 이 나무는 올림픽공원 9경 중 제 6경에 속한다. 아쉽게도 나무에는가까이 갈수 없다. 그러나 덕분에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나무에 대한 정보는 아는 게 없지만,수종은 겉모양으로 보아 향나무로 추정된다. 아래 사진은 전에 찍었던 것이다. 2002. 9. 20 2005. 2. 13

천년의나무 2011.09.23

올림픽공원 은행나무

올림픽공원 몽촌토성 위에 큰 은행나무가 있다. 초록 잔디밭 위에 홀로 서 있어 더욱 위풍이 당당하다. 그러나 어떤 때는 쓸쓸하게 보이기도 한다. 출입이 금지되어 있어 나무는 고립된 섬이다. 이 나무를 관리하는 체육진흥공단에 부탁한다. 나무 쪽으로 길을 내주고 나무 밑에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그런다고 나무의 성장에 지장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연인들의 속삭임을 듣고, 사람들에게 그늘을 내주며, 나무도 흐뭇해 할 것 같다. 이 나무는 키가 17.5 m, 줄기 둘레는 6 m다. 나이는 500 살이 넘었다. 하늘을 배경으로 한 자태가 멋진, 올림픽공원의 랜드마크 나무다.

천년의나무 2011.09.23

올림픽공원 느티나무

올림픽공원에서 제일 유명한 나무는 넓은 잔디밭에 홀로 서 있는 향나무일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왕따나무라고 부른다. 지금 내 책상 위에는 예전에 찍었던 왕따나무 사진이 놓여 있다. 그러나 나이로 치면 올림픽공원을 대표하는 것은 두 그루의 느티나무다. 하나는 구릉 지대 높은 곳에 있어 사람들 눈에 잘 띄지만 다른 하나인 이 느티나무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두 나무의 수령은 비슷한데 대략 450년 정도 되었다. 몽촌토성의 역사에 비하면 일천하지만 이곳이 오랜 역사의 고장임을 말해주는 건 역시 고목이다. 그래서 오래된 나무가 별로 없는 이곳에서 두 그루의 느티나무는 귀하다. 이 동생 느티나무는 두 줄기가 V자 모양으로 자라고 있다. 키가 한쪽 줄기는 12.5 m, 다른쪽 줄기는7.5 m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나무 2011.06.17

올림픽공원 작약

모란이 지고나면 작약이 핀다. 작약은 5월의 꽃으로 동양의 장미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모란보다는 작약이 좋다. 서로 닮은 두 꽃에 대해 모란은 남성에 작약은 여성에 비유하기도 한다. 친지 결혼식으로 서울에 간 길에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예전에 공원 옆에 직장이 있었을 때는 걸으며 자전거 타며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곳이다. 옛 추억에 젖어 한 바퀴돌다가 만개한 작약 꽃밭을 만났다. 5월의 따가운 햇살 아래 눈부시게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작약은 모란에 비해 저평가된 느낌이 있다. 모란을 노래한 시가는 많지만 작약은 그렇지 못하다. 예로부터 화중왕(花中王)이라고 하면 모란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화려하면서도 우아한면에서는 작약이 더 우위에 있지 않나 싶다. 수많은 개량..

꽃들의향기 2011.05.29

무지개 모자

친구와 함께 올림픽공원을 산책했다. 동기의 딸 결혼식에 다녀온 길이었다. 가을꽃 전시장에도 들어가 보고,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이럴 때 친구에게서 옛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친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서로가 무척 반갑다. 오랜 친구는 손때 묻은 물건과 같다. 별로 실용적이지는 못해도 곁에 있으면 든든하고 흐뭇하다. 공원 내 호수의 분수가 무지개 모자를 썼다. 인간이 만든 여느 왕관보다 더 멋져 보였다. 마음 따뜻했던 가을 오후였다(10/23).

사진속일상 2005.10.31

올림픽공원 부부목

그리스 신화에서는 남자와 여자를 각각 불완전한 존재로 보고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서 결합할 때 완전한 인간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올림픽공원을 산책할 때 만나게 되는 이 나무를 보면신화에서 말하는 그런 내용이 떠오른다. 포플러나무인 듯한 이 나무는 멀리서 보면 그냥 온전한 한 그루의 나무로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두 그루가 아주 가까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무가 키도 같고, 생김새도 비슷하면서 그래서 서로 좌우의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오순도순 사이 좋게 살고 있다. 둘이지만 둘이 어우러져 하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볼 때마다 신기한 것은 두 나무 사이에 있는 틈이다. 자연스런 모양인지, 아니면 사람이 전지를 해서 저렇게 된 것인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저 틈이 있음으로써 둘의 관..

천년의나무 2005.02.19

둘이서 한 마음

태풍 '메기'가 데리고 온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고 비도 간간이 내리는 날이다. 마음이 울적해서 아내와 같이 올림픽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한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나고 그렇게 계속 허덕거리며 언덕길을 올라가야 하는게 인생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개마루에서 잠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휴식하는 기쁨도 있지만 그런 즐거움은 보통 오래 가지는 않는다. 산책로 옆 잔디밭에 미루나무(?)가 서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나무로 보이는데 가까이 가보면 두 그루가 사이좋게 자라면서 마치 한 나무와 같은 수형을 만들고 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부부목(夫婦木)'이라고 이름붙여 놓은 나무이다. 키를 같이 맞추면서 그리고 서로 양보하는 건지 묘하게도 가운데로는 가지도 뻗지 않고 있다. 설마 인공적으로 잘라내고 ..

사진속일상 2004.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