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5

어느 정치인의 죽음

그저께 노회찬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소식을 처음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졌다.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노 의원은 내가 좋아하는 정치인 중 한 분이었다. 노동자와 서민 편에 섰던 분을 잃게 되어 안타깝고 비통한 심정이다. 그분을 자살로까지 내몬 정황이 그렇게 심각했는지 지금도 잘 이해되지 않는다. 왜 그랬을까, 라는 의문이 자꾸 든다. 고인은 드루킹으로부터 4천만 원을 불법으로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라고 한다. 액수가 많지도 않다.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 이런 일은 정치판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그러나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고인으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수모였는지 모른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정의당과 진보 정치에 대한 염려가 담겨 있다. 아마 본..

길위의단상 2018.07.25

자살률 1위

2018년도 OECD 보건 통계가 나왔다.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항목이 있다. 여전한 자살률 1위와 건강 만족도 최하위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5.8명으로 압도적 1위다. OECD 35개국 평균이 11.6명인데 그 두 배가 넘는다. 자살률이 제일 낮은 터키에 비하면 무려 23배에 달한다. 2위와도 엄청난 차이가 난다. 자살률은 지금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수치다. 한 해에 자살로 죽는 사람이 1만 명이 훨씬 넘는다. 경제 수준에서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먹고 살만큼은 되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삶이 고달픈 사람이 많을까?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과 자살률이 유달리 높다. 그만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미비하다는 얘기다. 청소년은 성적 스트레스와 가족과의 갈등이 ..

길위의단상 2018.07.13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 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는 사람들 소식이 연이어 들린다. 보도에 나오지 않는 것까지 포함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지 가슴이 아플 따름이다. 지병으로 일을 할 수 없어 생활비를 벌지 못하게 된 어머니는 두 딸과 함께 이승을 버렸다.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시읽는기쁨 2014.03.13

우울한 대한민국

연이은 유명스타의 자살로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도 우리나라의 자살자 수는 12,074명으로 하루 평균 33.4명, 인구 10만 명당 26.1명이었다. 이는 OECD 평균의 2배 이상이면서 자살률 1위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이다. 그리고 2000년에 비해서도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개인이나 국가나 한국사회는 지금 전체적으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광우병 파동이 지나가니 멜라민 소동이 일어나 연신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부동산값은 요동치고 주식은 폭락하고 있어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거기다 외환수지는 적자로 돌아섰고 환율은 가파르게 오르며 일자리는 여전히 ..

길위의단상 2008.10.10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 1 성적을 비관한 과학고 학생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0일 오전 1시50분쯤 서울 노원구 J아파트 주차장 인도에서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S과학고 학생회장 이모(18. 3학년)군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경비원 이모(63)씨가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조사한 결과 이군이 이날 자정께 주방 식탁에서 공부하던 중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가자 한 시간 뒤 친구 3~4명에게 '먼저 간다. 잘 지내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베란다 창문을 열고 투신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 학급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우등생이었던 이군은 과학고에 진학한 뒤에도 수학과 지구과학 등에서 우수한 성적을 보였다. 또 평소 '..

길위의단상 200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