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등사 4

전등사 느티나무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더니 절에 가도 부처님보다는 오래된 나무만 살피게 된다. 우리나라 절은 보통 고목 한두 그루쯤은 있는 법이니 그런 나무 구경하는 재미가 나에게는 가장 좋다. 처음 만나게 되는 나무라면 더욱 반갑겠지만 여러 번 보더라도 또 그대로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나에게는 나무가 가장 은혜로운 설법이라고 할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전 앞뜰에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다. 안내문이 없어 정확치는 않지만 내 눈에는 나이가 삼사백 살 쯤 되어 보이는 나무다.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인 나무다. 마치 절을 지키는 정갈한 수도승 같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절을 찾아오는 손님을 허리 굽혀 공손히 맞이하는 모습으로도 보인다. 만약 이 느티나무가 없다면 전등사의 분위기는 달라졌을 것..

천년의나무 2009.12.02

간장게장과 해수탕

몸이 찌뿌듯해서 집에서 쉬다가 불현듯 강화도가 떠올랐다. 해수탕에서 찜질을 하고 싶었고, 또 아내가 며칠 전부터 간장게장을 먹고 싶다고 했던 터였다. 인터넷을 검색하니 초지대교를 건너기 전에 '진천정'이라고 간장게장을 잘 하는 집이 있었다. 먼저 전등사에 들러 절 주위를 산책했다. 여러 번 전등사에 왔지만 절을 둘러싸고 있는 산에 오르지는 못했다. 이름이 정족산(鼎足山)인데 조선시대에 사고(史庫)가 위치해서였는지 산성이 절을 감싸고 있다. 정족산성을 따라 반 바퀴 정도 걸었다. 낮은 산이지만 전등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이 좋았다. 내 입에는 약간 비릿했지만 아내는 고소하다며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었다. 처음으로 밥 한 공기를 다 비웠다. 그 모습을 보니 기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했다. 아내는 말과 ..

사진속일상 2009.11.29

전등사 단풍나무

강화도 전등사 대웅보전 앞에 대조루(對潮樓)라는 누각이 있다. '바닷물을 마주본다'는 뜻일 텐데 실제는 산과 나무에 가려 바다는거의 보이지 않는다. 건물 안에도 들어갈 수 없다. 이 대조루 옆에 굉장히 큰 단풍나무가 있다.어떤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단풍나무라고 한다. 줄기 둘레만 거의 두 아름이 된다. 그러나 한 그루가 아니라 두 그루가 합쳐져 있어 그 가치가 반감된 모양이다. 나무는 축대 바로 옆에 붙어 있는데 옹색하기가 그지 없다. 지나는 사람들도 나무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한 달 전쯤에 찾아갔을 때는 막 단풍색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다른 단풍나무들은 절정이 지났을 때였는데 이 나무는 덩치만큼이나 동작이 느렸다. 아마 지금에야 붉은 단풍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내년에는 느지막하게..

천년의나무 2009.11.24

전등사 은행나무

요사이는 어디를 가든 제일 눈길이 가는 것은 나무나 풀들이다. 절에 가면 늘 노거수(老巨樹)를 찾게 된다. 경내에 연륜이 오래된 나무가 있으면 절집의 고풍스런 분위기는 한결 더해진다. 그리고 보통은 나무에 얽힌 전설 하나쯤은 들을 수 있다. 강화도 전등사에는 오래 된 은행나무 두 그루가 있다. 경기도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데 안내문에 보면 수령이 각각 500년과 600년으로 되어 있다. 삶에 지쳤는지 많이 쇠약해 보이는 이 은행나무에는 전해지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조선 후기 어느 때였다고 한다. 관청에서는 매년 전등사에서 상당한 양의 은행을 공출해 갔는데 그 양이 늘 지나쳤다. 그런데 어느 해는 그 양을 갑자기 두 배로 늘려 스무 가마니를 요구했다. 이에 스님이 은행이 열리지 않으면 공출도 없을 것이라..

천년의나무 200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