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8

청춘의 문장들, 오롯이 내 인생이잖아요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이다. 김연수 작가의 은 2004년에 나온 후 49쇄까지 찍은 베스트셀러다. 2년 전에 내용을 보강한 개정판이 나왔다.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재빨리 지나가고 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라는 책 서두에 나오는 말처럼 청춘의 고뇌를 감명받은 명문장들과 연결하여 그려냈다. 작가가 30대에 들어서서 과거의 자신을 돌아보며 쓴 '삼십자술(三十自述)'이라 할 수 있다. 글에는 김 작가 특유의 감성이 오롯이 드러나 있다. 문학을 지망하던 20대의 작가가 무엇을 고민했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탐구하던 젊은 시절의 모습은 그 나잇대의 나를 떠올리게 했다. 작가만큼 치열하지는 않았지만 방황하던 내 20대 역시 포근히 감싸안아주고 싶도록 따스하게 추억했다. 초판 서문에 나오는 ..

읽고본느낌 2024.11.05

청춘유감

청춘이 지나간 지는 아득하다. 나에게도 청춘이란 시절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그래도 청춘이란 말을 들으면 심장이 고동친다. 청춘의 청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지만 지금은 청춘과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부득이 책을 통해서 청춘을 만날 수밖에 없다. '청춘(靑春)'이라는 말에 끌려 고른 책이 이다. '유감'은 섭섭하거나 불만이 담겨 있는 '遺憾'이 아니라 무감의 반대말로서의 '有感'이다. 지은이는 한국일보 문학 담당 기자로 재직하는 한소범 씨다. 30대 초반의 젊은이로 자신이 통과한 소녀와 청년 시절의 꿈과 좌절, 희망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현실에 적응해 가면서도 인간으로서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일종의 성장기로 볼 수도 있다. 지은이는 소설가와 영화 제작에 도전하다가 꿈을 접고 신문 기자가 되었다...

읽고본느낌 2024.09.11

그래도 우리의 나날

일본 작가인 시바타 쇼의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50년대 일본 젊은이들의 불안과 방황을 그렸다. 소설에는 공산주의 혁명에 투신하거나 간접적으로 관련된 젊은이들이 나오는데, 이들은 조직이 와해되어 이념의 공백 상태를 겪으면서 허무와 권태에 빠져든다. 이상과 현실의 갈등을 당시 일본의 시대 상황과 연결시킨 작품이다. 은 제51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았다. 그중 한 사람인 사노는 혁명가를 꿈꾸었으나 뻔뻔하지 못했다. 진압 경찰과 맞섰을 때 무서워서 도망한 사실을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여린 감성을 가진 젊은이였다. 공산당 무장 조직이 해체되면서 이상이 붕괴되는 현실을 사노는 감당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소설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감정이입이 되면서 만났다. 상황은 딴판이지만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

읽고본느낌 2023.12.03

젊은 날의 초상

내 젊은 날의 노트를 열어본다. 노트 안에는 진리를 향한 갈구에 목말라하던 20대 초반의 내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그중에서 49년 전인 1973년 11월 30일의 일기가 눈에 들어온다. '사랑하는 C'라고 부르면서 적은 글이다. 그 시절에 나는 인간과 세계는 무엇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 질문에 답해주는 것이 진리였다. 진리는 반드시 존재하고 그걸 발견하는 것이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믿었다. 진리야말로 무명의 세상을 비추는 횃불이었다. 내가 볼 때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인간 정신의 금자탑이 철학이었다. 철학 사상을 파고들면 나름대로 진리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나는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철학과 기독교 사상에 몰두했다. 전공 공부는 아예 도외시했다. 얼..

참살이의꿈 2022.12.01

나의 해방일지

지인이 추천해줘서 다시보기로 닷새 동안 몰아서 본 드라마다. 16회분으로 올봄에 jtbc에서 방송되었다.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의 키워드는 '추앙'과 '환대'인데 이 단어들 자체가 낯설고 생경해서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부분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정과 구씨 관계는 끝까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뭐, 애매한 것은 애매한 채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환대'가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동화의 세계라면 가능하겠지만. 지지난주에 어느 모임에서 MZ세대의 의식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가 요사이 젊은이들의 고민과 삶을 알고 싶으면 '나의 해방일지'를 보라고 한 분이 말해줬다. 경기도 산본에 살면서 서울 직장으로 출퇴근하는 삼남매의 애환과 꿈, 사랑이..

읽고본느낌 2022.07.09

청춘을 돌려다오

집에 놀러 온 아홉 살 손주가 나훈아의 '테스 형'을 자랑껏 부른다. 어린아이가 "세상이 왜 이래"라고 하니 웃으면서도 씁쓰레하다. 무슨 뜻인지 알고 그러랴마는, 요사이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워낙 잘 내니 작은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어쨌든 지난 추석 콘서트 이후 나훈아의 인기는 다시 치솟고 있다. 나훈아의 노래 중에 '청춘을 돌려다오'가 있다. "청춘을 돌려다오 젊음을 다오 흐르는 내 인생에 애원이란다"로 시작하는 나훈아의 대표곡 중 하나다. 영상을 보면 무대에 꿇어앉아 통곡하듯 이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실제로 '청춘을 돌려다오'라고 호소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청춘으로 돌아가서 힘든 인생을 또다시 살라고, 라며 고개를 저을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청춘이 청춘의 아름다움을 과..

참살이의꿈 2020.11.17

멘토와 힐링의 시대

전에 현직에 있었을 때 신임 교사의 멘토가 되라는 부탁을 받았다.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거절했더니 그냥 형식상 보고만 하면 되는 거니까 부담 갖지 말라고 했다. 경력 교사가 신임 교사와 멘토-멘티 관계를 맺음으로써 학교 생활의 노하우를 전수해 주라는 발상 같았다.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런 관계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굳이 멘토라는 말을 써가며 드러내야 하는지 회의가 들었던 게 사실이다. 멘토와 힐링이 유행인 시대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선배로서의 스승이 필요하고, 상처에 대한 치유가 필요한 건 당연하다. 어느 시대인들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데 유독 요사이 들어 멘토와 힐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멘토와 힐링의 대상은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아프고 방황하고 있다는 증좌인지 모른다. 제대..

참살이의꿈 2013.03.14

청춘 / 사무엘 울만

청춘이란 인생의 어느 한 기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 그것은 장미빛 뺨, 앵두 같은 입술, 하늘거리는 자태가 아니라 강인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는 열정을 말한다.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물에서 오는 신선한 정신, 유약함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를 뿌리치는 모험심을 의미한다. 때로는 이십의 청년보다 육십이 된 사람에게 청춘이 있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우리가 늙는 것이 아니다. 이상을 잃어버릴 때 비로소 늙는 것이다. 세월은 우리의 주름살을 늘게 하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지는 못한다. 고뇌, 공포, 실망 때문에 기력이 땅으로 들어갈 때, 비로소 마음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육십세이든 십육세이든 모든 사람의 가슴 속에는 놀라움에 끌리는 마음, 젖먹이 아이와 같은 미지..

시읽는기쁨 200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