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이 10

논어[10]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남을 모르는 것이 걱정이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 學而 10 '학이'편 처음에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으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마지막에도 같은 내용이 나온다. 그만큼 제자들에게 자주 한 말씀이라는 뜻이겠다. 작년에 중국 태산에 갔을 때 잘 생긴 바위마다 글씨와 이름을 어지럽게 새겨놓을 걸 보았다. 세상에 제 이름 드러내길 좋아하고, 남이 나를 알아주기 바라는 인간 욕망의 단면으로 보였다.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나 남의 평가에 좌지우지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칭찬받으면 우쭐해지고, 비난받으면 새침해지는 건 유아적 단계다. 주체적 인간은 스스로 선..

삶의나침반 2013.01.02

논어[9]

자공이 물었다. "가난 속에서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하더라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지. 그러나 가난 속에서 즐거워하며, 부자가 되어 예법을 좋아하는 것만은 못하지." 자공이 말했다. "옛 시에 '끊거니 다듬거니 쪼거니 갈거니' 하였는데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야, 인제 너하고 시를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한 마디를 일러준 즉 다음 것까지 아는구나." 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子貢曰 詩云 如切如磋 如琢如磨 其斯之謂與 子曰 賜也 始可與言詩已矣 告諸往而知來者 - 學而 9 제자와 스승 사이의 아름다운 대화다. 묻고 답하는 가운데서 깨우치고 격려하는 사제의 정을 느낄 수 있다. 자공은 공자 제자 중에서도 제일 큰 부자였..

삶의나침반 2012.12.28

논어[8]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사람일진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지 말고, 맡은 일은 날래 처리하면서 말을 조심하며, 사리에 밝은 이를 찾아가서 잘못을 고쳐야 한다. 그러면 학문을 좋아한다고 할 수밖에." 子曰 君子食無求飽 居無求安 敏於事而愼於言 就有道而正焉 可謂好學也已 - 學而 8 공자는 호학(好學)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렇게 말했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十室之邑 必有忠信如丘者焉 不如丘之好學也]." 호학은 단순히 글을 배우는 게 아니다. 참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좁은 길을 가는 쉼없는 노력이다. 여기에는 호학하는 사람의 특징이 나와 있다. 그중에서도 자기 배 채울 일은 생각하지 말고, 편안한 살림도 바라..

삶의나침반 2012.12.21

논어[7]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버지 살아 계실 적엔 그의 뜻 받들고, 아버지 돌아가시면 그의 하신 일을 본받되, 삼 년 동안 아버지의 법도를 뒤집지 않으면 효자라 해도 좋을 거야!" 子曰 父在觀其志 父沒觀其行 三年無改於父之道 可謂孝矣 - 學而 7 통치하는 자가 효에 대해 물었던 것 같다. 살아계실 적에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고, 돌아가신 뒤에도 삼 년 동안은 그 법도를 뒤집지 않는 것이 효라고 답하고 있다. 이를 지금의 시각으로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그렇더라도 공자의 보수적 태도가 드러나는 말이다.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바라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시정을 건의하고 고치는 게 현대적 의미의 효다. 인민이 고통받는 걸 알면서도 아버지의 법도라 하여 바꾸지 않는다면 이는 도리어 불효다. 공..

삶의나침반 2012.12.15

논어[6]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우리 선생님은 어느 나라를 가시든지 기어코 정치에 참여하시니, 그처럼 바라시기 때문인가? 그렇잖으면 그들이 부탁하기 때문인가?" 자공이 대답했다. "우리 선생님은 부드럽고 착하고 공손하고 검박하시므로 사양하시되 절로 그렇게 되는 거야! 우리 선생님의 방법은 남들이 하는 것과는 아주 다르단 말이야!" 子禽問於子貢曰 夫子至於是邦也 必聞其政 求之與 抑與之與 子貢曰 夫子溫良恭儉讓以得之 夫子之求之也 其諸異乎 人之求之與 - 學而 6 공자학당 안에서도 공자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제자도 있었던 것 같다. 자금이 자공에게 한 질문에서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공자를 변호하는 자공의 답변은 선생님을 공경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온화[溫], 선량[良], 공손[恭],..

삶의나침반 2012.12.11

논어[5]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도적 인물은 묵직하지 않으면 위엄도 없고, 학문도 부실하다. 충실과 신의를 으뜸 삼고,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 허물은 선뜻 고쳐야 하느니라." 子曰 君子不重 則不威 學則不固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 學而 5 유교적 덕목이 나열되고 있다. 여기서 주목되는 부분은 '나만 못한 이와는 벗하지 말라[無友不如己者].'다. 우선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A가 B보다 낫다면, B는 A와 벗하려 할 테고 반면에 A는 B와 벗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친구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호학(好學)을 강조하는 마음은 헤아려지지만 너무 계산적인 인간관계다. 사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사귄다면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도리어 퇴보할 수도 있다. 바둑을 둬보면 안다. 상수와 계속 두다 보면 상수 ..

삶의나침반 2012.12.06

논어[4]

선생님 말씀하시다. "젊은이들은 집에 들면 효도, 밖에서는 우애, 성실한 행동에 믿음직한 말씨, 범범하게 대중을 사랑하되 사람다운 이와는 더욱 가까이해야 한다. 그러고도 틈이 나거들랑 글을 배워야지." 子曰 弟子 入則孝 出則弟 謹而信 汎愛衆而親仁 行有餘力 則以學文 - 學而 4 왜 글을 배우고 학문을 하는가? 공자님 말씀의 초점은 '참된 사람 되기'에 집중되고 있다. 에 나오는 대로 격물치지(格物致知)는 결국 수신제가(修身齊家)로 연결된다. 공자님만큼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었다. 공야장(公冶長)편에 이런 공자님 말씀이 나온다. "자그마한 고을에도 나만큼 성실한 사람은 있겠지만, 나만큼 학문을 좋아하지는 않을 거다." 이렇듯 글을 배우는 데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 강했지만, 학문은 사람 도리를 하고 난 ..

삶의나침반 2012.12.01

논어[3]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을 꾸며대며 얌전한 체하는 짓은 사람다운 사람은 하지 않을 거야." 子曰 巧言令色 鮮矣仁 - 學而 3 중학생 때 쯤이었을까, 앞으로는 '자기 PR 시대'가 될 테니 겸손이 미덕만은 아니라는 말을 듣고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는 알아도 표시를 안 내고, 자신을 낮추는 게 당연시되던 분위기였다. 세상에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고민이 되기도 했다. 세월이 흘러 이젠 자기 PR 정도가 아니라 자기 과시와 꾸미기를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하는 세상이 되었다. 마침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제일 감상하기 좋은 시즌이 되었다. 표를 얻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하는 말과 자세를 보면 딱 교언영색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이미지 정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포장과 겉모습이 진실보다 더 중요하게 되었다. ..

삶의나침반 2012.11.26

논어[2]

유자가 말하였다. "효제의 도를 아는 사람은 윗사람에게는 함부로 굴지 않을 거야! 윗사람에게 함부로 굴지 않는 사람이 난리를 꾸민 예는 절대로 없다. 참된 인물은 근본 문제를 다루거든. 근본이 서야 길이 트이기 때문이다. 효제의 도가 바로 사람 구실 하는 길의 근본인 거야!" 有子曰 其爲人也孝弟 而好犯上者鮮矣 不好犯上 而好作亂者 未之有也 君子務本 本立而道生 孝悌也者 其爲仁之本與 - 學而 2 사람 구실의 기본은 효제(孝悌)에 있음을 말한다. 효(孝)는 부모를 섬기는 것이고, 제(悌)는 형이나 연장자를 섬기는 것이다. 인(仁)의 실천은 가까운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유자가 효제를 강조하면서 걱정한 것이 '윗사람에게 함부로 구는 것'[犯上]과 '난리를 꾸미는 것'[作亂]이다. 이건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

삶의나침반 2012.11.21

논어[1]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는 족족 내 것을 만들면 기쁘지 않을까! 벗들이 먼 데서 찾아와 주면 반갑지 않을까! 남들이 몰라주더라도 부루퉁하지 않는다면 참된 인간이 아닐까!" 子曰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 - 學而 1 오늘부터 를 읽는다. 와 마찬가지로 거북이 읽기가 될 것이다. 다 읽는데 3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건성으로 두어 번 본 적은 있으나 이번에는 정독해 보고자 한다. 를 읽겠다고 마음먹은 건 지난여름 공자의 고향인 곡부에 갔을 때였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거창한 기념물을 보며 공자는 과연 어떤 분일까, 더욱 궁금했다. 조선 시대의 통치 이념으로 변질된 유교의 또 다른 모습을 보는 것처럼 공자가 더 멀게 느껴졌다. 공자의 실제 말씀과 참모습..

삶의나침반 2012.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