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57

씨엠립(6) - 반띠에이쓰레이, 반띠에이쌈레

씨엠립 북동쪽에 있는 이 두 유적은 차를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한다. 유적에 어지간한 관심이 없으면 여기까지 찾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보석은 눈에 잘 안 띄게 숨겨져 있는 법이다. 반띠에이 쓰레이(Banteay Srei)는 10세기 후반 라젠드바라만 2세 때 세워졌다. 규모가 작지만 정교한 조각이 아기자기하면서 아름다운 여성적인 사원이다. 세 개의 문을 통과해야 성소에 이르는데 가장 바깥 대문에서부터 섬세한 조각이 눈길을 당긴다. 문 상단에 코끼리를 타고 있는 인드라가 보인다. 성소로 향하는 참배로가 100여 미터 정도 뻗어 있다. 양쪽에 남아 있는 기둥으로 보아 원래는 회랑이 있었을 것이다. 참배로 옆에 있는 작은 건물 문 위에는 칼라가 선신을 잡아먹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다. 성소에 들어가는 입..

사진속일상 2024.01.26

씨엠립(5) - 똔레삽

어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한 탓에 오늘 오전은 휴식이다. 늦잠을 푹 자고 아침 식사 전 숙소에서 가까운 공원을 가볍게 산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똑 같다.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공원에서는 조깅이나 걷기를 하는 현지인의 발걸음이 상쾌하다. 이 모든 풍경을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감싼다. 물놀이하는 손주를 보며 풀장의 파라솔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 손님은 대부분이 서양인들이다. 가끔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을 만나는데 그때뿐이다. 낮에는 관광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은 낮에도 풀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쉬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긴 하다.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다. 그들한테서는 삶의 여유가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

사진속일상 2024.01.25

씨엠립(4) - 앙코르와트, 쁘레아칸, 네악뽀안, 따솜, 이스트메본, 쁘레룹

앙코르 와트 일출을 보기 위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났다. 툭툭이를 타고 앙코르 와트 입구까지 가서 휴대폰 불빛을 의지해 일출을 보는 장소인 연못으로 향했다. 연못과 주변은 이미 사람들이 빽빽이 모여 있었다. 앙코르 와트 일출은 너무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 분주하고 어수선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경관이 떨어지더라도 사람이 적은 호젓한 곳을 고를 것이다. 사람들에 부대끼며 굳이 연못에 비치는 반영 앞에서 기다릴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일출을 보고 그저께에 이어 다시 앙코르 와트에 입장했다. 일출을 본 사람들은 돌아가기도 하고 우리처럼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눈 앞에서는 서양인 단체 관광객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양인은 혼자나 둘씩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패키지로 오는 경우는 드문드문 눈에 띈..

사진속일상 2024.01.24

씨엠립(3)

사흘째는 쉬는 날로 잡았다. 오전에는 씨엠립 시내를 돌아보고, 오후에는 숙소에서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손주는 숙소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놀았다. 씨엠립(Siem Reap)은 캄보디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다른 무엇보다 앙코르 유적지가 곁에 있어 유명해졌다.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화려하고 활발한 도시다. 씨엠립은 '씨엠(태국)을 물리친 도시'라는 뜻이다. 시내 관광이라지만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선 숙소 가까이 있는 왕실정원에 들렀다. 왕실정원은 캄보디아 국왕 별장이 있는 도심 속 공원이다. 이 정원은 박쥐가 사는 나무가 있어 유명하다. 박쥐는 나무에 열매처럼 매달려서 쉬고 있었다. 동굴 안의 어두컴컴한 곳이 아니라 햇빛 속에서 살아가는 박쥐가 신기했다. 정원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가..

사진속일상 2024.01.23

씨엠립(2) - 앙코르톰, 따프롬, 앙코르와트, 프놈바켕

앙코르 유적 입장권은 필요에 따라 1일권(37$), 3일권(62$), 7일권(72$)을 구입하면 된다. 유적 입장료가 캄보디아인은 무료지만 외국인한테는 비싼 편이다. 우리는 3일권을 끊었다. 열흘 동안에 아무 날이나 사흘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첫날은 앙코르 유적의 중심인 앙코르 톰, 따 프롬, 앙코르 와트, 프놈 바켕을 찾기로 했다. 한국어 가이드와 차량은 미리 예약해 두었다. 첫날만 가이드를 이용하고 나머지 날은 우리끼리 가이드북을 들고 찾아다닐 것이다. 앙코르 톰(Angkor Thom)은 12세기에 인도차이나를 지배하던 앙코르 제국의 수도였다. 당시에 무려 백 만명이 거주했다고 한다. 해자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남문으로 향한다. 다리 양쪽에는 54개의 신이 뱀 몸통을 잡고 있는 모습이 세워져..

사진속일상 2024.01.22

씨엠립(1)

앙코르 유적을 보기 위해 캄보디아 씨엠립에 6박7일 동안 다녀왔다. 아내와 둘째 딸, 손주와 함께 했다. 이번 해외여행은 코로나로 인해 중단된 지 5년 만의 재개였다. 오랜만에 바다 밖으로 나가는 여행 준비를 하다 보니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귀찮고 부담도 되었다. 여행도 젊을 때 하라는 말이 실감이 되었다. 나이가 드니 아무래도 여행에 대한 설레임이 줄어든 건 확실하다. 앙코르 유적은 오래 전부터 가고 싶던 곳이었다. 그동안 한두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이제야 가족과 함께 가게 되었다. 씨엠립으로 결정된 것은 가족이 내 뜻을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에서 5시간 30분이 걸려 '씨엠립 앙코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작년 10월에 문을 연 신공항으로 우리는 스카이 앙코르 항공을 이용했다...

사진속일상 2024.01.21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5) - 바르셀로나

여행 여덟째 날,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다. 9시에 출발하니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다. 이번 여행은 바삐 시간에 쫓기지 않아 좋다. 숙소에서 본 발렌시아의 아침 주택가 풍경. 숙소는 대체로 이런 수준이다. 값싼 패키지니 숙소나 음식은 마음에 안 들어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바르셀로나로 향하는 고속도로와 휴게소.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니 건물 벽에 걸린 노란 리본이 자주 눈에 띈다.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과 문화나 언어가 다르다. 500년 전에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고자 통합을 했지만 아직 융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독립을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하려고 했으나 중앙 정부의 강제 진압으로 실패했다. 독립 운동으로 수감된 사람의 석방을 기원하는 마음을 노란 리본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다. 바르셀로나는..

사진속일상 2019.07.07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4) - 론다, 미하스, 그라나다

여행 여섯째 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에 론다로 출발하다. 아침 식사 전 숙소 주변을 산책하다. 이른 시간이어선지 세비야 교외 주택가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보이지 않고 조용하다. 집들은 거의 비슷한 모양이다. 숙소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일행. 론다로 가는 길에는 해바라기 밭이 많이 보인다. 꽃이 지고 있어 볼 품이 없어 차를 세우지는 않다. 스페인은 5월에 와야 많은 꽃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론다(Ronda)는 절벽 위에 세워진 도시로 집은 하나 같이 하얗다. 파란 하늘과 어울려 이국적인 느낌이 확 풍긴다. 론다에는 데레사 수녀(1515~1582)가 설립한 맨발의 가르멜 수도원이 있다. 한 번 들어가면 죽을 때까지 나올 수 없는 봉쇄 수도원이다. 시원한 초록의 가로수 길을 걸어간다. 론다는 투..

사진속일상 2019.07.06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3) - 세비야

여행 다섯째 날, 세비야로 가다. 리스본에서 세비야까지 400km, 고속도로를 달려 4시간 30분이 걸리다. 세비야(Sevilla)는 여행 오기 전 스페인 역사를 읽으면서 책에 제일 자주 등장하는 도시였다. 신화적 요소가 있지만 헤라클레스가 세운 도시가 세비야이고, 여기서 스페인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 뒤로도 세비야는 스페인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이슬람 지배 시대는 물론이고 대항해 시대에는 신대륙과의 무역항으로 영화를 누렸다. 세비야 가로를 따라 대성당으로 가다. 세비야 대성당은 이슬람인이 자신들의 사원으로 처음 세웠고, 이슬람을 몰아낸 가톨릭 세력이 100여 년의 대공사 끝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했다. 폭이 넓은 모양은 원래 이슬람 사원이었기 때문이다. 세비야 대성당은 바티칸 성당, 런..

사진속일상 2019.07.05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2) - 포르투, 파티마, 리스본

여행 셋째 날, 포르투갈 포르투로 이동하다. 포르투(Portu)는 포르투갈 제2의 도시로 오래전부터 항구도시로 번성한 지역이다. 대항해시대에는 해상 무역의 거점 도시였으며, 포트와인의 산지로도 유명하다. 포르투갈이라는 나라 이름도 '포르투'에서 나왔다. 수백 년 전 건축물이 남아 있는 히베리아 구역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포르투 역사 지구의 중심에 있는 리베르다드 광장이다. 보이는 사람 대부분이 관광객이다. 중앙에 동 페드로 1세의 기마상이 있다. 여기서 산티아고 길을 걷는 한국인 60대 부부를 만나다. 그 열정이 대단하다. 새까맣게 탄 얼굴로 환하게 웃는다. 타일 벽화로 유명한 포르투 기차역. 기차역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포르투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탑 3에 들어간다고 한다. 가이..

사진속일상 2019.07.04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1) - 마드리드, 톨레도, 살라망카

스페인으로 가는 길은 멀다. 인천공항에서 카타르 도하까지 10시간, 도하에서 스페인 마드리드까지 8시간이 걸렸으니 비행 시간만 18시간이었다. 경유하면서 대기한 시간까지 합하면 가는 데만 꼬박 22시간이 걸린 긴 여정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분쟁 지역인 호르무즈 해협을 새벽에 건넜다. 며칠 전에는 미군 드론이 격추되어 일촉즉발의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트럼프가 공격 명령을 내렸다가 취소했다는 보도가 출발 직전에 있었다. 이번에 카타르 항공을 이용했는데 국가에서 지원을 많이 해 주는 것 같다. 도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환승 공항으로 많이 활용된다. 고객은 항공료가 싼 카타르 항공을 선호한다. 카타르는 워낙 석유 부국이라 다른 민간 항공사가 경쟁할 수 없다. 도하에서 여행 팀원끼리 인사하다. 전체 23..

사진속일상 2019.07.03

손주 따라 사이판(2)

사이판 셋째 날, 하늘이 활짝 개였다. 오늘 밤 별을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에 젖는다. 개인적으로는 사이판의 별 사진을 찍어보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었다. 부피가 나가는 DSLR과 삼각대도 챙겼다. 구름 많은 날씨라는 예보를 들었지만 혹시나 해서 준비한 것이다. 아침 날씨가 지속되기를 빌었다. 오늘은 북쪽으로 올라가며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는 날이다. 혼자 아침 산책을 하는 길이 행복했다. 손주는 일어나나마자 할머니를 찾아왔다. 할머니는 모든 투정을 받아주고 시중을 들어준다. 아이는 엄마를 졸라 또 수영장에 들어갔다. 아침 시간이라 사람들은 없었다. 혼자서 물 미끄럼도 잘 탔다. 맨 처음 들린 곳은 사이판에서 제일 큰 마운트 카멜 성당이었다. 사이판은 스페인 통치를 받아서 가톨릭을 믿는 주민이 가장 많다. ..

사진속일상 2018.07.21

손주 따라 사이판(1)

손주 따라 3박4일로 사이판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아무 준비도 없이 따라나섰다. 둘째가 모든 계획을 짠 탓에 믿고 맡겼다. 해외여행 플랜에는 젊은이를 당할 수 없기에 간섭할 여지가 없었다. 여행의 중심은 당연히 손주였다. 따라서 오랜만에 바다에도 들어가고, 많이 웃었다. 아내는 질겁을 하지만 손주를 놀리는 재미는 모를 것이다. 사이판까지는 네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떠나기 전까지도 사이판의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아무 정보 없이 떠나자고 마음 먹었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관계 없는 미국령인 것도 가서야 알았다. 크기도 자그마하다. 고구마 같이 생겼는데 길이가 긴 남북으로 종단하는 데도 30분이면 넉넉하다. 첫 이틀간의 숙소는 코아나 리조트였다. 바다에 연하고 있어 방에서 바로 열대 바다가 내려다 보..

사진속일상 2018.07.20

이탈리아(7) - 로마

"마침내 나는 이 세계의 수도에 도달했다." 1786년 로마에 도착한 괴테는 기행문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그리고 이날이 자신이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감격스러웠던 것이다. 그리고 1년간 로마에 거주하며 보고, 배우고, 사람들과 교유를 했다. 수개월 동안 걷거나 마차를 타고 힘들게 로마에 도착한 괴테와 달리 나는 비행기를 타고 12시간 만에 로마에 내렸다. 그리고 일주일간 이탈리아 주요 지역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괴테가 봤다면 기가 찰 노릇인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 역시 들뜨지 않을 수 없다. 드디어 로마에 왔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로마 시내를 돌아다니는데 걸린 시간은 다섯 시간에 불과했다. 슬프다. 바티칸 한 곳도 다섯 시간으로는 부족할 텐데 콜로세움,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전차경기장, ..

사진속일상 2018.03.21

이탈리아(6) - 폼페이, 카프리

AD 79년 여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했다. 용암과 함께 분출한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화산력이 폼페이를 덮쳤다. 폼페이 주민은 피할 겨를도 없이 20m가 넘는 두께의 화산재에 갇혔다. 도시 전체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폼페이는 잊혀졌다. 그로부터 1,600년이 지나서 폼페이 유적이 발굴되기 시작했다. 발굴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2천 년 전 로마 시대의 도시가 온전한 모습으로 지상에 드러나고 있다. 비극적인 참사가 도시를 원형 그대로 보존시킨 것이다. 이탈리아 여행 일곱째 날, 새벽 6시에 로마를 출발해서 아침은 간편식으로 버스에서 먹는다. 로마에서 폼페이까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세 시간 정도 걸린다. 폼페이에서 현지인 가이드가 한 명 더 합류한다. 오늘은 폼페이를 보고 카프리까지 갔다 와야 하므로 ..

사진속일상 2018.03.20

이탈리아(5) - 피렌체

패키지여행은 짧은 시간에 많은 곳을 보는 장점이 있으나 겉핥기에 그치는 점이 아쉽다. 주마간산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명소에 가면 간단한 설명과 함께 자유시간이 주어지는데 대개 기념사진 몇 장 찍으면 끝난다. 유럽에는 예쁜 성당이 많다. 제대로 보자면 안에도 들어가 봐야 하는데 시간상 어림도 없다. 그저 성당 껍데기만 구경할 뿐이다. 여러 군데를 다니자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개인여행을 생각해 보지만 만만치 않다. 숙소를 정하는 것부터 모든 일정을 직접 짜야 한다. 제일 골칫거리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음식 하나 먹는데도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젊을 때야 패기로 부딪쳐 본다지만 나이 들어서는 너무 큰 장벽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패키지를 선택한다. 아무 신경 쓰지 않고 따라만 가 주..

사진속일상 2018.03.19

이탈리아(4) - 친퀘테레, 피사

어제 묵은 밀라노의 티파니 호텔은 시설이 안락해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중간에 잠을 깨지 않고 4시 30분 알람 소리에 눈을 떴다. 이탈리아 여행 다섯째 날이다. 호텔에서 보이는 이탈리아 아파트다. 이탈리아에는 아파트를 보기 어렵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마당이 있는 집을 선호한다. "사랑을 얻으면 한 달이 행복하고, 젖소를 얻으면 1년이 행복하고, 마당을 가꾸면 평생 행복하다"고 이탈리아 사람들은 말한다. 친퀘테레로 가기 위해 기차역으로 걸어간다. 가로수인 오렌지나무가 정겹다. 친퀘테레행 기차를 타는 라스페지아 기차역이다. 숨가쁘게 달려갔지만 눈 앞에서 기차를 놓쳤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역 앞에서 비둘기와 놀다. 빵 부스러기를 주니 먹이 다툼이 치열하다. 친퀘테레(Ci..

사진속일상 2018.03.19

이탈리아(3) - 베로나, 밀라노

3월 11일 이탈리아 여행 넷째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오늘은 여유 있는 일정이라 7시 30분에 아침 식사를 하고, 8시 30분에 숙소를 출발한다. 오전은 베로나, 오후는 밀라노 관광이다. 베로나(Verona)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된 도시다. 교황파와 황제파의 싸움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랑 이야기다. 관광객들은 줄리엣을 만나러 베로나로 몰려든다. 그러나 시대 배경은 맞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은 실재하지 않았던 인물이다. 소설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베로나 시에서는 건물을 사서 줄리엣의 집으로 꾸몄다. 사람들은 허구의 집인 이곳으로 끊임없이 찾아온다. 문화 컨텐츠가 성공한 예다. 또 다른 베로나의 자랑거리는 아레나 원형경기장이다. 현존하는 원형경기장 중 세 번째로 크다. 보존 상태도 양호하다. ..

사진속일상 2018.03.18

이탈리아(2) - 베네치아

3월 10일, 이탈리아 여행 셋째 날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로 가는 날이어서인지 하늘은 잔뜩 흐리고 가랑비가 뿌린다. 비 오는 날 베네치아 관광은 최악이라는데 제발 많은 비만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베네치아(Venezia)는 바다 위에 세워진 경이로운 도시다. 베네치아의 역사는 6세기에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의 피난민이 열두 개의 섬에 마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그 뒤 베네치아는 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되면서 번영을 누리게 된다. 10세기의 베네치아 공화국은 이탈리아 도시 국가 중 가장 부강한 나라였다. 15세기까지 황금기를 구가하던 베네치아는 이후 쇠락해 간다. 지금은 110여개의 섬들이 400개가 넘는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3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실제 베네치아에 가면 엄청난 규모에..

사진속일상 2018.03.18

이탈리아(1) - 아시시

2018년 3월 8일 오후 4시 40분에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낮 12시 4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공항까지 12시간이 걸렸다. 우리나라와 이탈리아는 8시간의 시차가 난다. 아내와 함께 하는 7박 9일의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공항 밖에서 패키지여행 멤버들이 모였다. 총 27명인데 여자가 24명, 남자가 3명이다. 여자끼리 단체로 온 10명과 8명 그룹에 우리와 비슷한 나잇대의 부부, 그리고 자매와 모녀 팀, 혼자 온 남자가 한 명 있다. 여자들 틈새에서 어떻게 지낼까, 라는 걱정이 먼저 들었다. 첫날은 다른 일정 없이 로마 시내에 있는 호텔에 가서 쉬었다. 저녁으로는 김밥이 나왔다. 호텔로 가는 길에 만난 이탈리아의 첫인상은 회색빛으로 우중충했다. 사람들도 무뚝뚝해 보..

사진속일상 2018.03.17

부산 & 대마도(3)

단체로 여행 갔을 때 아쉬운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의 부족이다. 떠들어대며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건 영 질색이다. 그래서 자유 시간이 나면 억지로라도 일행에서 떨어져 행동한다. 다행히 이번 대마도 여행은 일정이 빡빡하지 않고 여유가 많았다. 지역이 좁으니 이동하는데 드는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날은 아침 식사 후 한 시간, 점심 후 두 시간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동료들과 헤어져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 행복했다. 특별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다. 그저 이국의 골목길을 발길 가는 대로 걷는다. 패키지 코스에서 벗어난 인적이 드문 곳이다. 보여주는 광경이 아닌 실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다. 조그만 카페를 발견하고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창가에 앉았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

사진속일상 2017.09.16

부산 & 대마도(2)

여행을 갈 때 제일 신경 쓰이는 게 잠자리다. 집에서는 혼자 방을 쓰니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조용한 분위기에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밖에 나가면 대개 2인 1실이다. 잠자는 시간이나 습관이 다른 사람과 같은 방을 써야 한다. 더구나 나는 코를 골기 때문에 타인의 잠을 방해할까 봐 걱정이 앞선다. 여러 신경을 쓰다 보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파트너는 잠을 늦게 드는 친구였다. 잠이 안 와 두세 시가 되어야 잠 든다고 했다. 같이 얘기하다가 잠자는 타이밍을 놓쳤는데 불을 꺼도 이 친구는 10분마다 한 번씩 헛기침을 하며 뒤척였다. 잠이 들었다가도 그 소리 때문에 금방 깨버렸다. 그래서 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 아침 컨디션이 바닥인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다. 부산터미널에서 대마도를 향해 9시에 출발했다...

사진속일상 2017.09.15

부산 & 대마도(1)

우리나라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해외여행은 일본 대마도다. 부산에서 49km다. 배로 1시간이면 닿는다. 반면에 일본 본토까지는 150km다. 날씨가 맑으면 부산에서 대마도가 보인다. 정작 일본인보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관심이 큰 섬이 대마도다. 역사적으로도 우리나라와 얽힌 사연이 많은 섬이다. 대학 동기 여덟 명이 1박2일의 대마도 패키지 여행을 했다. 전날 부산에 내려가서 옛 친구를 만나고, 친구의 안내로 부산을 관광했다. 아침에 내린 폭우로 부산은 학교가 휴교하는 등 여기저기에 피해의 흔적이 있었다. 길이 통제 돼 돌아가기도 했다. 날씨는 잔뜩 흐리고 보슬비가 오락가락했다. 친구는 부산에서 목회를 하는 목사님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신앙에 몰두하더니 결국 목회자가 되었다. 인간에게는 어찌 할 수..

사진속일상 2017.09.14

뉴질랜드(12) - 헤밀턴 가든, 오클랜드

뉴질랜드 여행 24일째, 긴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클랜드로 향하는 길, 헤밀턴을 지나며 잠시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 들렀다. 휴일이어선지 다른 곳과 달리 놀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군데군데 야외 공연도 벌어져 시끌벅적했다. 헤밀턴 가든의 꽃들. 눈에 익은 꽃도 많았다. 헤밀턴 가든은 세계의 대표 정원을 모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 석회암 동굴인데 이 동굴 안에 사는 반디벌레로 유명하다. 캄캄한 곳에서 반디벌레는 빛을 내서 먹이가 되는 곤충을 유인한다. 천정에 붙어 거미줄 같은 먹이줄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빛으로 유인한다. 수많은 반디벌레들의 빛은 아름다우며 경탄을 자아낸다. 마치 하늘에 별이 떠 있는 것 같다...

사진속일상 2017.03.14

뉴질랜드(11) - 통가리로 트레킹

통가리로(Tonggariro)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북섬에서 가장 높은 루아페후(Ruapehu, 2797m), 응가우루호에(Ngauruhoe, 2291m), 통가리로(Tonggariro, 1968m)의 세 화산이 인접해 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gariro Alpine Crossing)은 이들 화산 사이를 지나는 20km의 트레킹이다. 완주하는데 8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차 때문에 통가리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양 지점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통가리로 가는 길,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루아페후다. 오른쪽의 원뿔 모양의 화산이 응가우루호에이고, 가운데 밋밋한 산봉우리가 통가리로다. 황량하면서도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

사진속일상 2017.03.13

뉴질랜드(10) - 로토루아, 레드우즈

로토루아(Rotorua)는 온천 도시다. 화산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지표에서는 끓는 물과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패키지 여행에서도 이곳은 필수 코스다. 로토루아에 있는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오래전부터 마오리족이 살던 마을로 지금은 민속촌으로 변해 있다. 마을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며 간헐천도 있다. 나에게는 화산 지형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오리족이 직접 가이드를 하며 마을을 안내한다. 마오리족 교회. 묘지. 뉴질랜드 인구의 9% 정도가 마오리족이다. 백인과 큰 차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뉴질랜드 주류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인과 마오리족이 서로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마오리족의 민속 공연. 마오리족은 인사할 때 혀를 쑥 ..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9) - 북섬으로 넘어가다

뉴질랜드 여행 18일째, 카이코우라(Kaikoura)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넬슨에서 카이코우라까지는 224km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이코우라는 바다가재 요리로 유명하고, 원하는 사람은 향유고래 관찰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동안 해안을 따라 난 철도와 나란히 달렸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 철로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렸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 여파로 길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카이코우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 중 계획과 어긋난 유일한 경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공항 가까이 있는 'Aarburg Airport Motel'은 넓은 잔디 마당이 좋았다...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8) - 아벨타스만 트레킹

아침을 먹고 웨스트포트(Westport) 시내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Long Black)'이라고 부른다. '숏 블랙(Short Black)은 약간 달콤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때문에 점심은 11시 쯤 적당한 쉼터에서 먹었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간단히 때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아침 식사는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로토로아 호수(Lake Rotoroa). 호수 둘레를 산책하려 했으나 샌드플라이 때문에 쫓겨났다. 도로 옆 쉼터에서는 어디서나 캠핑카를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캠핑가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우리도 인원만 적었다면 캠핑카 여행을 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독방을 썼던 모투에카(Motueka)의 숙소, 'White El..

사진속일상 2017.03.11

뉴질랜드(7) - 팬케이크 바위, 태즈먼 해변

뉴질랜드 남섬 푸나카이키(Punakaiki)에 있다. 마치 팬케이크를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어서 '팬케이크 록(Pancake Rocks)'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채석강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면서 아기자기하다. 3천만 년 전에 이곳은 바다속이었다. 바다 생물과 모래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지층이 융기한 후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단단한 부분이 살아남으면서 이런 기이한 지형이 조각 되었다. 생성 원인이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고 온전히 납득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간극에 신비가 존재하고 경탄이 생겨난다. 팬케이크 바위도 그러했다. 우리는 태즈먼 해를 왼쪽으로 끼고 계속 북상했다. 이제 남섬의 북쪽 끝에 가까이 이르렀다. 가다가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해변에서 휴식을 취했다. 폴윈드(Foulwind..

사진속일상 2017.03.10

뉴질랜드(6) - 와나카, 폭스 빙하, 프렌츠조셉 빙하

밀포드 트레킹과 크루즈 관광을 마치고 테아나우에서 숙박하며 나흘 동안의 피로를 씻어냈다. 밀린 옷가지도 세탁기에 돌렸다. 다시 맑은 날씨로 돌아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뉴질랜드 여행 열사흘째, 테아나우에서 애로우타운(Arrowtown)을 거쳐 휴양도시인 와나카(Wanaka)로 향했다. 다시 만난 와카티푸 호수. 와나카로 넘어가는 고개. 풍광이 아름다운 와나카 호수(Lake Wanaka). 와나카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로 남북 길이가 42km나 된다. 수심은 300m 정도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레포츠를 즐기러 사람들이 와나카를 찾는다. 우리가 묵었던 유스호스텔 'YHA Wanaka'. 6인실의 남녀 공용이었는데 인도 처녀가 팬티를 빨아 화장실에 걸어 놓아 황당했었다. 다음날 아침, ..

사진속일상 2017.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