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문 31

논어[262]

궐 마을 출신의 소년이 심부름을 한즉, 어느 사람이 물었다. "진취성이 있는 애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가 그의 앉는 자리를 보고, 그가 그의 선배들과 나란히 걷는 것을 보면 진취성이 있는 애가 아니라 얼른 어른이 되고 싶어하는 애입니다." 闕黨童子 將命 或問之 曰 益者與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幷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 - 憲問 31 궐 마을은 공자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공자는 자신의 고향에서 똑똑한 아이를 데려와 특별히 가르쳤던 것 같다. 아이는 공자 가까이에서 심부름도 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아이의 장래성에 대해 물으니 공자의 대답은 분명하다. 아이의 행동거지를 보고 인간됨을 분별한다. 이 아이는 영재에 해당할 것이나, 제 영민만으로 남보다 앞서나가려 한다. 공자는 아이에게서..

삶의나침반 2017.11.16

논어[261]

원양이 걸터앉아서 맞이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려서부터 건방지고, 나이 먹어도 보잘 것 없고, 늙어도 죽지 않는 것을 도둑놈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팡이로 정강이를 툭툭 쳤다. 原壤夷俟 子曰 幼而不孫弟 長而無述焉 老而不死 是謂賊 以杖叩其脛 - 憲問 30 흥미로운 대목이다. 공자의 말과 행동을 볼 때 원양은 공자와 격의 없는 사이였던 것 같다. 공자가 찾아왔을 때 걸터앉아서 맞이하고, 공자가 지팡이로 정강이를 칠 정도면 어릴 적 장난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듯하다. 여기서 교훈적인 걸 찾고 싶지는 않다. 공자의 인간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다.

삶의나침반 2017.11.09

논어[260]

자로가 참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사람됨이 경건하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뭇 사람을 편안하게 해 준다." "그러면 그만인가요?"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준다." 몸단속을 잘 하면서 백성들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일은 요, 순도 애태웠던 일이다." 子路問 君子 子曰 修己以敬 曰 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人 曰如斯而已乎 曰 修己以安百姓 修己以安百姓 堯舜其猶病諸 - 憲問 29 군자됨의 기본은 수신(修己)다. 그를 바탕으로 타인과 세상을 이롭게 하는 길로 나아간다. 수신제가 연후에 치국평천하로 확장하는 것이다. 제 몸단속도 못 하는 사람이 명예욕만 키울 때 어떤 불행을 자초하는지는 우리가 늘 보게 되는 바다. 세상을 혼란케 하는 ..

삶의나침반 2017.10.29

논어[259]

선생님 말씀하시다. "윗사람이 예법을 좋아하면 백성들도 부리기 쉽다." 子曰 上好禮 則民易使也 - 憲問 28 상(上), 민(民), 사(使) 같은 용어에는 거부감이 든다. 상(上)은 하(下)를, 민(民)은 인(人)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2,500년 전의 인식 체계를 지금과 같은 기준에서 평가할 수는 없다.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나라가 잘 돌아간다, 쯤으로 가볍게 해석하면 될 듯하다. 위정자들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서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삶의나침반 2017.10.22

논어[258]

선생님이 위나라에서 경쇠를 치고 있을 때 바구니를 들어 메고 공 선생 집 앞을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마음이 있나 보다! 경쇠 치는 것을 보니!" 얼마쯤 있다가 "비루하군! 땡땡거리는 소리가! 몰라주면 그만두면 그만이지.깊으면 잠방이로 얕으면 걷어올리지." 선생님 말씀하시다. "과연 그렇군! 따질 수도 없는 말이다." 子 擊磬於衛 有荷궤而過孔氏之門者 曰 有心哉 擊磬乎 旣而曰鄙哉 갱갱乎 莫己知也 斯已而已矣 深則려 淺則揭 子曰 果哉 末之難矣 - 憲問 27 공자의 경쇠 소리를 듣고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도 대단하다. 이 사람은 공자와는 결이 다른 은둔형이다. 이 사람이 볼 때 공자의 처신은 못마땅하다. 굳이 현실에 참여하여 세상을 바꾸려 애쓰는 게 가련하게 보였을 수 있다. 공자도 세상을 바라보는 방향이 다..

삶의나침반 2017.10.16

논어[257]

자로가 석문에서 쉴 때 문지기가 물었다. "어디서 왔나?" 자로가 대답했다. "공 선생에게서다." "저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해 보겠다는 사람말인가?" 子路 宿於石門 晨門曰 奚自 子路曰 自孔氏 曰 是知其不可 而爲之者與 - 憲問 26 짧은 대화지만 공자에 대한 당시 평가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안 될 줄 뻔히 알면서도 해 보겠다는 사람'이라는 말에는 공자의 끈질긴 현실 참여 의지가 보인다. 그러나 공자의 주장은 당대 권력자들에게 뜬구름 잡는 얘기로 들렸을 수 있다. 그래도 공자는 자신의 이상을 포기하지 않았다. 시류에 영합하지 않으면서 세상 속으로 들어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공자의 고군분투는 다수에게는 비아냥거리였는지 모른다. 그런 걸 무시하고 자신의 길을 걸어간 데 공자의 위대함이 있다.

삶의나침반 2017.10.09

논어[256]

선생님 말씀하시다. "현명한 사람은 세상을 피하고, 그 다음은 지방을 피하고, 그 다음은 눈치를 피하고, 그 다음은 말을 듣고 피한다." 子曰 賢者避世 其次避地 其次避色 其次避言 - 憲問 25 공자의 말이 아니라 도가의 글을 보는 것 같다. 자신의 몸을 보신하기 위해서 은둔하는 것을 공자는 비판했다. 그러나 태백편에서 "찌우둥거리는 나라에는 들어가지 말고, 어지러운 나라에는 살지 말고, 정치 질서가 섰을 때는 나서야 하고, 질서가 깨지면 숨어야 한다[危邦不入 亂邦不居 天下有道則見 無道則隱]."라고 했으니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도 아니다. 세상이 완전히 망가지고 무도하다면 차라리 숨는 게 낫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공자가 실제 그렇게 행동한 적은 없었다. 현자피세(賢者避世)는 나도 여주로 내려가면서 써먹은 ..

삶의나침반 2017.10.01

논어[255]

공백료가 계손에게 자로를 중상한즉, 자복경백이 이 일을 밝혀 말했다. "그 분도 확실히 속아넘어가 있습니다. 공백료는 내 힘으로도 죽여서 저저거리에다가 내걸 수 있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질서가 제대로 잡혀지는 것도 천명이요, 질서가 문란해져 버리는 것도 천명이니, 공백료인들 그 천명을 어떻게 할 것인가!" 公伯寮 遡者路於季孫 子服景伯 以告曰 夫子 固有惑志於公伯寮 吾力 猶能 肆諸市朝 子曰 道之將行也與 命也 道之將廢也與 命也 公伯寮 其如命何 - 憲問 24 옳고 그름을 밝히는 것보다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이 상황도 그런 것 같다. 한쪽 편의 말만 듣고 쉬운 결정을 내릴 일은 아니다. 천명(天命)이 무너지는 시대였긴 하지만 공자는 하늘의 뜻을 믿었던 것 같다. 하늘이 내려준 본인의 ..

삶의나침반 2017.09.22

논어[25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은 없나보다!" 자공이 말했다. "왜 선생님을 몰라준다고 하십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남을 허물하지 않고, 차근차근 배워서 위로위로 올라가니, 나를 아는 자는 저 하늘인가!" 子曰 莫我知也夫 子貢曰 何爲其莫知子也 子曰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 知我者 其天乎 - 憲問 23 공자 인생 후반기인 천하를 주유할 시기에 한 말이 아닌가 싶다. 세상을 위해 큰 쓰임이 되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끝까지 미련을 가진 공자의 집념이 대단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견 공자의 한탄으로 들리지만 그 밑바닥에는 공자의 자긍심이 깔려 있다. '不怨天 不尤人 下學而上達'은 공자의 생활 철학이었다. ..

삶의나침반 2017.09.16

논어[253]

어느 사람이 말했다. "원한을 은혜로 갚으면 어떤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은혜는 무엇으로 갚게. 원한은 곧은 것으로 갚고, 은혜는 은혜로 갚아야지." 或曰 以德報怨 何如 子曰 何以報德 以直報怨 以德報德 - 憲問 22 공자는 정치를 통해 세상을 바로잡으려 했다. 현실적 의미에서 정치는 법가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 공자는 인(仁)과 의(義)가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보았다. 무조건적인 용서와 사랑은 개인에게는 몰라도 나라를 운영하는데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대목은 63장에 나오는 '원한을 덕으로 갚으라[報怨以德]'는 내용과 대비된다. 공자는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해서 공평한 정의의 적용을 우선했다. 이것이 담보되어야 국가의 기틀이 바로 세워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삶의나침반 2017.09.07

논어[252]

미생묘가 선생님께 말하기를 "구는 왜 그처럼 시시덕거리는가! 지나치게 중얼거리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얼거리는 것이 아니라 고집통이가 싫기 때문이지." 微生묘 謂孔子曰 丘何爲是栖栖 者與 無乃爲녕乎 孔子曰 非敢爲녕也 疾固也 - 憲問 21 당시에는 공자를 비난하는 사람도 당연히 있었다. 여기 나오는 미생묘도 공자를 너무 설쳐대는 인물로 보고 있다. 예를 따지고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아니꼽게 보였을 수 있다. 공자는 반대로 미생묘를 고집불통으로 묘사한다. 서로간의 기질 차이가 아닌가 싶다. 뒤에 유가와 도가로 갈라져서 반목하게 된 시초가 여기에 보인다.

삶의나침반 2017.08.29

논어[251]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이 나를 몰라주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실행하지 못하는 것이 걱정이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 憲問 20 비슷한 의미의 말이 에는 여러 군데 나온다. 공부란 남에게 보이기 위함이 아니라, 나 자신의 인간적 성숙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남이 나를 몰라준다고 걱정할 일이 아니다. 배운 바대로 실천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그것이 군자의 바른 태도다.

삶의나침반 2017.08.22

논어[250]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의 길에 셋이 있는데, 나는 아무 것도 못한다. 사람 구실하는 이는 근심하지 않고, 슬기로운 이는 어리둥절하지 않고, 용기있는 이는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이 자기 말씀을 하시는 거야." 子曰 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子貢曰 夫子自道也 - 憲問 19 군자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 인(仁), 지(知), 용(勇)이다. 학교 교훈으로도 많이 등장하는 단어일 것이다. 공자는 스스로 못 미친다고 고백하면서 이를 설명한다. 여기에 대한 자공의 반응이 재미있다. 대개는 자신을 돌아보는 반응을 보이는 게 보통이지만 자공은 스승의 몫으로 돌린다. 자신만만한 어감에서 자공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공자도 자공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자공의 당당함도 ..

삶의나침반 2017.08.16

논어[24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제 말이 제 행동에 앞서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子曰 君子 恥其言而過其行 - 憲問 18 말이 행동보다 앞서면 신뢰가 생기기 어렵다. 건강한 공동체는 서로간의 믿음으로 유지된다. 구성원 사이의 신뢰가 깨지면 공동체는 붕괴할 수밖에 없다. '신(信)'은 공동체의 필요 조건이다. 옛날에 서울 올라갈 때 고향 사람들이 자주 말했다. 서울은 눈 뜨고 코 베어가는 곳이니 조심하라고. 그때는 순박한 시골이라도 있었다. 이제는 영악해진 면에서 서울이나 시골의 구별이 없다. 모르는 번화의 전화가 오면 아예 받지를 않는다. 날 이용하려는 의도거나, 심하면 보이스 피싱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제일 경계할 것이 사람인 세상이 되었다. 인류의 여명기에는 남을 사기치거나 해꼬지..

삶의나침반 2017.08.10

논어[248]

거백옥이 어느 사람을 선생님께 심부름 보냈다. 선생님은 자리에 앉힌 후 물었다. "주인께서는 어떻게 지내시는가?" "주인께서는 허물이 적었으면 하고 노력하면서 계시지만 잘 안 되시나 봅니다." 심부름꾼이 나간 후에 선생님 말씀하시다. "심부름꾼이로군! 그야말로 참한 심부름꾼이로군!" 거伯玉 使人於孔子 孔子與之坐而問焉曰 夫子何爲 對曰 夫子欲寡其過 而未能也 使者出 子曰 使乎 使乎 - 憲問 17 거백옥은 위나라 사람으로 공자가 존경한 사람 중 하나다. 거백옥이 보낸 심부름꾼을 봐도 주인의 품성을 알 수 있다. 공자가 거백옥의 안부를 물으니 심부름꾼은 주인의 인간됨을 향한 노력을 말한다. 공자나 거백옥이 무엇에 관심을 두는지 심부름꾼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카메라로 찍은 스냅처럼 스쳐 지나가는 장면이..

삶의나침반 2017.08.04

논어[247]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날 공부는 자기를 위한 것이더니, 요새 공부는 남 때문에 하거든." 子曰 古之學者爲己 今之學者爲人 - 憲問 16 위기지학(爲己之學)과 위인지학(爲人之學)의 의미를 바로 할 필요가 있다. 위기(爲己)라고 하면 나의 명성을 위한 이기적인 공부로, 위인(爲人)이라고 하면 다른 사람을 위해서 하는 세상을 낫게 하려는 공부로 오해하기 쉽다. 사실은 반대다. 공부의 목적은 자기 완성에 있다. 바른 인간이 되기 위해 하는 공부가 위기지학이다. 그 연후에 세상으로 나아간다. 반면에 위인지학은 처음부터 타인을 의식하는 공부로 출세를 지향한다. 남에게 잘 보이려는 공부다. 공부의 본래 의미가 퇴색되는 데 따른 공자의 한탄이 이 말씀에 있다.

삶의나침반 2017.07.27

논어[246]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위로만 틔고, 하찮은 위인은 아래로만 틘다."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 憲問 15 젊어서 교회 나갈 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날마다 나아갑니다'라는 가사의 찬송가를 좋아했다. 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에는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플라톤이 그려져 있다. 공자 역시 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공자의 '군자는 상달(上達)하고, 소인은 하달(下達)한다'의 느낌은 앞의 둘과는 다르다. 종교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은, 현실적인 영역의 일이다. 진리는 지금 이 자리, 삶의 현장에 있다.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한 정진 그 자체에 인생의 의의가 있다고 공자는 말하는 것 같다.

삶의나침반 2017.07.18

논어[245]

자로가 주군 섬기는 법을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숨기지 말고 따지며 덤벼라." 子路問 事君 子曰 勿欺也而犯之 - 憲問 14 주군에게 충성한다는 것은 이런 자세를 말함이다. 임금이라도 잘못이 있을 때는 가차 없이 따져야 한다. '덤빈다[犯]'는 말에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바른말을 해야 한다는 적극적인 뜻이 들어 있다. 이게 선비 정신이다. 마찬가지로 지도자도 알랑방귀만 뀌는 작자를 곁에 두어서는 안 된다. 듣기 거북하더라도 옳은 말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 감히 자신을 '범(犯)'할 수 있는 사람을 중용해야 한다. 이것이 큰 사람이다. 조무래기들만 모여 있던 조정이 어떤 꼴이 났는지는 최근의 사례가 확실히 보여주었다.

삶의나침반 2017.07.11

논어[244]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무렇게나 이야기해 버리면 실행할 때 곤란하지." 子曰 其言之不작 則爲之也難 - 憲問 13 공자는 여러 차례 말과 행동의 일치를 강조한다. 실천이 따르지 못하는 말은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군자는 어눌하다"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군자는 말을 머뭇머뭇, 조심하기 때문에 어눌해 보일 것이다. 항상 세 치 혀에서 문제가 생긴다. 삼가고 삼가야 할 것이 말이다. 그런데 나는 30년 넘게 말로 하는 직업을 갖고 살았으니, 그 허언(虛言)이 어느 정도였을지 아득하기만 하다.

삶의나침반 2017.07.04

논어[243]

선생님이 위나라 영공의 무질서한 것을 말한즉, 강자가 말했다. "그처럼 하는데도 왜 망하지 않을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중숙어는 외교를 맡고, 축타는 내정을 맡고, 왕손가는 군무를 맡았으니 그처럼 하는 데 왜 망하겠는가!" 子言 衛靈公之無道也 康子曰 夫如是 奚而不喪 孔子曰 仲叔어 治賓客 祝駝 治宗廟 王孫賈 治軍旅 夫如是 奚其喪 - 憲問 12 위나라 영공은 정치적으로 무능한 사람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스캔들로 나라가 시끄럽기도 했다. 왕이 무능하면 신하라도 제 노릇을 하면 된다. 그러면 나라가 무너지는 일은 없다. 바른 인재를 등용하는 것도 지도자의 큰 몫이다. 박근혜 정권을 되돌아보면 그 의미가 보인다. 공자는 군자가 다스리는 나라를 꿈꿨지만 현실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공자가 ..

삶의나침반 2017.06.28

논어[242]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문공은 속임수를 쓰니 바르지 않고, 제환공은 바르기에 속임수를 쓰지 않는다." 子曰 晉文公 譎而不正 齊桓公 正而不譎 자로가 물었다. "환공이 규를 죽였을 때 소홀은 따라 죽고 관중은 죽지 않았으니, 사람 구실을 못한 것이 아닐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환공이 제후를 규합할 대 무력을 쓰지 않은 것은 관중의 힘이다. 그이처럼 사람 구실 했지! 그이처럼 사람 구실 했지!" 子路曰 桓公殺公子糾 召忽 死之 管仲 不死 曰 未仁乎 子曰 桓公九合諸侯 不以兵車 管仲之力也 如其仁 如其仁 - 憲問 11 진문공과 제환공은 춘추오패로 불린다. 둘 다 공자보다 백 년 전 사람이다. 공자는 제환공에 대한 평가가 후하다. 그런데 제환공을 있게 한 것은 관중이다. 관중과 소홀이 모시던 규가 암살 당했을 때..

삶의나침반 2017.06.21

논어[241]

선생님이 공숙문자에 대하여 공명가더러 물었다. "사실일까요? 그 분은 말도 않고, 웃지도 않고, 받지도 않았다니." 공명가가 대답했다. "그런 이야기는 잘못된 것입니다. 그 분은 할 때라야 말을 하니 사람들은 그 말에 지치지 않고, 즐거워야 웃었으니 사람들은 그 웃음에 지치지 않고, 합당해야만 받으니 사람들은 그가 받는 것을 괴롭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랬던가요! 정말 그랬을까요!" 子問 公叔文子於公明賈曰 信乎夫子 不言 不笑 不取乎 公明賈對曰 以告者過也 夫子時然後言 人不厭其言 樂然後笑 人不厭其笑 義然後取 人不厭其取 子曰 其然 豈其然乎 - 憲問 10 무슨 일인지 공자는 위나라 정치인인 공숙문자에 대해 관심이 있어 보인다. 공숙문자는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말을 해야 할 ..

삶의나침반 2017.06.14

논어[240]

자로가 완성된 인간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장무중의 지혜, 공작의 무욕, 변장자의 용기, 염구의 재주에다가 예의와 음악으로 문체를 내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 "요즈음 완성된 인간은 그런 것까지도 없습니다. 잇속에 당면해서는 정의를 생각하고, 위험에 직면하여 목숨을 바치고, 오래된 약속도 평생토록 잊지 않으면 완성된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子路問 成人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염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曰 今之成人者 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 憲問 9 텍스트의 번역대로라면 자로는 선생의 가르침에 맞설 정도로 당돌하다. 자로의 성격에 비춰볼 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다수의 번역에서는 뒤의 말도 공자의 ..

삶의나침반 2017.06.06

논어[239]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난 속에서 원망하지 않기는 어렵지만, 부자가 교만하지 않기는 쉽다." 子曰 貧而無怨 難 富而無驕 易 - 憲問 8 백성이 가난하면 나라를 원망하게 된다. 원망이 쌓이면 폭발하는 법이다. 정치란 모름지기 가난한 사람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부자를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 요사이 말로 하면 성장보다는 복지 중심의 정책을 펴야 한다. 이런 논리가 아닐까 싶다. 최근 한 정치인의 노룩패스(No look pass)가 화제가 되었다. 그러고 보면 부자나 권력자가 교만하지 않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벼도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희한하게도 부와 권력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인간들이 잘도 거머쥔다.

삶의나침반 2017.05.30

논어[238]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껴 주는데 애써 주지 않을 수 있을까! 진심일진대 깨우치지 않을 수 있을까!" 子曰 愛之 能勿勞乎 忠言 能勿誨乎 - 憲問 7 사람을 사랑[愛]과 진심[忠]으로 대하면 그에 대한 보답이 돌아온다. 아껴 주면 힘써 도와주게 되고, 진심 앞에서는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된다. 마침 새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된 시점인지라 그분이 이런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대했으면 좋겠다. 사랑과 진심은 그를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의 마음도 돌리게 하는 힘이 있다. 얕은 꾀나 술수로 정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삶의나침반 2017.05.23

논어[237]

선생님 말씀하시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도 사람답지 못한 수가 있기는 하지만, 지저분한 사람치고 사람다운 사람은 없다." 子曰 君子而不仁者 有矣夫 未有 小人而仁者也 - 憲問 6 여기서 공자가 말하는 군자(君子)는 높은 벼슬을 가진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인(仁)하지 못한 군자도 있다고 한 게 아닐까. 반면에 소인(小人)치고 인한 사람은 없다. 소인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익을 좇는 사람이다. 군자는 대의를 따른다. 그렇지만 군자 중에도 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사람도 있다. 그런 점에서 인자(仁者)는 품성면에서 군자보다 한 단계 위다.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그나마 인(仁)에 가까운 사람이 당선되어 다행이다. 부끄럽게도 소인 행세를 자랑하는 후보도 있었다.

삶의나침반 2017.05.14

논어[236]

선생님 말씀하시다. "올바른 사람은 반드시 바른 말을 하지만, 말을 잘한다고 반드시 올바른 사람은 아니다. 사람다운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가 있다고 반드시 사람다운 사람은 아니다." 子曰 有德者 必有言 有言者 不必有德 仁者 必有勇 勇者 不必有仁 - 憲問 5 대선이 이틀 뒤로 다가왔다.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서로간에 덕이 있네, 없네, 라는 논쟁이 있었다. 공자가 말하는 유덕자(有德者)의 충분조건은 바른 말을 하는 것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이 덕을 논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그중에 하나는 망나니 같은 사람도 있다. 어떻게 공당의 후보로 선출 되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공자의 이 말씀은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겠다. 말과 행동이 반듯해 보일지라도 사람의 품성과는 무관할 수..

삶의나침반 2017.05.07

논어[235]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라의 질서가 섰을 때는 말도 대담하고 행동도 대담해야 한다. 나라의 질서가 문란한 때는 행동은 대담하되 말은 부드러워야 한다." 子曰 邦有道 危言危行 邦無道 危行言孫 - 憲問 4 관리가 될 제자들에게 주는 공자의 처세훈 같다. 말을 잘못 해서 화를 입는 경우를 경계하는 말이다. 군주에게 간언할 때도 말은 최대한 부드럽게 할 필요가 있다. 매우 현실적인 조언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행동이 비굴해서는 안 된다. 말에 방점이 찍힌 듯 하지만, 실제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 같다.

삶의나침반 2017.04.29

논어[234]

선생님 말씀하시다. "선비가 집안일을 못 잊어 하면 선비답지가 못하다고 할걸." 子曰 士而懷居 不足以爲士矣 - 憲問 3 공자가 말하는 '선비[士]'는 벼슬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라를 경영하는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선비가 집안일에 신경을 쓰느라 국정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 아예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것과는 다르다. 내 큰할아버지는 동네에서 선비 소리를 들었다. 사랑방에서 책을 읽거나 찾아온 손님과 담소하는 게 일이었다. 그런데 농사나 집안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소나기가 쏟아져도 마당에 널린 곡식조차 거둘 줄 몰랐다. 큰할머니는 자주 혀를 쯧쯧 찼다. 또, 남자애를 부엌에 들이지 않으려는 옛 교육 태도도 이런 오해에서 비롯된 ..

삶의나침반 2017.04.23

논어[233]

"원망이나 욕심을 꺾어 자라나지 못하도록 하면 사람답게 됐다고 할 수 있겠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기 힘들다고는 할 수 있지만 사람답게 됐는지는 모르겠다." 克伐怨欲 不行焉 可以爲仁矣 子曰 可以爲難矣 仁則吾不知也 - 憲問 2 날뛰는 제 욕심을 제어하지 못하니 세상은 늘 시끄럽다. 원(怨)과 욕(欲)을 조절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 사람도 드물다. 그러나 '사람답다'는 것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공자의 완곡한 표현에서 인(仁)의 실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 수 있다. 불교로 비유하면 소승과 대승의 차이쯤 될까. 는 무엇인가? 지금 내가 걸어가는 발걸음을 돌아보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길에 대해서 자문하게 하는 책이다.

삶의나침반 2017.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