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이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삼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오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육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칠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팔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제구의 아이가 가방을 메고 등교한다.
교문 밖 울타리에 줄장미가 대낮같이 환하게 웃고 있다.
한 아이도 그 웃음소리 듣지 못한다.
- 학교 / 조성순
조성순 시인은 우리 히말라야 팀의 일원이다. 지난 겨울에는 함께 랑탕 트레킹도 다녀왔고, 또한 국내 산행에서도 자주 만난다. 시를 좋아하면 자연히 시인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다. 아주 예전에는 시인이란 이슬만 먹고 사는 줄 알았다. 지금은 시인 역시 별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이해하지만, 그래도 시인은 뭔가가 다를 것 같고 또 뭔가 달라야 한다는 믿음이 완전히 지워지지는 않았다. 혹자는 시와 시인을 분리해서 보라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
조 시인은 늘 활기차다. 같이 있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하다. 또 사물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고가 자유분방하다. 어린이처럼 천진한 면도 있다. 그런 자유정신이 시를 쓰는 자양분이 되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 시는 이번 호 '녹색평론'에 실렸다. 잉크 냄새 나는 새 책 속의 낯선 이름들 사이에서 아는 이를 만나는 것은 기쁜 일이다. 본인을 직접 대면하는 것보다 더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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