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동작동에서 삼성동까지 걷다

샌. 2008. 5. 12. 20:08

사월 초파일 휴일, 오늘은 한강길을 걸었다. 아침에 아내와 함께 집에서 나와 뒷산으로 해서 국립현충원을 지나 한강에 나갔다. 거기서부터 둔치길을 따라 영동대교까지 간 다음에 다시 시내로 들어가 경기고와 봉은사, 삼릉공원을 차례로 들린 후 선릉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걸은 시간 : 9:00 - 15:30

걸은 거리 : 약 17 km

걸은 경로 : 동작동 - 국립현충원 - 한강(동작대교 - 반포대교 - 한남대교 - 동호대교 - 성수대교 - 영동대교) - < 점심 > - 경기고 - 봉은사 - 삼릉공원 - 선릉역 - 동작동

 

아무래도 난 걷기 열병에 걸린 것 같다. 3 일간의 연휴를 전부 걷기에 바쳤다. 첫째 날은 북한산, 둘째 날은 우면산, 그리고 오늘은 한강 둔치길을 걸었다. 첫째날은 동료와 함께 했고, 둘째 날과 오늘은 아내가 동행했다. 걸을 때는 엔돌핀이 마구 샘솟는 것 같다. 걸어서는 별로 지치지 않지만, 힘들면 힘든 나름대로의 기분을 만끽한다. 타박타박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나가는 것 만큼 날 행복하게 하는 것도 별로 없다.

 



국립현충원 안의 이팝나무 길. 이 나무가 궁금했었는데 꽃이 피고서야 나무 이름을 확인할 수 있었다.꽃은 거의 지고 있는 상태였다.

 





한강 반포지구는 지금 대공사중이다. 무엇을 만들려는지기존 시설물들은 다 철거되었고, 굴삭기와 대형 트럭들로 분주하다. 그 한 쪽에 있는 서래섬에는 유채꽃이 마지막 빛깔을 뽐내며 피어 있다.

 



영동대교까지 한강길을 따라와서 시내로 들어섰다. 우연히 다리 남단에 있는 '장독대 김치찌개'라는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유명한 맛집인지 벽은 온통 연예인들의 사인으로 덮여 있다. 우리는 자리가 없어밖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다. 한참을 걷고 나서 먹는 음식은 무엇이나 맛있지만 이 집의 김치찌개는 정말 맛있었다. 그러나 너무 식탐을 하다가 체해 버렸다. 과유불급이다.

 



봉은사 가는 길에 있는경기고등학교에도 들렀다. 이 학교는 10 년 전에 근무했던 곳이다. 그때는 생활에 엄청 스트레스를 받으며 직장에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아내는 그 시절을 추억하며 늘 술안주를 장만해야 되었다고 고개를 흔든다. 10 년의 세월을 실감나게 해주는 건 나무들이다. 건물이나 시설은 그대로지만 나무는 그동안에 엄청나게 크게 자랐다. 괜히 나 자신과 비교되어서 부끄러워졌다.

 



사월 초파일이어서 이번 코스에 가까운 봉은사에 들렀다. 경내는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다. 그만큼 어지럽기도 했다. 축제일이니 이해가 되지만 경건한 종교적 분위기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불자들의 소원을 담은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아름다웠다.

 



봉은사(奉恩寺)는 1200 년 된 고찰이다. 60 년대만 해도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한적한 절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 개발로 이제는 도심에 자리잡게 되면서 이렇게 복잡해지고 거대해졌다. 봉은사는추사가 돌아가시기 직전에 머물렀던 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추사의 마지막 글씨인 '板殿'이 남아있다. 문외한이 보아도 글씨에서는 묘한 힘과 균형미가 느껴진다. 서툰 것 같으면서도 조화와 질서가 있다.

 



마지막으로 삼릉공원에 들렀다. 이곳에는 성종과 중종, 그리고 성종의 계비인 정현왕후의 능이 있다. 두 분 임금님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이 능 덕분에 답답한 도심이 녹색 공간을 갖게 되었다.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상 외로 넓은 공간에 소나무를 중심으로 숲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 좋았다.

 

연 사흘 동안 산길과 도시의 길을계속 걸었다. 오래 걸으면 몸은 노곤해지지만 정신은 도리어 맑아지고 감정은 정화된다. 이런 것을 카타르시스효과라고 부를 수 있겠다. 덕분에 그간 지쳤던 몸과 마음도 다시 원상으로 회복이 되었다. 걷기는 내 삶의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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