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북한산 북장대지에 오르다

샌. 2008. 5. 10. 20:40

꽃산행 팀의 K, S 형과 함께 북한산 북장대지에 올랐다. 아침 9 시에 지하철 무악재역에서 만나 704 번 버스를 타고가 북한산성 입구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했다.구름이 약간 덮인 청명한 날씨였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서산길을 걷기에는 최적이었다. 우리는 산행보다는 꽃과 나무를 살피고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북한산성 계곡을 따라 올라가 중성문을 지나 훈련도감유영지를 거쳐 북장대지까지 오른 후 다시 돌아나오는 길을 택했다. 주등산로는 사람으로 가득했지만 이 길은 거의 찾는 사람이 없어 호젓했다. 두 시간 정도면 다녀올 수 있는 짧은 길이지만 우리는 여섯 시간이나 걸렸다.

 



등산로 초입에서 키 큰 포플러를 만났다. 포플러의 추억은 세 사람 모두가 같았다. 그 옛날 신작로의 가로수는 거의가 포플러였다. 그런데 포플러에는 미루나무와 양버들의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사진에 나온 것처럼 키가 크고 잎이 둥근 형태인 것이 양버들이고, 옆으로 퍼진 모양의 나무는 미루나무라고 한다. 그러므로 우리 머리속에 새겨져 있는 옛날의 가로수들은 양버들이라고 해야 맞겠다.

 



훈련도감유영지에서 바라본 노적봉이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을 방어하는 군영으로 훈련도감, 어영청, 금위영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훈련도감유영지가 북한산성 안에 있는데 그 규모가 예상외로 컸다. 지금은 축대와 우물터 등이 남아있고, 옛날에 건물이 들어서 있었을 평지는 잡초만 우거져 있다. 그리고 일부에는 누군가가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다. 이곳은 잘 보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흔한 안내문 하나 세워져 있지 않고 방치되어 있다.

 

이 훈련도감유영지 주변에서 많은 꽃들을 만났다.

 


 

보리수나무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뜰보리수나무라고 한다. 훈련도감유영지 둘레에는 오래된 보리수나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산에서 만나는 노란색의 산괴불주머니와 닮았는데 얘는 흰색이다. 아직 정확한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작아서 더욱 예쁘게 보이는 꽃마리.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꽃인지도 모를 정도로 자디잔 꽃이다.

 



S 형은 이 주름잎도 처음 만나는 모양이다. S 형은 풀꽃보다는 나무에 더 관심이 많다. 그러나 발 밑에 핀 이 작은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연신 감탄사를 터뜨렸다.

 



점나도나물. 이놈도 아주 작아서 사진에 담기가 어렵다. 별꽃과 같은 계통의 꽃이다.

 



오랜만에 만난 잔털제비꽃이다. 꽃이 희고 잎에는 털이 많아 나있다.

 



산의 높은 곳에서만 자라는 노랑제비꽃. 헉헉거리며 산을 오르다가 노랑제비꽃을 만나면 생기를 되찾게 된다. 이 꽃에서는 밝고 환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애기나리. 너무 흔해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름대로 매력 있는 꽃이다.

 



어렵사리 남아있는 족도리풀을 만났다. 무엇이 부끄러운지 숨어서 피는 꽃이다.

 



훈련도감유영지에 애기똥풀과 괴불주머니가 어울려 피어있다. 여기서는 가장 많이 볼 수 있었던 꽃이 이 둘이었다.

 

북한산 능선이 병풍처럼 둘러싼 중심에 북장대지가 있다. 훈련도감유영지 바로 위쪽이다. 아마 훈련도감에서 북장대를 담당했을 것이다. S 형은 여기가 북한산의 지세가 집중되는 곳이라고 했다. 사방을 둘러보니 물리적으로는 마치 오목거울의 초점에 해당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빛이 초점에 모이듯 땅의 기운도 이곳에 모인다고 하는 해석이 타당해 보인다. 소위 명당자리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른다.

 



북장대지 부근에서 바라본 북한산의 정상인 백운대. 화강암 암반의 우람한 기상이 대단했다.

 



산에서 내려와 북한산초등학교에 들렀다. 북한산을 배경으로 자리한 시골 학교가 아담해 보였다. 그러나 건물 색깔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았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에 속한다. 학교 뒤편으로 원효봉, 백운대, 노적봉, 의상대의 연봉들이 펼쳐져 있다.

 



꽃과 나무에 대해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함께 즐거워 했던 시간들이었다. 숲 속에 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거기에 좋은 동료들이 함께 하니 더욱 행복했다. 복잡한 세상사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는 것은 우리들 정신 건강에 무척 도움이 된다.나로서는 꽃과 숲에서 그런 위로를 받고 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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