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꽃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라지만 아무렇게나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누가 보건말건 최선을 다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꽃피운다. 그것은 자랑도 뽐냄도 아니다.
산들꽃은 바람이 불면 온몸을 흔들며 바람과 장난친다. 비가 오면 온몸으로 비를 맞는다. 짖궂은 비바람이 좀 심하게 장난쳐도 산들꽃은 화내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살아갈 뿐이다. 어떤 때는 사람의 발길에 짓밟히기도 한다. 그럴 수록 산들꽃은 더욱 강해진다.
금붓꽃은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무리지어 피어난다. 산길을 가다보면 이른 봄에 화사하게 피어있는 이 꽃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지난 해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되면 더욱 반갑다. 붓꽃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잎이 난 종류를 닮아꽃은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맑게 보인다. 가늘고 긴 잎들 사이에서 곱게 피어있는 금붓꽃은 지조 있는 선비를 연상시킨다. 붓꽃의 '붓'이 문방사우 중 하나라서 더 그런 느낌이 드는가 보다.
그런데 보라색 붓꽃의 꽃말이 '기쁜 소식'인데 비해 노란색 붓꽃의 꽃말은 '슬픈 소식'이라고 한다. 저 예쁜 꽃 어디에 슬픔이 배어있을까? 하기는 모든 생명 가진 존재는 슬픔의 눈물로 자라나는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