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숨 막히는 서울

샌. 2006. 10. 20. 10:04

비 내리지 않는 가을이 계속되고 있다. 또 도시의 매연이 안개와 겹친 스모그 현상도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도시의 시야는 수백 미터를 넘지 못하고 종일 뿌연 연무에 가려져 있다. 하루를 마치면 목이 칼칼하고 따갑다. 요사이는 최악의 가을 날씨다.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 9월에 서울 지방에 내린 비의 양은 11mm, 10월은 고작 0.2mm에 불과했다. 그나마 5mm 이상 온 날은 하루도 없었다. 두 달 동안 제대로 된 비는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는 얘기다. 땅은 건조해져서 밟으면 먼지가 인다. 푸른 가을 하늘을 못 본지도 오랜 것 같다. 시원한 빗소리가 그립다.

 



숨 막히고 답답한 것이 꼭 매연 뿐이겠는가. 어제는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과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자정이 넘도록 토론했다. 술과 담배 연기 속에서 마치 대학 시절로 돌아간 듯진지하게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뾰족한 결론은 없었다. 각자는 자기에게 주어진 몫만큼만 살 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아픈 상처들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마음 속에 은밀히 숨어있는 사람의 얘기는 아프고 슬프다. 그리고 나의 아픔은 타인의 아픔으로 인해 위로 받기도 한다. 제발 너와 나 모두 그 아픔에 무너지지 말기를, 첫마음의 순수했던 신념과 지조를 아름답게 지키며 살아갈 수 있기를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기원했다.

 

무엇 하나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잠 못 이루는 수 많은 밤과 고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이의 평화의 기운이 넘치는 얼굴, 닮고 싶은 생태적 삶의 뒤에는 얼마만한 고민과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인가.

 

고뇌 뒤에 행복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고뇌 속에 행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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