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밤꽃 향기에 젖다

샌. 2006. 6. 25. 18:15

여기는 밤꽃 향기에 젖어 있습니다. 산에서도 들에서도 어디서나 밤나무를 볼 수 있고, 마을의 정자나무도 밤나무입니다.

밤꽃 향기는 산과 들을 채우고는 넘쳐 흘러 마을로 밀려옵니다. 마을은 온통 야릇한 밤꽃 향기의 바다에 잠깁니다. 거실에 가만 누워 있으면 그 눅눅한 향기에 마취가 될 정도입니다.

 

향기를 무게로 잴 수 있다면 밤꽃 향기는 쇳덩이 마냥 무거운 것 같습니다. 그 향기에 취한 사람들의 발걸음 또한 무거워집니다. 그것은 뭔가 호기심을 일으키면서 무언가가 묵직하게 내리누르는 듯한 냄새입니다.

 

그래서인지 오늘은 몸도 마음도 천근만근 무겁습니다. 오전에 밭일을 하러 나갔지만 1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들어와 버렸습니다. 머리가몽롱해져서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생겼습니다. 방에 들어와 피곤한 몸을 누이며 밤꽃 향기에 그 책임을 돌립니다.

 

낮잠을 청해 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머리 속은 수많은 번민이 오고갑니다. 마음이 뜨니 금방 밭의 작물들이 알아보는 것 같습니다. 여일한 것은 잡초 뿐입니다. 그러나 실은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변한 것은 제 마음일 것입니다. 마음의 변덕에 따라 사물은 흐렸다 갰다를 반복합니다.

 

어떤 결정이든지 다만 경솔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래 기다리며, 내면의 소리에 귀를기울일 것. 그리고 주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서 어떤 의미를 읽을 것. 그러면서 제가 가야 할 방향이 나타나기를 조용히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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