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얼굴 / 이성선

샌. 2005. 7. 8. 14:44

거울 앞에 서서 내 얼굴을 보면

나는 늘 미안해진다

수척하여 추운 듯 뼈만 남은 내 얼굴에

내가 미안해진다

때로 빛이 나고 윤기 있을 수도 있으련만

하느님이 얼굴을 주실 때에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을 텐데

안으로 향한 두 개의 큰 눈 외에는

어느 곳에 비추어 보이기가 부끄럽다

남 앞에 서기가 부끄러워서

하늘만 가끔 쳐다본다

하늘은 그래도 이해해 주시겠지 하고

잎 다 떨어진 가을 하늘이 제일 좋아서

쳐다보다 돌아와 백지 위에 비춘다

백지 위에는 추운 영혼의 시가

내 얼굴로 들어 있다.

 

- 얼굴 / 이성선

 

어쩌다 거울을 보게 되면 거울 뒤에서 한 누추한 얼굴이 나를 보고 있다. 삶에 찌들고 욕심에 사로잡힌 사나이가 서 있다. 나는 거울 보기가 무섭다. 내가 부끄러워 고개를 들면 파란 하늘이 더욱 서럽기만 하다.

 

'나이 40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야 된다.' 참 무서운 말이다. 얼굴은 사람의 나이테다. 살아오면서 그 사람의 생각이나 행위가 얼굴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기 때문이다.

 

맑은 얼굴을 갖고 싶다. 분명히 그런 사람들이 있다. 현실의 안락함이나 자기 만족을통해서는 만들어질 수 없는 그런 얼굴들이 있다. 세상 속에 살면서 세상에 물들지 않고, 그러면서도 따스한 가슴을 가진 그런 사람이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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