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어 흐린 날이 더 많다. 바람 불고 비 내리고 어느 때는 폭풍우를 만나기도 한다. 우산도 준비하지 않아 궂은 비를 흠뻑 맞기도 한다.
인생길이 탄탄대로이지는 않다.
도리어 먼지 풀풀 날리는 비포장 자갈길일 경우가 많다. 어느 때는 튀어 나온 돌에 걸려 넘어지기도 한다. 정갱이에서는 피가 날지도 모른다.
앞에 가로놓인 벽이 너무 단단하고 높아서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인생살이가 어찌 내 뜻대로 되기를 바라랴마는 그래도 이건 아닌데 하며 운명이 야속해질 때가 있다.
겉으로 보이는 세상은 분명 불평등이다.
어느 하루살이는 맑은 날 이 세상에 나와 창공을 마음껏 날아다니며 제 몫을 다하지만, 어느 하루살이는 장마철에 이 세상에 나와 비에 젖은 날개는 찢어지고 무너져 눈을 뜨자마자 빗물에 쓸려 떠내려간다.
그래도 우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결국 누군가는 비를 맞아야 하고, 넘어져야 하고, 찢어지고 무너져야 한다. 우주는 개개의 고통이나 시련에는 그다지 관대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우주는 다른 차원에서 삶의다양한 현상들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낄낄대고 즐기는 것이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고, 남을 짓밟고 자기 욕심만 차리는 것이 단순히 그것만이 아니고, 삶에서 만나는 고통과 시련도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산다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면 슬프도록 아름답다.
사람들의 고군분투, 맹목적인 일상, 진실의 추구, 온갖가지 신념과 생각들, 그리고 숫자만큼이나 많은 다양한 표정과 삶들이 슬프고도 경건한 느낌을 갖게 한다.
인간 군상들의 삶의 행렬, 그것은 슬프고도 아름다운 어쩌면 인간의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신비로 가득하다.
그리고 삶의 끝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그것은 우리 온 존재를 송두리째 소멸시키는 어둠의 심연이다. 일부의 사람들은 그 끝에 하늘로 오르는 사다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자신의 죽음에 대해 외면하고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 죽음을 직시하면 할수록 우리 존재는 불안해지고 불가해한 삶의 의미를 물어야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오늘 아침, 나는 내 비틀거리는 발걸음을 본다.
선명히 보였던 앞 산도 흔들거리고, 넘어져 깨진 정갱이에선 아직 마르지 않은 피가 흐르고 있다.
그러나 나는 생각한다.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 것이라고, 그래서 눈에 보이는 것을 잣대로 해서 해석하거나 판단할 수는 없다고, 나를 비우고 낮추자고, 하늘 앞에서 겸손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