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전의 <즐거운 사라> 소동이 생각난다. 마광수 작가가 쓴 이 소설이 외설이라는 이유로 작가는 긴급 체포를 당하고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결국 유죄판결을 받았다. 마 교수는 연세대에서 해임되고 연금을 못 받는 신세가 되었다. 그 여파가 결국은 안타까운 자살로까지 이어졌다고 본다. 왕따가 되어 명예를 잃고 생계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이 책 <나의 이력서>는 마광수 작가의 삶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기존에 발표한 글에서 과거를 돌아본 내용을 추려 펴냈다. 2013년에 나왔으니 근작에 가까운 편이다.
마광수는 대표적인 천재형 작가다. 시대를 앞서간 반골 기질을 타고났으니 시대와 불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연애나 서클 활동 등의 화려한 대학 생활을 보내고도 성적은 1등으로 졸업한다. 대학교수가 되는 데도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극단적 자유를 추구한 사람이었다. 사회적 통념을 우습게 아는 파격적인 행동은 시기의 대상이 되었다. 사회 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래서 문명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즐거운 사라> 사건도 일어났다.
마광수 작가만큼 대중의 관심과 미움을 받은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가 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우리 사회의 성에 대한 위선과 허위의식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의도적으로 천박하게 썼다고 했다. 겉으로는 도덕군자인 체하면서 뒤로는 온갖 음탕한 짓을 하는 자들을 역겨워했다. 그만큼 솔직하고 용기 있었지만 여린 사람이기도 했다. 지탄의 화살을 견뎌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작년의 일이었다.
마 작가는 검사 앞에서 피의자심문조서를 받을 때 자신의 문학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저는 문학이 '상상적 대리배설'인 동시에 '관습적 통념과 억압적 윤리에 대한 도전'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창조적 반항'이 문학의 본질이라고 보는 거지요. 현 사회의 지배적인 가치가 정말 옳은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 바로 작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길들여져 있는 가치관과 윤리관에 대해 끊임없이 회의하면서, 우리가 진리라고 믿는 것이 정말 진리인지 아닌지, 또 왜 그것을 믿어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캐들어가는 것이 바로 '작가의 사회적 책임'이지요. 기성 윤리의 가치관을 추종하면서 스스로 '점잖은 도덕 선생'을 가장하는 것은 작가로서 가장 자질이 나쁜 자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문학은 무식한 백성들을 가르쳐 길들이는 도덕 교과서가 돼서는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문학만이 판치는 사회에서는 독창적 상상력과 표현의 자율성이 질식되고 말아요. 문학의 참된 목적은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탈출이요, 창조적 일탈인 것입니다."
그의 문학도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할 것이다. 독특한 성적 취향이 거슬릴 순 있어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본다. <나의 이력서>는 마광수 작가를 아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의 작품을 읽거나 알려고 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미풍양속 어쩌고 하며 비난한다. 마 작가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면을 가진 철들지 못한 사람이었다. 마 작가만큼 오해 속에 휩싸인 사람도 드물 것 같다. 그의 사고나 행동에 대해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하는 비판만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