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량한 모하비 사막 가운데 문제투성이인 '바그다드 카페'가 있다. 여주인인 브렌다의 삶은 고단하고 거칠다. 자식은 천방지축이고, 게으름뱅이 남편과는 매일 싸우는 게 일이다. 총으로 협박당한 남편은 집을 나갔다.
남편과 여행을 하던 독일 여성 야스민은 말다툼 후 트렁크 하나만 들고 길에 남았다. 여관을 겸하고 있는 바그다드 카페를 찾으며 브렌다와 만난다. 둘이 처음 만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때부터 변화가 일어난다. 야스민은 카페를 청소하며 분위기를 바꿔 나간다. 물과 기름 같던 사람들 사이에 웃음이 되살아난다. 말을 들어주고, 공감하는 야스민의 따스한 인간애가 카페를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화시킨다. 마치 떠나간 남편에게 화풀이하듯이(?). 그런 야스민이 남편과는 왜 소통이 안 되었는지 살짝 궁금해진다.
'바그다드 카페'는 흐뭇하고 따스한 영화다. 한 사람의 힘이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주인공이 여성이고 남성은 보조적 역할로만 나온다. 누구랄 것 없이 모두 각자의 캐릭터가 살아 있다. 감독이 독일 사람인데 독일류의 투박한 느낌도 든다. 야스민의 천연덕스러운 점이 오히려 매력이다.
출연진은 유명 배우가 아니고 예쁘거나 멋있지도 않다. 평범한 우리 이웃 아줌마들이다. 카페 한 군데에서만 촬영했으니 제작 경비도 별로 안 들었을 것이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어찌 보면 약간 유치해 보인다. 그럼에도 감동을 준다. 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약간 의외였다. 청혼하는 상대를 향해 야스민은 무표정으로 말한다. "브렌다에게 물어보구요."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다. 당당함일까, 무심일까, 아니면 결혼 자체에 대한 회의를 드러낸 걸까. 야스민을 떠올리면 절로 미소가 띠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