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바다의 경고

샌. 2018. 11. 27. 10:33

인간종을 나타내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는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저 스스로 '지혜롭다'는 명칭을 부여했으니 이만저만 자가당착이 아니다. 까놓고 말해 '지혜롭다'고 하기보다는 '어리석다'라고 하는 게 더 옳다. 하는 짓을 보면 말이다.

 

일주일 전에 인도네시아 해안에서 죽은 향유고래가 발견되었다. 사인을 알아보기 위해 배를 해부해 보니 몸속은 온통 쓰레기 천지였다. 슬리퍼를 포함해서 플라스틱 컵만 115개가 나왔고, 비닐봉지와 플라스틱병을 합하니 6kg이 넘었다. 사흘 전에는 우리나라 부안 앞바다에서 잡은 아귀 뱃속에서 500ml 페트병이 나왔다. 죽은 물고기를 찍은 두 사진은 끔찍했다.

 

공기와 물을 더럽히더니 이제는 바다까지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게 인간이다. 제 살아갈 터전을 황폐화시키면서 어찌 지혜롭다 할 수 있는가. 나무에 올라가서는 제 앉은 가지를 톱으로 잘라내는 것과 같다. 어리석은 바보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동이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주는 마스크를 쓰는 날이 안 쓰는 날보다 더 많다. 미세먼지가 기준치를 넘어서는 날이 흔한 데다 툭 하면 감기에 걸리니 마스크가 늘 주머니에 들어 있다. 손주는 공기란 원래 더럽고 위험한 것으로 안다. 생수병 아닌 물은 아예 마실 생각을 안 한다.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집 안에 공기청정기를 두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밖에 나가 마음대로 놀지 못한다. 또한 사람도 경계해야 한다. 지옥이 따로 없다. 무슨 세상이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자식, 손주가 맑은 공기 마시며 밝은 햇살 아래 마음껏 뛰어놀아야 정상이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너무 큰 죄를 짓고 있다.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 년에 1천만 톤이 넘는다고 한다. 해양 투기물까지 더해지면 그 양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은 바다에 떠다니면서 해양 생물을 위협한다. 바다 고기 뱃속에서 쓰레기가 발견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난다고 어부들은 말한다. 바다가 오염되고, 물고기가 오염되면 그걸 먹는 인간도 건강할 리가 없다. 제 과보를 받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기술 문명과 자본주의를 포기하고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제로다.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환경 파괴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은 대신 소중한 것을 잃고 있다. 생존 근거를 위협받고 있지만, 만성이 되어선지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지구 환경을 걱정해서 머그잔을 갖고 다닌 친구가 있다.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겠다는 갸륵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 가방에 요사이는 머그잔이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 실천한다고 세상이 조금도 변하지 않더라는 것이었다. 남용되는 일회용품과 비닐류를 보면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모든 사람이 이젠 될 대로 되라지, 하는 심정인 것 같다.

 

자연환경이 파괴되면 인간 심성도 황폐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이 점점 이기적으로 되어 가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적이 될 때 그것이 종말이다. 물고기의 죽음은 단순한 물고기의 죽음이 아니라, 곧 다가올 우리 인간의 죽음이다. 그걸 깨우쳐야 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문명의 가속도를 제어하기엔 이젠 너무 늦었다.

 

요사이 사람들 얼굴은 옛날 사람들의 얼굴이 아니다. 눈동자는 살벌하다. 새로 태어나는 아기도 옛날의 아기가 아니다. 산골에 사는 네팔 사람들의 표정을 보라. 사람의 얼굴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오륙십 년 전에는 우리도 그랬을 것이다. 지구가 죽어가니 사람이 죽어간다. 표정으로 드러나고 있다.

 

세상 모든 나라가 산업화하면 지구는 더 험악하게 변해갈 것이다. 종말로 가는 길인 줄 모르고 우리는 발전이라 부른다. 인구가 줄면 지구에는 축복이 아닌가. 경제 성장이 안 되어야 지구가 살아날 게 아닌가. 소비가 줄어야 환경 파괴가 멈출 게 아닌가. 그러나 우리는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 지구는 어떻게 되든 오직 돈이 최우선 가치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만이 우리의 살길이라고 외친다. 자본주의가 세뇌한 몹시 나쁜 관념이다.

 

죽어가는 물고기는 탄광의 카나리아다. 그러나 우리는 못 본 체한다. 몇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하던 일로 돌아간다. 살기 번득이는 얼굴에 태평한 표정을 짓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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