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살이의꿈

프리터

샌. 2019. 2. 24. 11:19

프리터(Freeter)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정규직 대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해결하며 자유롭게 사는 사람을 말한다. 어쩔 수 없이 프리터가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진정한 프리터는 정규직을 자의로 포기하고 최소한의 일을 하는 선택하는 사람이다. 한 달에 100만 원 정도의 수입으로 살아갈 자신이 있어야 한다. 시간당 1만 원으로 계산해서, 하루에 5시간씩 20일 일하면 1백만 원이 나온다. 이런 프리터가 일본에서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얼마 전 신문에 충북 청주에 사는 프리터 한 분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그는 커피 전문점에서 주말 아르바이트로 버는 50만 원으로 한 달을 산다. 월세와 관리비로 22만 원, 휴대폰비와 교통비로 10만 원, 나머지는 식비로 나간다고 한다. 대신 화장이나 꾸밈을 하지 않는다. 옷도 계절별로 한두 벌 뿐이다. 채식주의자로 살며 불을 이용한 조리나 양념을 거의 하지 않고 먹는다. 현미도 생쌀을 씹어 먹는다. 요리를 하지 않으니 냉장도, 가스레인지가 필요 없다. 거의 수도자 같은 삶이다.

 

그도 처음에는 취직해 돈을 벌고 싶었다. 회사에 다녔지만 학자금 빚을 갚고 2년 만에 그만뒀다. 그러다가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스스로 최소한의 물질로만 살아가는 프리터가 되기로 결심했다.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만으로 만족하며 행복을 추구한다.

 

그의 삶은 자유롭고 단순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족욕과 일기 쓰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규정된 일과는 없지만 오전 9시쯤 집을 나서서 근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간다. 머물고 싶을 때까지 앉아서 좋아하는 책을 읽는다. 요가를 배우며 관심이 생긴 대체의학 관련 서적을 주로 읽는다. 삶을 성찰하는 니체 등의 철학서와 심리서도 챙겨보는 편이다. 점심 때 집에 돌아와 유튜브로 동물, 운동 등 좋아하는 영상을 보고 요가를 한다.

 

식사는 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배고플 때 먹는다. 오후에는 산책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 가끔 남자친구를 만나 비용을 최대한 아끼는 소박한 연애도 한다. 주로 시내 하천을 걸으며 대화하는 편이다. 돈을 쓰는 것은 식사와 차 마시는 정도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지도 2년이 넘었다. 주말에는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오후 10시쯤 귀가한다. 집에 돌아오면 명상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저녁은 먹지 않을 때도 있고, 정 배가 고프면 가벼운 면류를 먹는다.

 

단조로운 삶이지만 프리터 실천을 통해 그는 건강을 얻었다. 직장에 다니던 시절 반복되는 업무 스트레스와 음주로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지금은 잃었던 건강을 회복했다. 매 순간에 감사하며 구애 받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는 삶, 그가 프리터가 된 이유다.

 

대인 관계도 간소해졌다. 모이면 명품 얘기만 하던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친척들이 불편해 집안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부모님과 갈등도 심했다. 남들에게는 불안해 보이는 삶이지만 그는 당당하고 행복하다.

 

그에게는 현재가 중요하다. 그렇다고 장래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건강에 관심이 많아 지금 좋아하는 요가를 더 깊게 배워 강사가 될 생각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곳에 소속돼 월급을 받는 요가 강사가 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언제든 다시 프리터로 돌아올 생각이다.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어떤 욕심이 생기면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가 한 다른 말들이다.

 

"제 한 몸을 건사하는 것 외에 불필요한 욕심을 내지 않기로 했어요."

 

"마음을 바꾸는 것은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데 그게 어렵죠."

 

"물질에 대한 욕심을 조금만 버려도 지구가 놀이터가 될 수 있어요."

 

"마음에는 제약이 없잖아요. 원하는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그런 마음을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어요."

 

현대를 유목 시대라 한다. 유목의 개념에 잘 맞는 삶의 형식이 프리터가 아닌가 싶다. 프리터를 선택하는 이유는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일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원인도 있다. 기본적으로는 단순 소박한 삶을 살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삶은 선택이다. 프리터의 삶도 충분히 멋있어 보인다. 그러나 가정생활과는 병립하기 힘들다. 독신주의자면서 자유롭게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프리터도 하나의 선택이 되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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