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와 소년

연못가에서 놀던 소년들이 물속에 많은 개구리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돌을 던지기 시작했다. 많은 개구리가 돌에 맞아 죽은 뒤, 용감한 개구리 한 마리가 물 위로 고개를 내밀며 소년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그 잔인한 장난은 그만둬라! 너희는 장난으로 돌을 던지지만, 우린 돌에 맞아 죽는단 말이야!"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부지불식간에 하는 행동이 타자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요사이 이 이야기가 실감나게 들린다. 내가 개구리의 심정이 된 것 같아서다.

 

층간소음 스트레스는 내 생활과 껌딱지처럼 붙어 있다. 무려 10년 가까이 된다. 심할 때는 뭔가 조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좀 덜해지면 참고 지내보자고 하며 살아왔다.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제삼자나 관리사무소를 통해 당부해도 별 소용이 없다. 처음에는 미안해하더니 이젠 아예 오리발을 내민다. 도리어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여기는 듯하다. 이제 위층의 선의를 기대하기는 글렀다. 마치 연못가에서 돌을 던지며 노는 소년들 같다.

 

우화에서는 소년들이 개구리의 절규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나와 있지 않다. 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깨닫고 돌아섰을까? 아니면 무시하고 더 심하게 장난을 쳤을까?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후자일 것 같다. 그게 현실에 맞는 상황이다.

 

층간소음 피해는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나는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으니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그렇다고 수면제를 매일 먹을 수도 없다.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나는 결국 마음 다스리기에 실패했다. 감정이 격해질까 봐 이제는 위층과 직접 대면하는 걸 피한다. 다른 무엇보다 소음 스트레스로 인해 이웃을 저주하게 되는 게 제일 슬프다. 

 

이사를 하는 길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동안은 옆에 사는 손주에 매여 제약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손주한테서 벗어날 여건이 만들어졌다. 살기 위해서는 개구리가 다른 연못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현재 제 일 후보지는 합천이다. 마침 지인의 비워 두고 있는 시골 거처가 있다. 반도반촌(半都半村) 생활이라도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안 되면 아예 남쪽 지방으로 이사를 할까 한다. 새로운 지역에서 살아보는 재미도 있을 것이다.

 

인간 사는 곳에 어디 소란하지 않은 데가 있을까. 외딴 산속에 들어간다고 내 마음이 고요해질까. 백거이(白居易)는 어느 시에서 이렇게 읊었다.

 

大隱住朝市

小隱入丘樊

 

제대로 된 은자는 조정과 시장통에서 살고

은자인 척하는 사람은 산속으로 들어가네

 

마음이 고요하면 산속이나 시장통이나 구분이 없다는 뜻이겠다. 어디서 살아가건 다 선경이 될 수 있다는데, 나는 속물이어서 어찌할 수 없으니 어쩌랴. 여기를 피하면 혹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을지, 자꾸 먼 데를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