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단비 같은 뉴스를 며칠 전에 봤다. 우리나라에서 기부를 많이 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보도였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숨은 선행을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데 놀랐다. 보도만 보면 우리나라가 사람 살 곳이 못 되고 곧 망할 것 같지만 사실은 착한 사람도 많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다. 기자들이 훈훈한 미담 기사도 많이 발굴해 주면 좋겠다.
기업인 중에서 대표적인 기부왕은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회장이다. 그는 2000년에 사재 1조 원을 털어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세계 100대 자선재단 순위에서 90위에 속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장학재단이라고 한다. 100세를 눈앞에 둔 그는 '돈을 버는 데는 천사처럼 할 수 없어도, 돈을 쓰는 데는 천사처럼 하겠다'는 기부 철학을 밝혔다고 한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은 2015년에 자신이 보유한 한샘 주식의 절반인 260만 주(4400억 원)를 한샘드뷰재단에 내놓기로 약속하고 현재 160만 주를 기부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도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의 통일나눔펀드에 개인 자산의 전부인 20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명예회장은 그동안 포항 지진이나 코로나19 지원 등에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고 한다.
연예인 중에서는 원로배우인 신영균 씨가 있다. 그는 2010년에 명보극장과 제주도의 신영영화박물관 등 500억 원 규모의 사재를 한국 영화 발전에 써달라며 쾌척했다. "나중에 내 관 속에는 성경책 하나 함께 묻어주면 된다"며 남은 재산도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배우 장나라 씨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미 2009년에 130억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광고 수익의 대부분을 기부하는 그녀는 '사람들에게 장미를 나눠주니 내 손에 장미향이 남았다'는 생활신조로 선행을 실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션도 기부 천사다. 각종 재단에 기부한 금액이 55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가난한 아이 1000명 정도를 후원한다는 사실도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이밖에 가수 하춘화 씨는 45년간 200억 원이 넘는 기부를 했고, 가수 조용필 씨도 매년 수억 원씩 기부를 하여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선정하는 '아시아 기부영웅 48인'에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전부 훌륭하고 고마운 분들이다. 이번 보도에 소개되지 않은 분도 많을 것이다. 자극적이고 어두운 기사가 다수라고 우리 사회가 그만큼 썩고 타락한 것은 아니리라. 세상에는 아름다운 사람도 많다. 그분들의 힘으로 우리 사회는 무너지지 않고 앞으로 전진한다.
부동산 때문에 세상이 아우성이다. 특히 집을 장만 못 한 젊은층에서 울분을 터뜨린다. 이런 와중에 지난 주말에는 집주인들이 거리로 나와 데모를 했다. 꼭 그래야만 하는 것일까. 누구는 자기 재산을 사회에 내어놓는데, 어떤 사람은 건전한 공동체 유지를 위한 세금조차 아까워한다. 인간은 제 이익 앞에서는 철면피가 된다. 그래서 기부하는 분들의 마음씨가 더욱더 따스하게 다가온다. 장나라 씨가 한 말에 오래 여운이 남는다. "사람들에게 장미를 나눠주니 내 손에 장미향이 남았다."